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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산대 ‘폐교냐 정상화냐’ 최종 판단 교육부에 넘겨

중앙일보

입력

26일 부산 해운대구 동부산대학교 전경.송봉근 기자

26일 부산 해운대구 동부산대학교 전경.송봉근 기자

폐교 위기에 처한 동부산대학교를 인수하겠다고 나타난 느헤미야 법인 전 대표의 적격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동부산대 교수와 직원 대부분은 인수자 자격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총장 등 대학 집행부는 인수자의 자금 출처가 명확하지 않다며 반대하고 있다.

200억원 인수자로 나선 느헤미야 전 대표 자격 논란 #반대 측 “전신은 형제복지원…자금 출처 불명확” #찬성 측 “학교 정상화 꾀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 #교육부, 인수자 거절하면 동부산대 폐교 절차 돌입

 동부산대 이사회는 인수자 적격성을 두고 찬반 논란이 일자 교육부에 최종 판단을 맡기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이사회는 교육부에서 파견한 관선이사 7명으로 구성돼 있다.

 동부산대 홍수봉 교무처장은 “인수자의 재정기여금 출처와 현물 출자하겠다고 밝힌 ‘실로암의 집’에 법적 문제가 없는지 전문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교육부에 인수자와 관련된 모든 서류를 제출하고, 교육부의 판단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르면 6월 초, 늦어도 6월 중순쯤 1차 판단을 내리게 된다. 이후 사학분쟁조정위원회에서 최종 판단한다.

 동부산대를 인수하려면 잔고(184억원)증명서와 교육부 환원금액 25억7000만원 등 총 210억원이 필요하다. 184억원은 법인 전 이사들이 횡령한 액수다. 인수자로 나선 느헤미야 법인 전 대표인 A씨는 200억원 규모를 출자하겠다고 밝혔다. 95억원은 현금으로 나머지는 실로암의 집으로 현물 출자하겠다고 했다.

 동부산대 총장과 집행부는 A씨의 현금 출처가 불명확하고, 법인 대표로 있던 느헤미야의 전신이 형제복지원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다. 형제복지원은 1975∼1987년까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장애인·고아 등을 불법감금하고 강제노역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홍 처장은 “도덕적 지탄을 받을 수 있는 법인 대표를 인수자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현물 출자한다는 실로암의 집도 ‘셀프 매각’ 논란을 빚었다”고 지적했다.

 A씨에 따르면 실로암의 집은 2017년 매각 당시 공시가가 72억원에 달했지만, 법원 경매에서 수차례 유찰된 후 A씨가 이사로 있던 다른 장학재단에서 16억원에 사들였다. A씨가 3년 전에도 동부산대 인수자로 나섰다가 재정기여금의 잔고 증명을 하지 않아 탈락했던 점도 반대 이유로 꼽힌다.

26일 부산 해운대구 동부산대학교 정문 앞에 폐교를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송봉근 기자

26일 부산 해운대구 동부산대학교 정문 앞에 폐교를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송봉근 기자

 반면 교수 27명과 행정직원 17명은 A씨의 인수를 찬성하고 나섰다. 동부산대 최영곤 교수는 “형제복지원은 1987년까지 발생한 사건이고, A씨가 느헤미야 법인 대표를 맡은 것은 2014년”이라며 “형제복지원과 연계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실로암의 집을 셀프 매각했다는 논란에 대해 최 교수는 “2017년 느헤미야 법인을 정리할 때 부채가 많다는 이유로 매각과 경매를 십여 차례 거치면서 가격이 16억원까지 떨어졌다”고 해명했다. 이어 최 교수는 “인수자가 나타난 만큼 학교 정상화를 통해 교원 밀린 임금을 지불하고, 재학생이 무사히 교육 과정을 마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교직원 44명이 2년간 받지 못한 임금은 50억원에 달한다.

 1978년 설립된 동부산대학은 2012년 전임 총장이 학생 수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국가 지원금 25억원을 부정으로 받은 데 이어 2015년에는 재단 이사장과 사무국장이 80억원을 횡령했다. 이후 교육부가 파견한 임시 이사가 학교를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자진 폐교 의사를 교육부에 밝힌 동부산대는 올해 신입생을 받지 않았다. 현재 21개 학과에 550명이 재학 중이다. 오는 2학기부터는 학교 운영비가 없어 정상적인 수업이 불가능한 상태다. 교육부가 인수자로 A씨를 거절하고,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동부산대는 폐교 절차에 들어간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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