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정희·차지철 쏜 김재규 평가 달라질까…유족, 재심청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0.26 사건 현장검증 하는 김재규. 중앙포토

10.26 사건 현장검증 하는 김재규. 중앙포토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한 10·26 사건과 관련해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유족인 여동생이 법원에 재심청구서를 접수했다. 사건 발생 41년 만이다.

김 전 중앙정보부장의 유족과 '김재규 재심' 변호인단(변호인단)은 26일 오전 서초동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최근 언론 보도에서 공개된 녹취록을 통해 보안사령부가 쪽지 재판으로 재판에 개입한 사실, 공판조서가 피고인들이 발언한 내용 또는 진행된 내용이 그대로 적혀 있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다"고 주장했다.

이어 "10·26 사건은 전대미문의 역사적으로 중대한 사건임에도 변호인 접견권 등 방어권을 행사할 겨를도 없이 속전속결로 재판이 진행됐다"며 "진실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재심 청구는 역사적인 평가에 앞서 사법적 정의를 찾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전 중앙정보부장은 1979년 10월 26일 서울 종로 궁정동 중앙정보부의 안전가옥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차지철 전 청와대 경호실장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발생 약 7개월 뒤인 1980년 5월 20일 김 전 중앙정보부장에 대한 교수형이 집행됐다.

유족의 재심청구과정에서 밝힌 '방어권 없이 속전속결로 재판이 진행됐다' 등 주장은 최근 JTBC가 군 관계자로부터 입수해 보도한 10·26 군사재판 녹취 자료를 통해 일부 전해진 바 있다.

녹취 자료에 따르면 당시 법정 증언을 적는 공판조서에는 김 전 중앙정보부장의 핵심 주장이 왜곡되거나 빠져 있었다는 내용이다. 또, 김 전 중앙정보부장은 박 전 대통령을 시해한 주요 이유로 부마항쟁 당시 박 전 대통령의 발포 명령 발언을 꼽았지만, 공판조서에는 해당 내용이 누락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김 전 중앙정보부장의 진술도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에 의해 가로막히거나 1심 재판 과정에서는 김 전 중앙정보부장의 부하들에 의해 강압적인 수사가 있었다는 증언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중앙정보부장의 유족은 입장문을 통해 "재심을 통해 궁극적으로 구하고자 하는 것은 판결이라기보다는 역사"라며 "재심 과정에서 10·26과 김재규라는 인물에 대한 역사적 논의의 수준이 진화하고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