[Focus 인사이드] 김정은 3번째 잠행···81세 박봉주 뒤 숨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2020.05.28 11:00

업데이트 2020.05.28 11:15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열었다고 북한매체들이 24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가운데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4차 확대회의를 열었다고 북한매체들이 24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돌아왔다. 이번엔 22일 만이다. 올해 들어 세 번째 잠행을 다녀왔다. 지난 1월 25일 설 기념공연 관람 후 21일, 4월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 주재 이후 20일 동안 자취를 감춘 뒤 벌써 세 번째이다.

이번엔 22일 만에 깜짝 등장
활동 지난해 절반 이하 수준
김정은 ‘대타’, 81세 박봉주

과거에도 장기간 잠행 사례는 있었지만 20일 이상의 장기 잠행은 최근 3년간 그 빈도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21일(2018년 3월 6일~3월 28일) ▶21일(2019년 5월 10일~6월 1일)▶27일(2019년 9월 11일~10월 9일) 잠행에 이어 올해만 이미 세 번째 20일 이상 장기 잠행을 기록했다.

최근 김정은 주요 행보 [연합뉴스]

최근 김정은 주요 행보 [연합뉴스]

2014년 9월부터 10월까지 40일 가까이 모습을 감춘 적이 있는데 이때는 발목 낭종 제거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유 있는 잠행이었다. 하지만 최근 3년간 20일 이상 이어진 장기 잠행은 대부분 확실한 이유를 알 수는 없다. 이번 달 잠행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에 대한 정보가 워낙 제한적이니 여러 추정만 할 뿐이다. 그나마 확인할 수 있는 북한의 공식 보도 내용을 놓고 김 위원장의 상황과 그 의중이 무엇인지 짐작해보는 수밖에 없다.

현재 김 위원장은 책임 소재 분산을 시도 중인 것으로 보인다. 그의 20일 이상 장기 잠행은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합의 결렬 이후 잦아지기 시작했다. 하노이 노딜로 인해 기대했던 제재해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가운데 장고에 들어갈 일들이 많아졌을 것이다.

특히 올해는 정면 돌파전으로 경제 발전 5개년 전략에서 절반의 성공이라도 마무리하려 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예상치 못한 위기가 터지고 있다. 길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무오류’의 수령이 하노이 실패에 이어 경제발전 5개년 전략도 성공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 책임을 누군가에는 그리고 어딘가에는 떠넘겨야 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평안남도 순천의 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지난달 11일 이후 20일 만의 대외 활동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옆에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보인다. [조선중앙통신=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평안남도 순천의 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지난달 11일 이후 20일 만의 대외 활동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옆에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보인다. [조선중앙통신=뉴시스]

‘어딘가’는 정해져 있는 듯하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와 미국의 적대시정책, 남한의 대미종속주의 태도 등 책임을 떠넘길 외부의 적은 많다. 문제는 내부의 ‘누군가’이다. 현재 그 내부의 누군가는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재룡 내각총리가 1차 대상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 권력서열 3위인 박봉주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 신변이상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달 29일에도 김정숙평양방직공장·평양 제1백화점·대형마트인 광복지구상업중심을 현지요해(현장시찰)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북한 경제사령탑인 김재룡 총리는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는 중이다. 김 위원장이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 이후 공개석상에서 자취를 감춘 데 비해 김재룡 총리는 이번 달에만 총 네 차례(4일·9일·10일·20일)의 공개 행보를 가졌다. 현지요해 장소도 황해남도 농사현장부터 ▶단천항▶단천제련소▶흥남비료연합기업소▶고원탄광▶수동탄광▶용성기계연합기업소▶2·8비날론연합기업소▶흥남전극공장▶국가과학원 함흥분원▶흥남제약공장 등 종횡무진이었다.

북한 김정은 연도별 공개활동 횟수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연도별 공개활동 횟수 [연합뉴스]

6일 국정원 국회 보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는 과거보다 올해 그 빈도가 대폭 줄어들었고(지난해 50회의 44% 수준인 17회), 그 빈자리를 박봉주와 김재룡 같은 경제수장들이 메우고 있는 셈이다. 성과가 나지 않으면 책임도 이들에게 돌아갈 공산이 크다.

현재 김 위원장에게는 경제와 민생 현장이 잘 돌아가지도 않는데 예전처럼 부지런히 현지지도를 해봤자 남는 것이 별로 없는 상황이다. 본인이 현지지도를 했는데도 성과가 미약하면 수령의 현지지도 신화에 흠집만 남을 뿐이다. 북한에서 흠집을 메울 선전선동의 논리는 얼마든지 만들어 보급할 수도 있겠지만, 그 노력에 비해 아예 현지지도를 확 줄이고 책임을 떠안고 갈 다른 이를 찾는 게 더 쉬울 수도 있다.

김일성 전 주석은 1968년 1·21사태를 좌경맹동분자들의 책임으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2009년 화폐개혁 실패를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의 책임으로 떠넘겨 공개 처형한 바 있다. 1980년대생의 젊은 21세기 국가지도자가 앞으로 어떤 길을 갈 것인지 주목해본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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