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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인테리어 부실공사 해놓고 추가비용 내래요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손유정의 알면 보이는 건설분쟁(7)

조반이씨는 40년 이상이 된 아파트를 매수할지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조씨의 자녀들은 아파트 매입에 반대하며 신축 건물에 거주하는 것을 추천했지만, 조씨는 투자가치가 있다며 매입을 강행했습니다. 다만 오래된 부엌·화장실·창호 등은 전부 인테리어 공사를 한 뒤 입주하기로 했습니다.

조씨는 여러 인테리어 업체에 견적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던 중 A업체는 마침 같은 동 803호에 이중창 공사·대리석벽시공·화장실 리모델링 공사를 했다며, 그곳을 둘러볼 것을 권유했습니다.

오래된 아파트를 매입해 A업체에 리모델링 공사를 맡긴 조 씨. 그런데 공사 이후 곰팡이가 발견되고 얼마지나지 않아 창이 기울어졌는데도 A업체는 하자가 없다며 추가 비용을 요구해왔다.[사진 pxhere]

오래된 아파트를 매입해 A업체에 리모델링 공사를 맡긴 조 씨. 그런데 공사 이후 곰팡이가 발견되고 얼마지나지 않아 창이 기울어졌는데도 A업체는 하자가 없다며 추가 비용을 요구해왔다.[사진 pxhere]

조씨는 803호 아파트를 방문한 뒤 A업체에게 아파트 전체의 창호공사 견적을 요청했고, 철거비·샤시·유리창 등의 자재비와 시공비 견적을 받은 후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기존 창호 철거과정에서 천장 부분이 심하게 긁혀 훼손되었을 뿐만 아니라, 철거 이후 납품된 창호자재는 803호에 설치된 A사가 아니라 B사의 것이었습니다. 조씨는 바로 공사를 중단시킨 후 업체 사장에게 항의했습니다. 그러나 업체 사장은 계약 시 견적은 B사 제품으로 내었다고 하면서 A사 창호를 설치하려면 추가비용이 든다고 했습니다. 이에 조씨는 업체가 제시한 금액을 조율해 200만 원을 더 지급하고, A사의 창호를 사용하는 것으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창호공사가 완성된 이후 비가 오면 방에서 퀴퀴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더니, 창문 부근 벽지 위로 곰팡이가 발견됐습니다. 또한 시공한 지 6개월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거실의 창 한쪽이 아래로 기울어져 다른 창과 잘 맞지 않았습니다. 조씨는 업체에 항의했지만, 오히려 업체는 창호시공 자체에는 하자가 없다고 주장하며 추가 보수비용을 요구했습니다. 조씨는 수차례 항의했고, 더 이상 시공업체를 신뢰할 수 없어 다른 업체에 하자보수를 맡기게 됐습니다.

최근 인테리어 공사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에 관한 분쟁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도배, 타일 등 간단한 실내건축공사에서부터 시작해 베란다 확장, 바닥공사, 창호공사에 이르기까지 공사규모와 자재에 따라 공사금액이 건물 한 채의 건축공사와 맞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간단한 인테리어 공사라고 해서 구두로만 계약을 체결하고 공사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향후 분쟁이 생겨 적절하게 대응하기가 어렵습니다.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필수적이고, 공사계약서에는 기본적으로 공사금액, 공사기간, 공사내용, 하자보수에 관한 내용이 있어야 합니다. 즉 공사가 언제 착공되어 언제 완성되는 것인지, 자재의 구체적인 모델명이 명기되어 있는지, 계약금·중도금·잔금은 언제 어떻게 지급하는지를 정하는 것은 공사계약의 기본적인 내용입니다. 이에 더해 도면, 내역서, 사진 등을 첨부해 공사 내용을 상세화하는 것이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실내건축·창호 공사 표준계약서’를 제정해, 계약체결시 이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창호, 대리석과 같은 고가의 자재는 제조사, 제품명, 규격, 색상을 계약서에 상세하게 기재해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인테리어 업체에서 모델하우스나 시공사진을 보여주고 그와 같이 시공을 하기로 정하는 경우도 빈번한데, 이러한 내용이 계약서에 반영되지 아니하면 다툼이 발생하곤 합니다.

조씨는 인테리어 업체의 소개로 803호를 방문해 A사의 창호가 설치되어 있던 것을 확인했기에 인테리어 공사계약 체결 때 ‘803호처럼 해주세요’라고 언급했으나, 이 부분이 계약서에 반영이 안 됐습니다.

인테리어 업체에서 모델하우스나 시공사진을 보여주고 그와 같이 시공을 하기로 정하는 경우도 빈번한데, 이러한 내용이 계약서에 반영되지 아니하면 다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진 pxhere]

인테리어 업체에서 모델하우스나 시공사진을 보여주고 그와 같이 시공을 하기로 정하는 경우도 빈번한데, 이러한 내용이 계약서에 반영되지 아니하면 다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사진 pxhere]

시공된 사진이 계약서에 첨부되거나, 계약서에 ‘803호에 설치된 창호와 동일한 자재로 시공할 것’이라는 문구가 있거나 A사의 모델명이 기재되어 있었다면 다툼의 소지가 적었을 것입니다. 이같은 사항이 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었는지가 다투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중요한 사항은 계약체결시 명확하고 상세하게 정해야 합니다.

계약체결 이후 시공과정에서도 자재가 제대로 반입되었는지, 시공이 제대로 되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하자가 발생한 경우나 시공업체에서 하자보수에 응하지 않고 과도한 보수비용을 요구할 경우, 다른 업체에 하자보수를 맡긴 후 시공업자에게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배해상청구를 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인테리어 업체를 상대로 소를 제기해야 하고, 하자보수비용을 산정하기 위해 감정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하자를 보수하기 이전 하자 부분의 사진, 동영상, 견적서 등을 준비해 소송에 대비해야 합니다.

조씨는 소송자료를 충실하게 준비해 인테리어 시공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조 씨는 소송과정에서 감정을 거치기 이전에 전문심리위원의 조정절차를 통해 조정이 성립됨에 따라 이에 관한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었습니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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