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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코로나…클럽 간 건 1020인데, 50대 이상 감염 28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일 서울 영등포구청 선별진료소에서 한 시민이 검사를 받기 위해 안내를 받고 있다. 뉴스1

20일 서울 영등포구청 선별진료소에서 한 시민이 검사를 받기 위해 안내를 받고 있다. 뉴스1

젊은층을 중심으로 시작됐던 서울 이태원 클럽 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중년·노년층까지 넓어지고 있다. 'N차 감염'이 이어지며 가족 등 접촉자를 중심으로 한 확진자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클럽 10·20대→부모, 조부모 등 감염 사례 지속 #지역사회 n차 전파에서도 중노년층 느는 양상 #6일 첫 확진자 이후 약 3주 뒤 6차 감염자 나와

25일에는 서울 구로구에 사는 77세 여성 A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구로구의 역학조사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0일 구로구 지인 집을 방문했고, 당시 84세 여성 B씨와 접촉했다. B씨는 지난 2일 이태원 클럽을 방문해 확진된 손자로부터 감염됐다. 결국 '이태원 클럽을 간 손자→80대 할머니(B씨)→70대 동네 할머니(A씨)'로 이어진 3차 감염이 발생한 것으로 구로구는 추정하고 있다.

이태원 클럽에 간 10·20대를 통해 부모와 조부모에게 코로나19가 옮겨진 경우는 이뿐만 아니다. 지난 20일 경북 성주군에 사는 60대 여성은 이달 초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10대 외손자와 만난 뒤, 지난 11일엔 80대 외할머니가 이태원 클럽을 갔었던 20대 손자를 만난 뒤 각각 확진됐다. 경기도 성남에선 50대 어머니가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20대 간호사 딸에게 감염된 사례가 나왔다.

중·장년층의 지역사회 감염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선 25일 오후 50대와 60대, 70대 각 1명씩 3명이 동시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인천 학원 강사발 5차 감염자인 61세 여성과 지난 17일 음식점 등에 함께 머물며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태원 클럽 젊은층→중년·노년층 감염 확산  

방역 당국은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이 젊은층에서 고령층으로 전파되는 양상을 가장 우려해왔다. 젊은층에 비해 면역력이 떨어지는 데다 기저질환 등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커 코로나19에 더 취약할 수 있어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5일 낮 12시 기준, 이태원 클럽 관련 총 누적 확진자는 237명이다. 연령별로 보면 19∼29세가 124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30대(35명), 40대(22명), 50대(16명), 60세 이상(12명)이다. 부모와 조부모 세대에 해당하는 '50대 이상'으로 보면 모두 28명이다. 40대 감염자수보다 많다.

감염경로로 따지면 클럽을 실제 방문한 확진자는 96명이다. 확진자 중 가족·지인·동료 등 접촉자(141명)가 오히려 더 많다. 2·3차 등 감염을 통해 코로나19에 걸린 것이다. 20~30대를 중심으로 시작됐던 클럽발 확산세가 중장년층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지점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20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본 브리핑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현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20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본 브리핑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현황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5월6일 첫 확진자 이후 6차 감염까지 발생

심지어 24일에는 이태원 클럽 발 6차 감염자까지 나왔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질병관리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이태원 클럽 발 5차 전파 사례가 7명, 6차 전파 사례도 1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6차 감염은 이태원 클럽을 갔던 20대 인천 학원강사에서 시작돼 '학원 제자→49세 택시기사 겸 사진사→57세 부천 라온부페 돌잔치 참석자 →이 참석자의 49세 직장 동료 →49세 남편(택시 기사)까지 전파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이태원발 6차 감염 사례를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서울시는 이태원발 6차 감염 사례를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20대 이하 사망자 0명 vs 50대 이상 262명

지난 6일 이태원 클럽 첫 확진자가 나온 후 3주 가까이 지역 사회 전파 등을 통한 추가 감염이 이어지면서 방역 당국도 좀처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중장년층으로 감염이 확산에는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확진자의 연령이 높아질 수록 치명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25일 0시 기준 코로나19 총 누적 확진자는 1만1206명.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로 따진 치명률이 80세 이상은 26.27%(129명)에 달한다. 70대(10.99%·79명)와 60대(2.83%·39명)의 치명률도 높은 편이다. 50대(0.75%·15명)를 비롯해 40대(0.20%·3명), 30대(0.16%·2명)의 치명률은 1% 아래로 뚝 떨어진다. 20대 이하 사망자는 현재까지 한 명도 없다.

정 본부장은 지난 브리핑에서 "코로나19는 정말 잔인한 바이러스"라며 "내가 감염될 경우 나와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큰 피해를 주며 시간이 지나 2차, 3차 감염으로 확산할 경우 공동체 전체에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도 이태원 클럽 관련 브리핑에서 "높은 치명률을 보이는 연령대에게 전파되는 것은 기필코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22일 밤 서울 광진구 건대 맛의 거리 일대에서 지역자율방재단과 재난구조협회 회원들이 '생활 속 거리두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이번 캠페인은 지난 11일 구성된 ‘유흥시설 특별대책추진단’ 활동의 일환으로, 이태원 클럽을 비롯해 노래방, 주점 등 유흥시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발생함에 따라 다중이용시설 이용 시 ‘생활 속 거리두기’ 실천을 권고하기 위해 마련됐다. 뉴스1

22일 밤 서울 광진구 건대 맛의 거리 일대에서 지역자율방재단과 재난구조협회 회원들이 '생활 속 거리두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이번 캠페인은 지난 11일 구성된 ‘유흥시설 특별대책추진단’ 활동의 일환으로, 이태원 클럽을 비롯해 노래방, 주점 등 유흥시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발생함에 따라 다중이용시설 이용 시 ‘생활 속 거리두기’ 실천을 권고하기 위해 마련됐다. 뉴스1

이에 따라 방역 당국은 증상이 없어 자신이 감염자인지 알기 힘든 학생과 젊은층에게 거리두기를 지키고 위생 수칙을 준수해줄 것을 강조했다.

지난달 코로나19에 확진됐다가 완치된 투병 생활을 유튜브에 공개해 화제가 된 대학생 이정환(25)씨도 "코로나19에 걸려보니 20대도 아파 죽을 것 같다"며 "부모님이나 고령의 가족이 걸리면 진짜 아파죽을 수 있다. 여러분 가족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걸 명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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