랴오닝(遼寧)과 산둥(山東)
」중국의 성(省) 2곳이다. 한반도 서해와 가까운 보하이(渤海·발해)만에 인접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철부터 테마파크…중국이 사들인 외국 항공모함 운명은
그런데 2012년 이후 다른 의미가 추가됐다. 중국이 보유한 항공모함의 이름이 그것이다. 중국 해군 최초의 항공모함 랴오닝함은 2012년 9월 실전 배치됐다. 7년 뒤인 지난해 12월 중국 독자기술로 건조된 산둥함이 취역했다. 최근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항공모함이 활동을 멈추자 랴오닝함을 동원해 대만해협에서 대규모 군사 훈련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의 원산지는 옛 소련이다. 쿠즈네초프급 항공모함 바랴그(varyag)함이 원조다. 중국은 우크라이나로부터 1998년 바랴그함을 들여와 14년 연구 끝에 랴오닝함을 완성한다. 산둥함도 랴오닝함을 바탕으로 건조됐다.
육군보다 해군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중국이다. 해양 군사력의 꽃인 항공모함을 단시일에 만들기 위해선 남의 완성품(?)을 베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중국이 들여온 외국 항공모함은 바랴그함만 있는 게 아니다. 이외에도 총 3척의 항공모함을 사들였다. 수입의 목적은 바랴그함과 같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이들 함대는 중국군의 실제 전력이 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중국이 자체 항공모함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준 것은 분명하다. 중국이 사들인 외국산 항공모함 4척의 운명을 살펴봤다.
멜버른함
중국이 가장 먼저 입수한 항공모함은 호주산이다. 84년 중국의 한 선박 해체 회사가 호주로부터 1만 7000t급 항공모함 멜버른함을 구입한다. 하지만 멜버른함은 당시 만들어진 지 40년이 넘은 퇴역 항모였다. 영국 해군이 45년 건조한 경항모 ‘마제스틱’을 호주 해군이 1947년에 사들인 다음 기울어진 비행갑판을 붙여 항공모함으로 만든 것이 멜버른함이다. 55년부터 82년까지 현역으로 활동했다.
중국이 멜버른함을 살 당시 대외 목적은 고철 수집으로 내세웠다. 물론 이를 믿는 나라는 없었다. 멜버른 함은 고철로 해체됐지만, 시점은 구입한 지 10년이 지난 94년이었다. 이때까지 멜버른함은 광둥성 광저우 근처 해안에 정박해 있었다. 중국 해군 관계자들이 멜버른함을 드나들며 연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멜버른함은 중국의 항공모함 건조에 기초가 된 함대다.
민스크함
중국이 수입한 두 번째 항공모함이다. 이 배는 한국과도 관련이 있다. 소련이 해체되면서 항공모함 유지비를 감당하지 못한 러시아는 95년 만재 배수량 4만 3000t급의 '민스크'와 '노보르시스크'를 한국 회사 ‘영 유통’에 고철로 판매했다. 활동한 지 11~15년밖에 안 된 비교적 '젊은' 이들 항공모함은 당시 각각 460만 달러(약 37억 원), 430만 달러(약 34억 원)의 헐값에 팔렸다.
그러나 해체로 인해 발생할 환경오염 등을 우려해 환경단체와 입항 예정지 주민들이 강하게 입항을 반대했다. 여기에 97년 외환위기까지 겹쳤다.
우여곡절 끝에 노보르시스크는 포스코에서 해체됐지만, 민스크는 98년 6월 중국의 한 회사에 500만 달러에 팔렸다. 민스크는 2000년 9월 '민스크 항공모함 월드'라는 테마파크로 개조되어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오랫동안 있었다. 2016년부터는 장쑤성 난퉁시로 옮겨져 운영 중이다.
키예프함
지난 2000년 5월 민스크와 같은 급의 항공모함인 '키예프'가 중국 톈진에 있는 한 선박 해체 회사에 840만 달러에 팔렸다. 애초 중국은 사들이자마자 바로 키예프를 고철로 해체하기로 러시아와 계약을 맺었었다. 그러나 그해 11월 중국 회사는 러시아 정부를 설득해 키예프를 '해상 테마파크'로 바꾸기로 조건을 바꿨다. 이 배는 톈진 빈하이신구(滨海新區)에 전시돼 있다.
바랴그함
바랴그함은 이전의 세 함과는 조금 다르다. 완성돼 활동하던 함대가 아니라 건조 중이던 함대였기 때문이다. 옛 소련은 쿠즈네초프급 항공모함 2번 함으로 바랴그함을 설계했다. 스키점프대를 설치해 전투기를 이륙시키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소련이 붕괴하면서 공정률 70%에서 건조가 중단됐다.
이후 함대의 소유권은 당시 바랴그함이 정박해 있던 우크라이나가 가져갔다. 건조 중인 항공모함은 중국엔 구미가 당기는 물건이었다. 중국은 마카오의 한 회사를 앞세워 해상 카지노를 만든다는 명목으로 1998년 2000만 달러에 우크라이나로부터 바랴그를 사들여 마카오에 정박시켰다. 하지만 바랴그함은 2002년 중국 랴오닝성 다롄으로 옮겨졌고, 10년 뒤인 2012년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함으로 재탄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