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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휠체어 탄 친구, 유모차 탄 동생도 평탄하게 자연과 만나고 신나게 놀아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추현준·김다은·백채희(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서울어린이대공원 ‘꿈틀꿈틀 놀이터’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추현준·김다은·백채희(왼쪽부터) 학생기자가 서울어린이대공원 ‘꿈틀꿈틀 놀이터’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소중 친구들은 공중화장실서 세면대에 손이 닿지 않거나 엘리베이터의 높은 층 버튼을 누르지 못해 곤란했던 경험이 있나요? 대부분의 공공시설이 성인을 기준으로 만들어져 체구가 작은 아동뿐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노인·장애인·임산부 등은 일부 시설을 이용하며 불편함을 호소하곤 하죠. 이러한 사회적 약자를 가로막는 물리적·심리적 장벽을 제거하는 운동이 바로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입니다. ‘장벽이 없다’는 뜻으로, 1974년 국제연합 장애인생활환경전문가회의에서 ‘장벽 없는 건축 설계(Barrier Free Design)'에 관해 논의하며 건축학 분야에서 시작됐죠. 스웨덴·미국 등을 중심으로 고령자·장애인도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건물을 지을 때 문턱을 없애자는 운동이 퍼졌고요. 현재는 물리적인 걸 넘어 자격·시험 등을 제한하는 제도적·법률적 장벽, 각종 차별과 편견 등 마음의 벽까지 허물자는 의미로 확대되고 있어요. 우리말로는 ’무장애(無障碍)‘라고 합니다.

서울어린이대공원 시설팀 손성일 팀장이 무장애 통합정원 ‘꿈나래 정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어린이대공원 시설팀 손성일 팀장이 무장애 통합정원 ‘꿈나래 정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가 가진 장벽을 낮춰주는 무장애 시설이 늘어날수록 모두가 살기 좋은 사회에 가까워지겠죠. 서울시 광진구에 위치한 서울어린이대공원에 ‘무장애 통합정원’이 생겼다고 해 소중 학생기자단이 직접 취재에 나섰습니다. 서울어린이대공원 시설팀 손성일 팀장과 김계영 차장이 김다은·백채희·추현준 학생기자를 반갑게 맞았어요. “모두를 위한 꿈나래 정원에 온 걸 환영해요.” ‘꿈나래 정원’이라는 이름은 지난 4월 무장애 통합정원 명칭 공모 이벤트를 통해 선정됐어요. ‘날개’를 뜻하는 순 우리말 ‘나래’를 활용한 명칭으로, ‘장애·비장애 어린이 모두의 꿈을 날개처럼 활짝 펼칠 수 있는 정원’이라는 뜻이죠.

가장 먼저 눈에 띈 특징은 바로 단차 없는 보도였어요. 꿈나래 정원 입구부터 구석구석까지 모든 길이 평지로 이어져 있었죠. “단차 없는 보행 접근로는 무장애 시설의 기본이자 핵심이에요. 무장애 정원에서는 보행로뿐 아니라 곳곳에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을 찾아볼 수 있어요. 성별·연령·국적·문화적 배경·장애에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을 말합니다. 여러분이 무심코 스쳐 지나갔던 곳에서도 쉽게 유니버설 디자인을 찾아볼 수 있어요. 지하철 내 다양한 높낮이의 손잡이, 휠체어 탑승이 용이한 저상버스, 경사로 등이 그 예죠.”

꿈나래 정원 높임 화단에 조성된 허브 향을 맡고 있는 학생기자단의 모습.

꿈나래 정원 높임 화단에 조성된 허브 향을 맡고 있는 학생기자단의 모습.

보행로를 따라 정원으로 들어가자 일반 화단보다 높게 꾸며진 화단이 보였어요. 장애인·고령자·임산부·영유아를 동반한 자·어린이 등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교통약자도 가까이에서 꽃과 나무를 느낄 수 있도록 조성된 높임 화단이었죠. 휠체어 높이에 맞게 조성돼 휠체어에 앉은 상태 그대로 꽃향기를 맡고 식물을 관찰할 수 있답니다. 학생기자단도 허리를 살짝 굽히고 향기를 만끽했어요. 화단 사이사이 위치한 꽃향기 나팔관을 통해 다양한 허브 향을 맡을 수 있었죠. 다은 학생기자가 “쭈그려 앉지 않고도 가까이에서 꽃을 관찰할 수 있어 좋아요”라고 말했어요.

꿈나래 정원의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식물 학습 공간. 촉각을 통해 다양한 나뭇잎의 질감을 느낄 수 있다.

꿈나래 정원의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식물 학습 공간. 촉각을 통해 다양한 나뭇잎의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손 팀장이 “후각을 이용해 자연을 만끽했다면 이번엔 촉각으로 느껴볼까요?”라며 세 사람을 이끌었어요. 단풍잎·은행잎·솔잎 등 다양한 나뭇잎 모형이 새겨진 원형 기둥이 가득한 곳이었죠. “눈을 감고 잎들을 만져보세요. 어떤가요?” “나뭇잎마다 느낌이 달라요” 현준 학생기자가 답했어요. “맞아요. 이곳은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식물 학습 공간이에요. 이 기둥들은 실제 식물의 질감과 유사하게 만든 나뭇잎 촉각 설명판입니다. 손 끝으로 만져 나무 이름과 잎의 특징을 느낄 수 있죠. 메타세콰이어잎은 단단하고 뾰족한 느낌이고요. 은행잎 모형에서는 넓게 퍼진 부채꼴 모양의 줄기가 느껴진답니다.”

스테인리스 봉이 설치된 소리 정원에 바람이 불면 은은한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시각장애인도 바람의 모양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작됐다.

스테인리스 봉이 설치된 소리 정원에 바람이 불면 은은한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시각장애인도 바람의 모양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작됐다.

그때 은은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어요. 소리정원에서 들려오는 소리였죠. 크기가 다른 스테인리스 봉이 설치돼 바람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장소예요. 바람이 불자 실로폰을 떠올리게 하는 영롱한 연주가 시작됐습니다. “약한 바람에는 소리가 나지 않아요. 너무 시끄러울 수 있거든요. 때마침 적당한 바람이 불고 있네요. 소리정원 역시 시각장애인을 위한 공간이에요. 바람에 흔들리는 꽃, 나무를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 소리를 듣고 바람의 모양을 느낄 수 있죠.”

서울어린이대공원 꿈틀꿈틀 놀이터 전경.

서울어린이대공원 꿈틀꿈틀 놀이터 전경.

꿈틀꿈틀 놀이터의 조합 놀이대. 완만한 경사로가 이어져 유모차나 휠체어를 탄 채로 이동할 수 있다.

꿈틀꿈틀 놀이터의 조합 놀이대. 완만한 경사로가 이어져 유모차나 휠체어를 탄 채로 이동할 수 있다.

정원을 둘러본 학생기자단은 서울어린이대공원의 또 다른 무장애 통합시설인 ‘꿈틀꿈틀 놀이터’로 향했습니다. ‘어린이들이 꿈틀꿈틀 몸을 움직이는 놀이터’ ‘모든 아이의 꿈을 담은 틀’이라는 뜻으로, 장애·비장애 어린이 모두 차별·제한 없이 마음껏 상상하고 활동하며 재미를 나누는 곳이죠. 학생기자단이 가장 먼저 체험한 기구는 조합 놀이대입니다. 휠체어 장애 아동의 경우 보호자가 아동을 안고 계단을 오른 뒤 미끄럼틀까지 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데요. 조합 놀이대는 완만한 경사로로 이어져 유모차나 휠체어를 탄 상태로도 이동할 수 있죠. 채희 학생기자가 “통로가 넓고 경사가 높지 않아 휠체어를 탄 친구와 함께 놀기 좋아요”라고 했어요.

세 학생기자가 휠체어 장애인과 함께 탑승할 수 있는 회전무대를 체험하고 있다.

세 학생기자가 휠체어 장애인과 함께 탑승할 수 있는 회전무대를 체험하고 있다.

“이 기구는 회전무대예요. 흔히 ‘뱅뱅이’라고도 하는데요. 일반 놀이터의 회전무대와 달리 단차가 없고 휠체어를 위한 공간이 존재하죠. 평지와 같은 높이로 만들어져 휠체어나 유모차를 탄 어린이도 쉽게 기구 안으로 진입할 수 있어요. 휠체어 칸막이에 들어가면 아무리 세게 회전무대를 돌려도 떨어지거나 밀리지 않는답니다.” 현준 학생기자가 직접 휠체어를 위한 공간에 들어갔어요. 다은·채희 학생기자가 온 힘을 다해 회전무대를 돌려도 끄떡없었죠.

등받이와 안전 벨트가 구비된 카시트형 그네를 타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등받이와 안전 벨트가 구비된 카시트형 그네를 타고 있는 소중 학생기자단.

이어 독특한 모양의 그네가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등받이에 안전벨트까지 달린 카시트형 그네인데요. 꿈틀꿈틀 놀이터에서 가장 인기 많은 기구래요. 줄을 꼭 쥐거나 중심을 잡기 힘든 어린이도 안전하게 앉아서 탈 수 있답니다. 세 사람이 차례로 그네에 앉았어요. 엉덩이가 쏙 들어가도록 설계돼 안정감 있고, 벨트 덕에 떨어질 위험도 없다는 평이 나왔죠. 이외에도 휠체어를 탄 어린이도 자유롭게 이동하며 모래놀이를 할 수 있는 모래 놀이 벽, 이동과 활동이 편리하도록 고무 매트가 깔린 미니 암벽 등 놀이터 곳곳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꿈틀꿈틀 놀이터의 모래놀이 벽에는 받침대와 문이 있어 휠체어를 탄 어린이도 자유롭게 이동하며 모래놀이를 즐길 수 있다.

꿈틀꿈틀 놀이터의 모래놀이 벽에는 받침대와 문이 있어 휠체어를 탄 어린이도 자유롭게 이동하며 모래놀이를 즐길 수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7년 교통약자 이동 편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교통약자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28.9%에 달합니다. 국민 10명 중 3명이 이동권의 제약으로 인해 일반인이 아무렇지 않게 누리는 제반시설에서 소외되는 거예요. 배리어 프리는 사회적·교통약자의 물리적·심리적 장벽을 허물고 모두가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죠. 소중 친구들도 주변에 숨어있는 유니버설 디자인·무장애 시설을 한 번 찾아보세요. 우리가 당연하게 누려왔던 환경에서 작은 차이점을 발견하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배리어 프리 운동에 동참할 수 있답니다.

글=박소윤 기자 park.soyoon@joongang.co.kr, 사진=이원용(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다은(경기도 배곧해솔초 6)·백채희(경기도 수원금호초 6)·추현준(경기도 다원초 6) 학생기자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무장애 통합시설을 경험해본 후 배리어 프리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어요. 특히 비장애인과 사회적 약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무장애 통합놀이터가 인상 깊었습니다. 앞으로 무장애·유니버설 디자인 등에 대해 더 공부해보고 싶어요. 김다은(경기도 배곧해솔초 6)

평소 장애인이 겪는 불편함이나 어려움에 대해 잘 알지 못했어요. 하지만 이번 취재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회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모두에게 장벽이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백채희(경기도 수원금호초 6)

무장애 통합정원에 들어간 순간 편안한 느낌이 들었어요. 꿈나래 정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설은 소리정원이에요. 시각장애인이 귀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장애인을 세심하게 배려한 시설이 정말 많았는데요. 친구들과 또 놀러 오고 싶어요. 추현준(경기도 다원초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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