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협 창립멤버 "입장문 동의, 윤미향 보호하겠단 것 아냐"

중앙일보

입력 2020.05.25 07:00

업데이트 2020.05.25 07:11

지난 7일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이후 정의연과 그 전신인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외희) 전직 정의연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을 향한 의혹은 계속 곁가지를 쳐가고 있는 중이다. 뉴스1

지난 7일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 이후 정의연과 그 전신인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외희) 전직 정의연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을 향한 의혹은 계속 곁가지를 쳐가고 있는 중이다. 뉴스1

“‘정대협 선배들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는 게 좋지 않겠냐’는 전화를 받았어요.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있어서 그분들의 이름은 안 넣었었죠.”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전신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창립 멤버인 김혜원(85) 선생은 24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최근 논란이 된 ‘초기 정대협 선배들의 입장문’ 작성 경위를 설명했다. 이 입장문은 ‘정의연에서 회계부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근거 없는 비판과 매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정의연은 지난 20일 김 선생을 비롯해 윤정옥·이효재 정대협 초대 공동대표(이화여대 명예교수) 등 12인의 이름으로 작성된 ‘초기 정대협 선배들의 입장문’를 발표했다. 하지만 입장문이 공개되자 이름을 올린 윤 명예교수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입장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이 명예교수의 측근도 “두 학자의 이름을 윤미향의 부정을 덮는 데 쓰지 말라”고 전했다.

이 논란에 대해 김 선생은 “입장문을 발표하기 전 나에게도 동의를 구했던 만큼, 두 선생님의 성함을 무단으로 올렸을 리 없다”고 반박했다.

“전화 받고 입장문 초안도 확인”

1992년 1월 첫 수요집회 모습. 가운데 있는 인물이 김혜원 선생이다. 오른쪽엔 안경을 쓰고 있는 윤정옥 정대협 초대대표, 왼편엔 이효재 정대협 초대대표의 모습도 모인다. 정의기억연대 홈페이지

1992년 1월 첫 수요집회 모습. 가운데 있는 인물이 김혜원 선생이다. 오른쪽엔 안경을 쓰고 있는 윤정옥 정대협 초대대표, 왼편엔 이효재 정대협 초대대표의 모습도 모인다. 정의기억연대 홈페이지

김 선생은 “수일 전 ‘정대협 선배들이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게 어떻겠냐’는 한국교회여성연합회 관계자의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김 선생은 "그럼 입장문을 작성해서 한 번 보여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며칠 뒤 김 선생은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입장문 초안 전문을 전달받고 내용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몇몇 원로들이 모인 단체 카톡방에서 입장문 초안이 공유됐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는 입장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이름을 최종적으로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당 입장문은 정대협 대표를 맡았던 지은희 전 여성부 장관과 정진성 서울대 명예교수가 집필했다고 한다. 김 선생은 “가장 어르신인 이효재 선생께는 수양딸이 입장문을 대신 읽어드렸고, 윤정옥 선생께는 제자가 전화로 입장문을 읽어드려 동의를 구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나도 입장문에 100% 동의한 건 아니지만, 윤 당선인 개인을 보호하고 지지하겠다는 게 아니라 정대협의 30년 역사가 폄하되지 않았으면 하는 큰 틀에 공감해 이름 넣는 걸 허락했다”고 설명했다.

김 선생은 “장문의 글을 윤 선생께 전화통화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전화가 아니라 문서형태로 입장문을 전달해 동의를 구하는 방식이 더 적절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정대협 본류는 피해 할머니 돌보고 명예회복시키는 것”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의 모습. 연합뉴스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인의 모습. 연합뉴스

김 선생은 입장문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정의연 및 윤 당선인에 대한 아쉬움은 남아 있다고 전했다. 김 선생은 “나와 동고동락했던 이용수 할머니가 기자회견 전에 전화해 윤 당선인이 국회의원에 출마를 두고 ‘이걸(위안부 문제) 끝장 안내고 우리를 버리고 가면 어떡하냐’고 토로했다”며 “비례대표로 나가기 전 피해자인 생존자 할머니들을 충분히 설득하고, 정대협 선배들과도 상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이 이야기를 정의연 측에 전달하자 그쪽에선 ‘(비례대표) 제안을 너무 촉박하게 받아 충분히 할머니와 상의할 시간 없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부정 회계 논란에 대해 김 선생은 “소수 활동가가 여러 프로그램을 만들고 사업을 벌이다 보니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정대협의 30년 역사가 폄하되면 안 되고 정의연은 사업을 축소해 정대협 본연의 정신을 살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대협의 본류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돌보고,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것”이라며 “전쟁으로 피해 입은 여성들의 실상을 세계에 알리고, 나아가 전쟁반대 평화운동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선생은 1세대 위안부 연구자이자 활동가로서 정대협이 처음 만들어진 1990년부터 2000년대 초까지 정대협에 몸을 담고 할머니 복지위원장, 교육위원장, 재정위원장 등을 지냈다. 정대협이 만들어지기 전인 1988년 윤 명예교수, 김신실 활동가와 함께 ‘정신대 발자취를 따라’라는 주제로 일본 오키나와 등을 답사해 국내 최초로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데도 공을 세웠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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