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맥캘란 마스터'가 왜 작은 위스키 증류소로 갔을까

중앙일보

입력 2020.05.26 11:00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70)

작년 여름, 스카치 위스키 업계에 놀라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맥캘란 증류소의 마스터 디스틸러, 닉 새비지(Nick Savage)가 블라드녹(Bladnoch) 증류소의 마스터 디스틸러로 임명됐다는 뉴스다. 디아지오와 윌리엄 그랜트 앤 선즈, 그리고 에드링턴이라는 굴지의 스코틀랜드 위스키 회사를 거친 그가 로우랜드(lowland)의 작은 증류소로 간 이유는 뭘까.

마침 지난 2월, 한 달에 한 번 위스키 모임을 열고 있는 천관호(판다곰) 씨가 블라드녹 위스키 시음회를 열었다. 10년부터 27년 숙성까지 총 6종류. 이 위스키를 마셔보면, 어렴풋하게나마 닉 새비지의 생각이 읽힐 것 같았다. 그리고 시음회에 앞서 블라드녹 증류소 마케팅 책임자, 윌 피치포스(Will Pitchforth)씨와 메일로 인터뷰도 했다. 아래는 인터뷰 일부.

6병의 블라드녹 싱글몰트 위스키. [사진 천관호]

6병의 블라드녹 싱글몰트 위스키. [사진 천관호]

Q. 새로운 마스터 디스틸러가 임명되었는데, 위스키 생산 방식에 변화가 있습니까?

A. 닉 새비지는 2019년 7월 1일, 블라드녹의 마스터 디스틸러로 임명되어, 열정적으로 위스키 제조에 임하고 있습니다. 현재 블라드녹 증류소는 확장이 완료되어, 이전보다 훨씬 커졌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모든 제작공정은 전통적인 기술을 사용합니다. 즉, 자동화도 없고, 원격 컴퓨터 제어도 없는 전통 그대로이며,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합니다.

Q. 일반적으로 로우랜드 몰트는 달고 부드럽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내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로우랜드 위스키는 모두 달콤하고 부드럽다’는 믿음은 어느 정도 각 증류소들이 갖는 마케팅 포인트에서 비롯됩니다. 하지만 로우랜드에서는 얼마든지 강렬하고 대범한 위스키를 만들 수 있고, 다른 지역에서도 얼마든지 부드럽고 달콤한 위스키를 만들 수 있지요. 우리가 사용하는 물, 위스키 숙성고, 위스키를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제작 방법은 로우랜드에서도 다른 곳과 다른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정 증류소의 위치보다, 제조공법과 숙성방법 등이 블라드녹과 다른 위스키의 차이점을 만듭니다.

블라드녹 위스키 스타일은 약간 풀잎의 느낌이 나고, 허브 향도 있으며, 초록색 과일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피트를 사용하지 않지만, 반드시 달콤하지만은 않은 것이 특징입니다.

블라드녹 싱글몰트 위스키. [사진 김대영]

블라드녹 싱글몰트 위스키. [사진 김대영]

블라드녹 위스키 시음회에서 마신 6병의 블라드녹 위스키는 1817년 세워진 증류소의 200주년 위스키였다. 블라드녹 삼사라(Samsara), 10년, 15년, 17년, 25년, 27년. 증류소에서 엄선한 캐스크로 만들어진 6병의 위스키는 모두 다른 향과 맛의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위스키는 로우랜드 몰트답게 부드러웠고, 어떤 위스키는 정반대로 강렬했으며, 또 어떤 위스키는 과일향이 강한 반면, 어떤 위스키는 캐스크의 탄닌감이 강조됐다. ‘블라드녹’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방향성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보다 다양한 개성을 표출해내고 싶어하는 느낌이었다.

6병의 위스키 중 가장 맘에 들었던 블라드녹 25년 포트 파이프 피니시. [사진 김대영]

6병의 위스키 중 가장 맘에 들었던 블라드녹 25년 포트 파이프 피니시. [사진 김대영]

다양성. 블라드녹 증류소의 200주년 위스키를 마신 뒤 떠오른 단어다. 급격한 수요 증가에 생산량을 늘리거나, 유행을 좇지 않고 블라드녹만의 색을 내는 것. 싱글몰트 위스키의 다양한 맛과 향을 소비자에게 전하는데 충실한 것. 닉 새비지는 블라드녹에서 대형 증류소가 시도하기 어려운 도전을 하려는 게 아닐까. 그가 일하던 곳보다 한참 아래에 있는 로우랜드의 끝에서.

위스키 인플루언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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