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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1000억 달러, BAT의 B 자리 빼앗은 회사

중앙일보

입력

BAT

중국 3대 인터넷 기업을 지칭하는 용어다. 바이두(Baidu),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의 영문 첫 자를 따서 이같이 불러왔다. 그런데 최근 견고하던 BAT의 아성을 위협하는 기업이 생겨났다. 설립 8주년을 맞이한 바이트댄스(字节跳动 ByteDance)다. 공교롭게도 이니셜 첫자가 B인 이 회사는 마침 검색 엔진 시장에 발을 들여놓으며 BAT의 B, 그러니까 바이두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틱톡 모회사 바이트 댄스, 바이두 자리 위협 #올해 설립 8주년, 온라인 교육 등 사업 확장

'바이트댄스'라 하면 아직까지 생소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쇼트클립 앱 '틱톡(TikTok, 抖音의 글로벌판)'은 모르는 사람이 드물다. 바이트댄스가 바로 이 틱톡을 만든 회사다. 2017년 인공지능 추천을 내세운 뉴스앱 터우탸오로 중국 시장에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더니, 최근 1-2년 사이 쇼트 클립 앱 틱톡으로 글로벌 시장에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사진 huxiu]

[사진 huxiu]

지난 2012년 탄생한 바이트댄스는 현재 기업가치가 1000억 달러(약 122조 67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알리바바 산하 앤트파이낸셜(蚂蚁金服)에 이어 두번째로 가치가 높은 중국 유니콘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이다.

바이트댄스가 설립 8년 만에 이같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터우탸오와 틱톡의 덕이 크다.

뉴스정보앱 터우탸오는 인공지능 기반 뉴스 추천 앱으로서, 기존의 뉴스 정보 앱 생태계를 완전히 뒤바꿔버린 히트 상품이다. 지난 2017년 설립 5년 만에 바이두를 제치고 뉴스 정보 앱 부문 1위를 꿰찼다. 쇼트클립 앱 틱톡은 누구나 쉽고 부담없이 만들 수 있는 짧은 동영상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2016년 9월 출시된 더우인은 1년 만에 중국 국내 시장을 장악했으며, 더우인의 글로벌판 틱톡은 2020년 5월 현재 다운로드수 20억 회를 돌파했다.

2020년, 설립 8주년을 맞이한 바이트댄스는 올 들어 공격적인 사업 확장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이관(易观)의 애널리스트 푸뱌오는 스다이차이징(时代财经)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바이트댄스는 터우탸오와 틱톡이라는 히트 상품을 내놓았다”며, “기업의 가치상승에 따른 매출 및 성장 압박을 받는 바이트댄스는 또 한번 센세이션을 일으킬만한 새로운 제품이 필요하다.”고 바이트댄스의 지식검색 시장 진출 배경을 분석했다.

바이트 댄스가 최근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크게 1)검색 엔진, 2)온라인 교육, 3)롱 클립(긴 동영상, 쇼트 클립의 반대 개념)이다. 기존 뉴스정보앱, 쇼트 클립앱의 분야를 확장하는 것이면서, 코로나 발발 후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바이트댄스 주요 투자유치 현황 [표제작 차이나랩, 출처 중국 매체 종합]

바이트댄스 주요 투자유치 현황 [표제작 차이나랩, 출처 중국 매체 종합]

1. 지식 정보+검색 엔진  

지난 4월 30일, 바이트댄스는 지식검색 사이트 터우탸오바이커(头条百科) 알파버전을 출시했다. 올해 1월 기준, 터우탸오바이커에는 1800만 개 이상의 검색어가 등록돼 있으며, 카테고리는 인물, 과학, 자연, 문화, 연예 등으로 나뉘어 있다. 학술적 내용 외에 이슈 추적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바이트댄스가 검색 엔진을 정식 출시 했을 때, 대중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았다. 바이두 천하의 중국 검색엔진 시장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이와 관련해 터우탸오 CEO 주원자(朱文佳)는 “포털 검색 사업을 하는 것은 이용자의 수요를 보다 잘 충족시키고 그들이 더 쉽게 정보를 획득할 수 있도록 한다는 사명에서 기반한다”고 밝혔다.

바이트댄스 창립자 장이밍(张一鸣)이 창업 전 검색 사이트를 거쳐왔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바이트댄스는 올해(2020년) 2월, 안드로이드 앱스토어에 터투탸오 검색(头条搜索) 앱을 출시했으며, 이어 3월 말에는 터우탸오 백과(头条百科) PC판을 선보이며 검색 엔진 영역 진출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가장 최근인 5월 15일에는 중국 최대 전문 의학 지식 플랫폼 바이커밍이왕(百科名医网)을 인수한 바 있다.

[사진 news.zol.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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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동영상(롱 클립)

5월 19일, 중국 매체들은 바이트댄스가 디즈니의 임원 출신 케빈 메이어(Kevin Mayer)를 영입했다고 보도했다. 케빈 메이어는 오는 6월부터 바이트댄스 COO겸 틱톡 CEO로 일하게 된다. 동영상 스트리밍 및 콘텐츠 시장을 향한 바이트댄스의 야심을 보여주는 사례다.

앞서 2020년 춘제(중국의 음력 설) 당일, 바이트댄스는 0시에 산하 모든 플랫폼에서 영화 ‘중마(囧妈)’를 무료로 배포했다. 바이트댄스가 환시촨메이(欢喜传媒)에 투자함에 따라 이뤄진 결과로 바이트댄스가 약 6억 3000만 위안을 지불했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이 소식은 업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쇼트 클립(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으로 세계를 장악한 바이트댄스가 롱 클립(긴 동영상) 업계에 발을 들인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2020년 4월 말 기준, 틱톡의 다운로드수는 20억회를 넘어섰다.

이후 바이트댄스의 행보는 이 같은 추측에 확신을 더해주었다. 3월 20일, 영화 다잉자(大赢家)가 바이트댄스 산하 모든 플랫폼에서 무료로 상영됐다. 같은 달 코믹 동영상 채널이 바이트댄스 산하 플랫폼에 잇따라 추가됐다. 향후 바이트댄스는 영화와 코믹영상에 주력해 롱 클립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 news.zol.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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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온라인 교육

온라인 교육은 가장 대표적인 코로나 수혜 업종 중 하나다. 바이트댄스도 최근 이 분야에 물적 인적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3월 12일, 장이밍(张一鸣) 회장은 바이트댄스 창립 8주년 기념일에 ‘온라인 교육’을 새로운 전략적 중점사업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이튿날 바이트댄스 고급부총재 천린(陈林)은 연내 교육부문 1만 명 채용 계획을 알렸다.

교육 사업을 위한 회사도 설립했다. 같은 달 17일 설립된 베이징 보쉐후롄자오위커지(北京博学互联教育科技)라는 회사가 바이트댄스의 자회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에 따르면, 바이트댄스는 이밖에 매출 규모 1억 위안 상당의 온라인 교육기관과 접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 기반을 확장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가장 최근에는 산하 인공지능(AI)학습 앱 ‘과과룽잉위(瓜瓜龙英语)’를 출시했다.

[사진 news.zol.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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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바이트댄스가 뉴스정보앱 터우탸오로 처음 이름을 알렸을 때부터 업계에서는 바이두(百度)와의 경쟁에 주목했다.

처음에는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라 했지만, 터우탸오는 인공지능 기반 추천형 서비스를 바탕으로 일찌감치 바이두를 제치고 뉴스정보 앱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최근 검색 엔진부문까지 진출한 터우탸오의 기세는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의 B가 바이두에서 바이트댄스로 교체될 것이라는 세간의 관측에 좀 더 힘을 실어준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바이두가 아니다. 바이두는 지난 2017년을 기점으로 인공지능 회사로의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지난 2015년, ‘3년 내 상용화, 5년 내 양산’이라는 무인차(자율주행차) 개발 계획을 발표한 바이두는 중국 최초 상용 무인버스 아폴로(阿波龙 Apollo)를 개발한데 이어 인공지능 칩 ‘쿤룬(昆仑)’을 차례로 선보였다. 더이상 검색엔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인식한 바이두는 미래 먹거리 인공지능으로 눈을 돌려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사진 터우탸오-바이두 모바일 앱 화면 캡쳐]

[사진 터우탸오-바이두 모바일 앱 화면 캡쳐]

2020년 현재 바이트댄스의 시장 가치는 약 1000억 달러, 바이두가 18년이 걸린 일을 단 7년 만에 이뤘다. (바이두의 시가총액은 2020년 1월 500억 달러 수준이었다가 5월 372억 달러로 하락했다) 바이두와 바이트댄스의 세대교체는 모바일인터넷 및 동영상 시대로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바이트댄스는 인공지능, 모바일, 동영상이라는 최신 트렌드의 집합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바이트댄스는 뉴스정보앱 터우탸오로 중국 시장을, 뮤직 쇼트클립앱 틱톡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 향후 검색 엔진, 동영상 콘텐츠, 온라인 교육 사업에서의 성공 여부는 바이트댄스가 진정한 '중국판 구글'로 거듭나는 관문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영원한 일등은 없다. BAT의 B는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중국 IT업계의 변화를 읽는 관전 포인트다.

차이나랩 홍성현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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