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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녀라더니 "빚 독촉" 진술 바꾼 파주 잔혹살해범, 신상공개 않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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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라인. 중앙포토

폴리스라인. 중앙포토

완전범죄를 노리고 엽기적인 살인을 저지른 뒤 시신을 바다에 버린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에 대한 신상 공개 여부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경찰에서 비공개 결정이 내려졌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28일 오후 살인 및 사체손괴, 시신유기 혐의로 구속된 A씨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신상공개로 인한 범죄예방·재범방지 등 공공의 이익보다는 피의자 및 피해자 가족의 2차·추가적 피해 등 인권침해 우려가 크다고 판단되어 피의자 신상(이름, 나이, 얼굴)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심의위원회는 경기북부경찰청 형사과장 등 경찰 내부 위원 3명과 외부 위원 4명 등 모두 7명이 참석했다.

앞서 경찰은 범죄 사실이 소명됐고,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한 점 등을 고려해 29일 검찰 송치에 앞서 신상 공개 심의위를 이날 열었다. 경찰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

이전에도 전남편 살해사건의 고유정,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의 장대호, 노래방 손님 토막살인사건의 변경석 등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한 후 유기한 피의자들의 신상이 공개된 바 있다. 반면 경기 북부지역에서 2016년 사패산 살인사건의 경우도 신상공개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경찰은 여성 등산객을 성폭행하려다 살해하고 돈을 뺏은 피의자에 대해 심의위원회를 열었지만, 범죄 수법의 잔혹성과 전과 여부 등을 고려해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경찰 수사 결과 A씨는 경기도 파주에서 50대 여성을 살해한 뒤 잔혹하게 훼손한 뒤 바다에 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범행 이후 A씨 부부는 완전 범죄를 노리고 치밀하게 범죄를 은폐한 정황도 드러났다. 사건이 확인된 건 지난 21일 오후 충남 행담도 인근 갯벌 해상에서 실종 신고된 50대 여성 B씨의 머리와 왼쪽 팔 등 시신의 일부가 낚시객에 의해 발견되면서다. 지문 감식 결과 토막 시신의 신원은 사흘 전 실종신고 된 B씨로 확인됐다. 실종신고 이틀 전 B씨의 차량은 파주시 자유로의 갓길에 버려진 채로 방치돼 있었다.

실종 사건으로 꾸미려 한 정황 확인    

피의자 A씨는 지난 16일 파주시의 자택에서 B씨를 흉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동갑내기 부인과 함께 바다에 유기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후 9시쯤 파주시 자유로의 갓길에서 B씨의 차량을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부인 C씨가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범행 후 피해자의 옷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와 피해자의 차량을 자유로에 가져다 버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청 마크

경찰청 마크

앞서 경찰은 지난 16일 B씨가 A씨 부부 집에 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들을 용의 선상에 올려야 할지 고심했다. 폐쇄회로 TV(CCTV)를 보면 B씨가 A씨 부부 집에 갔다가 다시 나와 자신의 차량을 자유로에 버리고 사라진 것으로 추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은 다각적인 수사로 사실관계를 밝혀냈다.

“내연녀”에서 “빚 독촉 때문” 진술 번복    

A씨 부부의 범행에 대한 거짓 진술은 더 있다. 서로 입을 맞춰 긴급체포된 후 범행동기도 경찰에 속였다. 앞서 A씨는 경찰에서 “내연 관계에 있는 ‘그만 만나자’던 피해자 B씨가 집으로 찾아왔기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그러나 A씨는 수사로 범행 정황이 속속 드러나자 더는 범행동기를 숨길 수 없다고 판단, 말을 바꿨다. A씨는 “숨진 피해자는 3년 전 상가 부동산 분양사업을 같이 했는데 최근 ‘빚을 갚으라’며 채무변제를 독촉해 왔다. 이날도 B씨가 집으로 찾아왔기에 범행했다”고 당초 진술을 번복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A씨가 B씨를 자신의 집으로 불렀는지, B씨가 스스로 찾아 왔는지 아닌지는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이를 위해 현재 A씨가 버린 것을 수색 중 확보한 휴대전화에 대해 디지털포렌식 작업 등을 벌이고 있다.

화성시 국화도 해상서 ‘시신 일부’ 발견…해경 수사 

한편 해경 등이 나머지 시신을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28일 오전 10시 45분쯤 경기 화성시 국화도 서쪽 약 0.4해리(740m) 해상에서 시신 일부가 발견돼 해경이 수사에 나섰다. 평택해양경찰서 당진파출소는 이날 국화도 인근 해상에서 순찰하던 중 시신 일부를 발견해 인양했다.
해경은 발견된 시신이 파주 살인사건 피해자인 50대 여성 B씨와 동일 인물인지 확인하기 위해 조사 중이다.

앞서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지난 22일 “도주 우려가 있다”며 남편 A씨에 대한 살인 및 사체손괴, 사체유기 등 혐의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사체유기 등 혐의를 받는 A씨의 부인 C씨에 대해서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가 확보됐으나 주거가 일정해 도주 우려 등 구속 사유를 인정하기 힘들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전익진·최모란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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