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졸업을 맞은 미국 대학교의 풍경은 스산하다. 지난 두 달간 실업자가 3860만 명 늘면서 일자리가 걱정이다. 이미 구한 직장도 채용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재학생은 여름 인턴이나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다. 9월 시작하는 가을학기에도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기 쉽지 않다. 많은 대학이 당분간 온라인 강의를 계속하겠다고 발표했다. 학생들은 온라인 강의에 불만을 터뜨리고 등록금의 일부 반환을 요구한다. 학교를 잠정 폐쇄하고 수업방식을 바꾸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면서 학생의 의사는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항의한다. 이번 위기로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렸지만, 대학교육 지원과 어려운 대학생을 위한 도움은 전혀 없다고 분노한다.
학생과 사회는 대학에 불만 많고 #코로나19로 교육환경 변화 빨라 #대학교육 개혁하고 투자 늘려서 #좋은 인재 키우고 일자리 만들자
코로나19로 전 세계 대학이 혼란을 겪고 있다. 갑작스러운 화상 강의로 어려움이 많았다. 비대면 화상강의는 교수와 학생이 강의실에서 소통하는 대면 강의보다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비유하자면, 실시간 강의는 라이브 공연과 같은 현장감이 있어서 녹음한 음반을 듣는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공계, 의대는 대면 수업과 실험실습이 필수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대학생 1만4000명 중 75%가 비대면 교육이 대면 교육보다 못하다고 답했다. 한국 대학생 역시 비대면 화상강의에 불만이 많다.
학생, 교수 모두 새로운 교육방식에 적응하기 쉽지 않지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교육현장의 변화는 더 빨라질 것이다. 비대면 강의가 통학 시간을 줄이고 녹화된 강의를 다시 볼 수 있으니 더 좋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대학의 저명 학자의 최고의 강의를 시공간의 제약 없이 들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앞으로 온라인 원격 교육을 보완하는 다양한 교육방식이 나올 것이다. 한국에서 미국, 유럽, 일본, 중국의 우수한 대학의 강의를 듣고 졸업장을 받는 길이 열릴 수 있다. 우수한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 간 격차는 더 커지고 많은 대학이 도태할 수 있다. 한국은 고교 졸업자가 앞으로 계속 줄고 작년에 16만 명이었던 외국인 유학생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430개 대학 중에 부실한 곳은 점차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학교생활도 바뀌고 취업이 더 어려워지면서 왜 대학교육을 받아야 하는지에 의문이 커졌다. 대학은 젊은 세대의 귀한 시간을 잡아 두고 비싼 등록금을 받지만, 사회가 원하는 지식과 기술을 습득한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기관인 EIU의 전 세계 대상 조사에서 기업의 66%와 대학생의 56%가 대학이 직장에서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다고 답했다. 정보통신기술과 인공지능(AI)의 시대에 필요한 문제해결 능력, 비판적 사고, 창의성, 협동·소통 능력, 디지털 기술을 대학에서 습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학은 진리를 탐구하고 학문과 사회 발전에 기여할 연구를 한다. 미래의 지도자가 될 인재를 양성한다. 모두 중요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일자리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청년 실업은 전 세계 공통이지만, 대졸 실업은 한국에서 더 심각하다. 교육부 통계에 의하면 2018년 대학 졸업자 51만4천 명 중 그해 말까지 삼 분의 일은 일자리를 못 구했다. 올해는 코로나발(發) 경기 침체로 취업하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기존 노동자를 보호하면서 졸업생의 취업은 더 힘들어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정년연장으로 고령층(55~60세)의 고용이 3명 늘 때 청년층(15~29세) 고용은 1명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고령화에 대비한 정년 연장이 필요하지만, 청년고용을 지원하는 정책이 함께 이루어져야 했다.
코로나19 이후 한국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교육 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경쟁력과 공정성을 높이고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키울 수 있는 교육 개혁이 필요하다. 우선, 대학이 스스로 커리큘럼과 교육방법을 개선하고 융복합교육, 산학협동, 평생교육을 강화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가르쳐야 한다. 세계 유수 대학과 협력을 강화하여 교육과 연구의 질을 높여야 한다. 해외 교육·연수 기회를 늘리고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프로그램도 개선해야 한다.
대학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과감한 투자도 필요하다. 대학은 첨단 교육시설과 우수한 교수를 계속 확보해야 한다. 12년간 등록금 동결로 재정 압박이 심하다. 등록금을 현실화하면서 장학금을 대폭 확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국고지원을 늘리고 대학이 예산을 자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게 하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는 부실 대학은 점차 정리해야 한다. 정부는 대졸자 취업을 위해 공공 일자리뿐 아니라 민간 부문에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업과 미래 첨단산업을 육성하고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줄여야 한다.
한국의 젊은 세대는 대학입시와 취업 경쟁에 시달리고 불안한 미래를 살고 있다. 이들이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배우고 원하는 생애 첫 일자리를 갖고 출발할 수 있도록 대학과 사회가 도와야 한다. 한국의 미래가 인재 양성에 달려 있다.
이종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