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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쿵푸 요가' 악당 반전···현실선 1만명 구한 코로나 영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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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악당이 때로는 현실에선 영웅이 되기도 합니다. 

최근 인도에서는 발리우드 배우 소누 수드(46)가 13억 인도인의 영웅으로 등극했습니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을 돕기 위해 발 벗고 나서면서입니다.

[후후월드]봉쇄령 내려지며 뚝 끊긴 대중교통 #1만2000명 집에 무사히 돌려 보내 #"1000km 걷는 사람보고 잠 못 이뤄" #500봉지로 시작한 음식 나눔 #매일 4만 5000명 무료 급식

영화 속에서 그는 악당 역할을 자주 맡았습니다. 액션 스타 청룽(성룡)과 함께 출연한 '쿵푸 요가'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17년 개봉한 쿵푸 요가는 중국과 인도가 합작한 영화로, 흥행 수익 2억5000만 달러를 올리며 중국 역대 박스오피스 5위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그는 영화 속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인물입니다. 25일 BBC는 소누 수드 덕에 코로나 봉쇄로 발이 묶인 만 명이 넘는 인도 노동자들이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발리우드 스타 소누 수드(오른쪽)는 버스 수 백대를 빌려 코로나 봉쇄로 발이 묶인 노동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줬다. [트위터]

발리우드 스타 소누 수드(오른쪽)는 버스 수 백대를 빌려 코로나 봉쇄로 발이 묶인 노동자들을 집으로 돌려보내줬다. [트위터]

인도가 코로나 확산에 전면 봉쇄령을 내린 건 지난 3월 24일입니다. 갑작스러운 이동 제한에 고향을 떠나 외지에서 일하고 있던 노동자들은 꼼짝없이 발이 묶이게 됐습니다. 수백만 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이 코로나19에 일자리도 잃고,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난민 아닌 난민이 된 겁니다.

청룽(오른쪽)이 주연한 영화 '쿵푸 요가'에 출연했던 소누 수드(왼쪽) [유튜브]

청룽(오른쪽)이 주연한 영화 '쿵푸 요가'에 출연했던 소누 수드(왼쪽) [유튜브]

결국 이들이 택한 건 무작정 걷기. 수천 명이 집으로 가려는 일념에 1000㎞를 걷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희생자도 속출했습니다. BBC는 "100명 이상이 이동 중에 완전히 탈진해서 사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결국 인도 정부가 특별열차 편성에 나섰지만, 이들을 모두 실어나르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소누 수드는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수백㎞를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미 3월부터 소꿉친구인 니티 고엘과 함께 '코로나 봉쇄'에 고립된 사람들에 음식을 나눠주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처음엔 식료품 봉지 500개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4만5000명에게 매일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도 영화배우인 소누 수드가 코로나 봉쇄로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버스를 대절해 고향에 보내주는 자원봉사를 했다. [CNN 유튜브]

인도 영화배우인 소누 수드가 코로나 봉쇄로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버스를 대절해 고향에 보내주는 자원봉사를 했다. [CNN 유튜브]

음식 나눔으로 시작된 봉사가 수백 대의 '희망 버스'로 이어진 건 지난 11일부터입니다. 20여년간 배우로 활약하며 모은 사재를 털었습니다. 첫 버스가 출발하기 전, 그는 여행길이 순탄하길 바라며 코코넛을 도로에 내리치는 전통 의식을 열었습니다.

소누 수드의 선행을 기리는 팬들의 그림 선물이 SNS에 돌고 있다. [트위터]

소누 수드의 선행을 기리는 팬들의 그림 선물이 SNS에 돌고 있다. [트위터]

이후 지금까지 그의 도움으로 1만2000명이 무사히 고향에 돌아갔다고 합니다. 집에 도착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가족들과 찍은 사진을 올리는 이들도 많습니다.

지금도 그의 트위터에는 도움의 손길을 바라는 이들의 요청이 쇄도합니다. 그는 인도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마지막 한 사람까지 집에 돌아갈 때까지 이 일을 계속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인도인들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그를 칭송하는 패러디물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SNS에는 그가 슈퍼맨이 돼 버스를 힘껏 밀고 있는 이미지도 퍼지고 있습니다. "이 한장의 그림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는 말과 함께.

그의 선행을 감사하는 팬들의 그림. "이 그림 하나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는 말이 적혀 있다. [트위터]

그의 선행을 감사하는 팬들의 그림. "이 그림 하나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는 말이 적혀 있다. [트위터]

딸을 납치한 유괴범을 아버지가 혼내주는 영화 '테이큰'을 패러디한 것도 있습니다.

소누 수드를 영화 '테이큰'의 주인공으로 패러디한 사진. [트위터]

소누 수드를 영화 '테이큰'의 주인공으로 패러디한 사진. [트위터]

주인공(리엄 니슨 분)이 "네가 누군진 모르겠지만, 너를 찾아서 죽이겠다"는 복수의 대사는 "네가 누군진 모르겠지만, 난 너를 찾아서 집에 돌려보내 주겠어"라는 훈훈한 대사로 패러디됐습니다. "아들이 집을 나갔나요? 소누 수드한테 물어보면 찾아서 집에 돌려 보내줄 거예요"라는 글도 있습니다.

소누 수드의 버스 프로젝트에 감사를 표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영화에선 빌런(악당), 현실에선 영웅"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트위터]

소누 수드의 버스 프로젝트에 감사를 표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영화에선 빌런(악당), 현실에선 영웅"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트위터]

그의 영어 이름(SOOD)에 들어가는 알파벳 'OO'도 어느덧 자동차 바퀴로 바뀌었습니다.

참, 그의 선행은 하나 더 있습니다. 지난달 9일에는 자신이 뭄바이에 보유하고 있는 숙박시설을 "코로나 격무에 지친 의료진들이 쉬는 데 쓰라"면서 통째로 내줬습니다.

BBC는 "코로나19의 재난 속 수많은 극빈층이 방치된 상황에서 그의 선행이 많은 이들을 감동시켰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인도 현지에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대국민 연설에서 노동자들의 고통스러운 상황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란 반응도 나왔습니다. 온라인상에는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을 그가 대신 하고 있다"는 코멘트도 보입니다.

영화 속 악당이 현실의 영웅으로 등장한 '반전' 스토리도 대중의 열광을 끌어낸 배경으로 꼽힙니다. 아마도 현실에선 그 반대의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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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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