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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일본·유럽, "봉쇄·돈 모두 풀자"…경제 재개·경기부양책 동시 가동

중앙일보

입력

미국 경제 재개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골프를 즐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경제 재개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골프를 즐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마스크를 착용하면 들어올 수 없습니다.”

미국 켄터키의 한 편의점 입구에 붙어있는 안내문이다. 이 가게는 ‘마스크를 내리든지 아니면 다른 가게로 가라. (경제 재개에 반대하는) 앤디 베셔 주지사는 멍청이’라고 써 붙였다. 캘리포니아의 한 상점에도 ‘포옹은 되지만, 마스크 착용은 안 된다’는 안내문이 걸렸다.

'방역' 대신 '경제' 선택한 미국·일본·유럽 #美상점 입구에 "마스크 착용시 입장불가" #트럼프 "국민 위해 또 한번 나이스샷" 장담 #일본 25일 긴급사태선언 해제…2차 추경논의 #피해 컸던 스페인·이탈리아부터 경제재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3월 13일)한 지 두 달여 만에 경제를 재개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미국 50개 주(州)는 지난 20일(현지 시간)부터 사업장 폐쇄, 주민 이동, 모임 제한 등의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한 논의에 박차를 가해 대공황 수준의 경기침체 우려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자동차 제조업체 포드의 미시간주 공장에서 “국민을 돕기 위해 또 한 번 ‘나이스 샷’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추가 경기부양책 시행 가능성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같은 날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정치매체 더힐과 인터뷰에서 “추가 경기부양책이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몇 주간은 추가 법안 필요성과 규모 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22일 영국 런던 시내의 홍차 상점 포트넘 앤 메이슨에서 소비자가 쇼핑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22일 영국 런던 시내의 홍차 상점 포트넘 앤 메이슨에서 소비자가 쇼핑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심지어 재정부담을 이유로 추가 경기부양책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미치 맥코넬 공화당 상원 의원도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경기 부양책 발표가 그리 멀지 않았다”며 “가능한 많은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는 지난 3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3조 달러(약 3727조원)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통과시켰다.

미국이 두 달 만에 경제를 재가동하며, ‘방역’ 대신 ‘경제’를 택한 이유는 실물경제 악화에 따른 경기 침체를 더는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 2분기 성장률(연율 기준)은 -30%, 6월 실업률은 25%까지 거론되고 있다. 봉쇄조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 시민의 자유를 훼손하는 것은 미국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일본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경제 재개’와 ‘추가 부양책’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본 정부는 도쿄도와 주변 지바(千葉)현, 가나가와(神奈川)현, 사이타마(埼玉)현, 홋카이도(北海道) 등 5개 광역단체에 발령 중이던 긴급사태선언을 25일 전면 해제한다고 이날 아사히신문·NHK 등 일본 매체가 전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이날 오후 6시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긴급사태 해제 이유를 설명할 예정이다.

미국 콜로라도의 대형 슈퍼마켓 타겟에서 한 소비자가 마스크를 쓰고 장을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콜로라도의 대형 슈퍼마켓 타겟에서 한 소비자가 마스크를 쓰고 장을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추가 부양책도 곧 공개될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가 2차 보정예산(추가경정예산)의 사업 규모를 100조엔(약 1천153조원) 이상으로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일본 국회를 통과한 코로나19 대응 1차 추경예산의 사업 규모 117조엔에 맞먹는 수준이다. 이번 경기부양책은 영세사업자·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유럽에서는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각각 지난 2일과 4일에 외출 제한을 완화하면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제를 재가동하는 분위기다. 이미 4월부터 소규모 점포 영업 재개를 허용한 독일에서는 지난 6일 모든 상점이 문을 열었다. 음식점도 이달 안에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코로나19 충격으로 경제 피해를 본 유럽 국가를 돕기 위해 5000억 유로(약 667조원) 규모의 코로나19 회복 기금을 조성하자고 지난 18일 제안했다. 북유럽 회원국들이 반대하는 보조금 형식이지만, 독일이 나서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회원국들이 동의하면 EU 집행위원회가 유럽 채권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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