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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발 쥐나 골 못 넣을뻔"...조현우 뚫고 득점 이정협

중앙일보

입력

이정협이 우승 후보 울산을 상대로 부상 복귀골을 터뜨렸다. 이정협에게 일격을 당한 우승 후보 울산은 연승에 제동이 걸렸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이정협이 우승 후보 울산을 상대로 부상 복귀골을 터뜨렸다. 이정협에게 일격을 당한 우승 후보 울산은 연승에 제동이 걸렸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한 방에 날아갔습니다."

울산 국대급 수비 상대로 골 #탈장 수술 재활 거쳐 첫 선발 #"국대 동료 이청용 실력 감동" #개인 10골, 팀 1부 잔류 목표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 공격수 이정협(29)이 부상을 털고 화려한 복귀골을 터뜨렸다. 이정협은 24일 열린 2020시즌 K리그1(1부리그) 3라운드 울산 현대와 원정 경기에서 부산의 선제골을 터뜨렸다. 그는 후반 7분 페널티박스에서 김병오의 크로스를 가슴으로 받아 떨군 뒤,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김기희를 제치고 강력한 왼발 발리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울산의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도 꼼짝 못했다. 이정협의 활약을 앞세운 부산은 1-1로 비겼다. 국가대표급 전력으로 이번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울산은 개막 3연승이 좌절됐다.

경기 후 이정협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길 수도 있는 경기여서 아쉽지만, 실제로 해보니 울산은 정말 잘 하는 팀이다. 강팀을 상대로 원정에서 승점을 챙겨서 만족한다. 개인적으로는 오래만에 다시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어서 기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포츠 탈장 수술을 받고 재활을 거친 이정협은 "골을 터뜨리기까지 무척 초조했다"고 털어놨다. [연합뉴스]

스포츠 탈장 수술을 받고 재활을 거친 이정협은 "골을 터뜨리기까지 무척 초조했다"고 털어놨다. [연합뉴스]

이날 경기는 이정협의 시즌 첫 선발 출전이었다. 지난 2월 부상으로 수개월간 재활을 거치느라, 남들보다 그라운드를 늦게 밟았다. 그는 동계훈련 중 스포츠 탈장으로 독일 뮌헨으로 건너가 수술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리그 개막이 두 달 이상 미뤄지면서 회복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이정협은 "힘을 보태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뛰지 못해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남들은 운동하는데, 그러지 못해 혼자 초조하고 스트레스도 많았다"고 털어놨다.

오랜 재활을 거친 그는 16일 전북 현대전에서 컨디션 점검차 후반 32분 교체 투입돼 컴백을 알렸다. 그는 "울산전에서 시즌 첫 선발 출전이 확정됐을 때도 강팀을 상대로 골을 넣어야 한다는 부담보다는 다시 뛸 수 있다는 설렘이 더 컸다"고 했다. 사실 그는 이날 골맛을 못 볼 뻔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양발에 쥐가 나 벤치에 교체를 요청하려 했다. 그런데 마침 수비수 박준강(29)도 다리에 무리가 왔다. 교체 카드가 두 장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이정협은 끝까지 뛰기로 마음 먹었다. 이정협은 "몸 상태가 좋을 때가 10이면, 지금은 8~9쯤 된다.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중이니, 더 기대해달라"고 설명했다.

11년 만에 국내로 돌아온 울산 미드필더 이청용(32)에 대해선 '클래스가 다르다'고 평가했다. 이정협은 "(이)청용이 형과는 대표팀에서 함께 뛴 적은 많지만, 상대팀에서 맞붙은 건 처음이다. 대표팀에서도 느꼈지만, 볼 터치와 여유있는 플레이는 보통 선수와 달랐다. 괜히 '이청용'이 아니다. 감탄했다"고 말했다.

이정협은 '군데렐라' 시절을 넘어 제2의 전성기를 꿈꾼다. 중앙포토

이정협은 '군데렐라' 시절을 넘어 제2의 전성기를 꿈꾼다. 중앙포토

이정협은 한때 한국 축구의 간판스타였다. 2016년 이전의 일이다. 2014년 울리 슈틸리케(독일) 전 대표팀 감독에게 발탁된 그는 2015년 호주 아시안컵에서 3골로 한국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같은 해 중국 우한 동아시안컵에서도 주전으로 뛰며 우승에 힘을 보탰다. 당시 상주 상무의 무명 공격수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팬들은 그를 ‘군(軍)데렐라(군인+신데렐라)’로 불렀다. 하지만 2015년 막판 부상과 슬럼프가 겹치며 부진하다 지난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정협은 한 시즌 개인 최다골 기록(13골)을 세우며 K리그2(2부리그) 부산을 2015년 이후 5년 만에 K리그1으로 올렸다.

그는 올 시즌 화려한 부활을 꿈꾼다. 1부리그에서 소속팀 부산과 자신의 상승세를 함께 이끈다는 각오다. 이정협은 "우리 팀이 어렵게 1부로 돌아온 만큼 강등되지 않는 게 최우선이다. 개인적으로는 군데렐라 시절은 잊었다. 10골 이상을 넣어 다시 한 번 인정받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탓에 축구팬들이 경기장을 찾지 못하는 건 너무 아쉽다. 선수도 관중도 즐겁게 축구를 즐기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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