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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2 3연속골 안병준 “내 별명은 인민 호날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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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K리그2 득점 선두인 북한 축구대표 출신 재일교포 3세 공격수 안병준(수원FC). ‘근본이 준수하고 재주가 뛰어나다’라는 뜻으로 할아버지가 병준(柄俊)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김상선 기자

K리그2 득점 선두인 북한 축구대표 출신 재일교포 3세 공격수 안병준(수원FC). ‘근본이 준수하고 재주가 뛰어나다’라는 뜻으로 할아버지가 병준(柄俊)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김상선 기자

프로축구 수원FC 공격수 안병준(30)이 26일 K리그2(2부) 3라운드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그는 24일 충남 아산전에서 2골·1도움으로 5-0 대승을 이끌었다. 개막 후 세 경기 연속골로 득점 2위(4골)다. (대전 하나시티즌 안드레가 26일 5호골로 득점 선두로 올라섰다.)

재일교포 3세 북한축구대표 출신 #무회전 프리킥골, 3라운드 MVP #한국 국적 가족 수원 생활에 만족

안병준의 별명은 ‘인민 호날두’다. 9일 대전전에서 무회전 프리킥 골을 터트렸다. 준비 자세부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와 흡사했다. 앞에 ‘인민’이 붙은 건 그가 북한 축구대표 출신이라서다. 인공기를 가슴에 달고 북한 대표팀 경기에 9차례 출전했다. 재일교포 3세 안병준은 일본 J리그 가와사키, 구마모토 등에서 뛰었다. 2018년 12월 수원FC에 입단했다. 량규사, 안영학, 정대세에 이어 북한 축구대표 출신으로는 네 번째 K리거다.

26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안병준을 만났다. 억양에 한국말을 배운 일본인 느낌이 있었지만, 한국말을 잘했다. 자기소개를 부탁했다.

“음~, 애매한데.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제주도에 사셨고, 일본으로 건너가 우리 아빠를 낳았다. 난 일본에서 태어나 아빠를 따라 북한 국적을 취득해 조선 학교에 다녔다. 일본 학교와 축구 클럽은 일본 친구들과 다녔고, 대표팀은 북한으로 뽑혔고, 지금은 한국에서 뛰고 있다. 여권은 북한 여권이고, 한국 입국 땐 일회용 임시 패스포트를 쓴다. 나 같은 패턴은 드물다.”

프로축구 K리그2 수원FC 공격수 안병준. 김상선 기자

프로축구 K리그2 수원FC 공격수 안병준. 김상선 기자

안병준의 삶은 남북한과 일본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는 “가끔 차별이 있긴 했다. 그래도 세 나라에 잘해주는 분이 많았고, 나라마다 친한 친구도 있다. 특이하지만 남들이 못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K리그에서 그는 외국인 선수가 아니다. 우리 헌법은 북한 국적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 국적자를 외국인으로 보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K리그도 북한 국적 선수를 외국인 선수로 분류하지 않는다.

K리그 2년 차인 안병준은 지난해 무릎 부상 탓에 8골에 그쳤다. 김도균 수원 감독은 “빠른 공수 전환과 전방부터 압박 수비를 중시하는데, 최전방 공격수 병준이가 저돌적으로 잘해준다”고 칭찬했다.

2017년 12월1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 E-1챔피언십에서 한국 김진수와 북한 안병준이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12월1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 E-1챔피언십에서 한국 김진수와 북한 안병준이 공중볼을 다투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2007년 한국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 때 처음 북한 대표로 뽑혔다. 23살 때 성인 대표팀(A팀)에 발탁됐다. 평양에서 홈 경기도 해봤다. 그는 “김일성경기장에서는 몇만 명이 응원해줘 책임감이 컸다”고 말했다. 2017년 동아시안컵이 마지막이었다.

지금 같은 활약이라면 다시 인공기를 달 수도 있다. 안병준은 “다시 뽑히면 기쁘겠지만, 일단 수원에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남북한은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같은 조다. 그리고 한국 홈 경기가 남았다. 손흥민(토트넘)과 맞대결하는 그를 볼 수도 있다. 그는 “그 자리에 서봐야 기분을 알 것 같다. 손흥민은 내가 감히 평가할 선수가 아니다”고 말했다.

별명(인민 호날두)에 대해 안병준은 “고등학교 때부터 호날두와 피를로(전 유벤투스)의 무회전 프리킥을 보며 연습했다. 내 프리킥은 수비벽을 살짝 맞고 들어갔다. 별명이 영광스럽지만, 한국에서는 (지난해 유벤투스 방한 경기 노쇼 이후) 요즘 호날두를 안 좋아하지 않나. 나도 요즘은 레반도프스키(바이에른 뮌헨) 영상을 더 많이 본다”며 웃었다.

개막 후 3경기 연속골을 터트린 수원FC 공격수 안병준. [사진 프로축구연맹]

개막 후 3경기 연속골을 터트린 수원FC 공격수 안병준. [사진 프로축구연맹]

최근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동료들은 그를 ‘안새로이’라고 불렀다. 그는 손사래를 쳤지만, 드라마 주인공 박새로이(박서준)처럼 키도 크고(1m83㎝) 외모도 훈훈하다.

안병준은 한국 국적 재일교포 아내와 결혼했다. 두 아이는 한국 국적이고, 수원에서 함께 산다. 그는 “처음에 한국 구단에서 영입 제의가 왔을 때 놀랐다. 조선 학교에 다녀 의사소통도 되고, 호기심도 있었다. 아내가 ‘당신이 가겠다면 따라가겠다’고 했다. 난 아내와 아이를 위해 뛴다. 도쿄에서 살았는데, 수원은 진짜 좋다. 잘 온 거 같다. 아이들이 왕갈비탕을 좋아한다. 삶의 가치관과 폭도 넓어졌다”고 말했다.

수원=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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