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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어금니 다 닳으면 일생 끝…코끼리도 사람도 씹어야 산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유원희의 힘 빼세요(25)

사람의 치아는 ‘이’라고 하지만 동물은 ‘이빨’이라고 한다. 사전에 보면 이빨은 이를 낮잡아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빨이라는 단어는 사자나 개 등 동물에 주로 쓰이는데, 간혹 사람에게도 이빨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나라 소설에 보면 사람의 이를 강하게 표현할 때 주로 이빨이라는 말이 등장하곤 한다.

-그녀가 희미하게 웃을 때, 입술 사이로 희끔한 이빨이 보였다. (문순태, 피아골)
-흰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고 수은이 입혀진 눈부신 색안경을 썼는데 연신 싱글거리는 이빨 가운데 금이빨이 번쩍였다. (황석영, 무기의 그늘)

또는 인터넷이나 일상에서 이빨을 속된 말로 사용하기도 한다. “쟤, 이빨 세”라고 하면 말투가 거칠다거나,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꾸며서 말한다거나, 말을 강하게 한다는 뜻이다.

육식동물의 경우 단단하고 날카로운 이빨을 이용해 먹잇감을 사냥한 뒤 피부를 뚫고 고기를 잘라 삼켜야 하기 때문에 주로 송곳니가 크고 뾰족하게 발달되어 있다. [사진 Pixabay]

육식동물의 경우 단단하고 날카로운 이빨을 이용해 먹잇감을 사냥한 뒤 피부를 뚫고 고기를 잘라 삼켜야 하기 때문에 주로 송곳니가 크고 뾰족하게 발달되어 있다. [사진 Pixabay]

이처럼 이빨이라는 표현은 다소 강한 어감을 주는데, 그 원인은 동물의 강한 치아를 ‘이빨’이라고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육식동물의 이빨은 초식동물보다 형태가 비교적 단순하다. 육식동물의 경우 단단하고 날카로운 이빨을 이용해 먹잇감을 사냥한 뒤 피부를 뚫고 고기를 잘라 삼켜야 하므로 주로 송곳니가 크고 뾰족하게 발달하여 있다. 영화 ‘쥬라기 월드’에 등장하는 공룡인 티렉스는 다른 공룡을 잡아먹는 최상위 포식자로 날카로운 이빨이 특징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늑대 또한 만만치 않다. 늑대를 만능 포식자라고 하는 이유는 긴 턱으로 사냥감을 빠르게 잡아채고 날카롭고 단단한 송곳니로 사냥감의 옆구리를 물어서 순식간에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늑대는 집단으로 사냥한다. 날카로운 이빨 여러 개가 단합해 공격을 퍼부으면 자신보다 덩치 큰 동물을 단시간에 제압하는 것도 가능하다.

반면 초식동물의 이빨 형태는 이보다 복잡하다. 초식동물은 식물을 앞니로 뜯고 어금니로 으깬 뒤 삼켜야 하기 때문에 앞니가 작고 납작하고 어금니는 납작하면서도 요철과 굴곡이 많은 게 특징이다. 기린이나 얼룩말, 염소 등 초식동물의 이빨을 보면 대부분 풀을 잘 뜯고 갈아 쉽게 소화할 수 있도록 발달돼 있다.

그러나 초식동물이라고 해서 모두 다 이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2년 전 7월에 아프리카 암보셀리 국립공원을 여행 중에 만났던 아주 온순한 초식동물인 코끼리는 흔히 상아라고 불리는 길고 뾰족한 앞니가 특징이다. 터스크(Tusk)라고 불리는 코끼리의 앞니는 매년 17cm씩 자라서 나중에는 걸어 다니는 것을 방해할 정도로 길어지기도 한다.

코끼리는 대부분 60세가 되면 어금니가 다 닳아서 더 이상 씹지 못하게 되어 굶어 죽는다고 한다. 코끼리도 그렇지만 우리 인간에게도 씹는다는 행위는 생사와 직결되는 중요한 활동임에 틀림이 없다. [사진 Pixabay]

코끼리는 대부분 60세가 되면 어금니가 다 닳아서 더 이상 씹지 못하게 되어 굶어 죽는다고 한다. 코끼리도 그렇지만 우리 인간에게도 씹는다는 행위는 생사와 직결되는 중요한 활동임에 틀림이 없다. [사진 Pixabay]

코끼리는 살아가는 동안 어금니를 여러 번 가는 다환치성(多換齒性) 동물이다. 2~3세 때 처음으로, 4~6세, 9~15세, 18~28세까지 네 번 어금니를 간다. 그리고 다섯 번째 치아로 보통 40세까지 지내고 이때부터 죽을 때까지 마지막 6번째 어금니로 연명하게 된다. 대부분 60세가 되면 어금니가 다 닳아서 더는 씹지 못하게 되어 굶어 죽는다고 한다. 거의 생을 마감할 때쯤이면 늪지로 움직여 그곳에서 일생을 마감한다고 하는데, 모든 이가 다 빠져 없어지는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고 한다.

다른 건강상의 문제가 아니라 어금니가 다 닳아 없어져 더는 씹지 못해 굶어 죽게 된다는 코끼리의 이야기를 들으며 ‘코끼리에게도 임플란트를 식립해주면 생명을 연장해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치과의사로서 조금은 엉뚱한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코끼리에게도 그렇지만 우리 인간에게도 씹는다는 행위는 생사와 직결되는 중요한 활동임에 틀림이 없다. 물론 우리 속담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는다’라는 말도 있지만 정기적인 치아 관리를 통해 건강한 치아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필요하다면 임플란트를 통해 건강한 저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건강한 저작 활동이야말로 장수의 또 다른 비결이라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기 바란다.

WY 치과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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