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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항모 최대 적 中이 아니었다···코로나에 찬밥 된 ‘3밀’ 군함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로 미 해군 항공모함 테오도르 루즈벨트함(CVN 71)이 지난 19일 괌의 미 해군기지에 정박해 있다. 이번 사태로 미 해군 항모 11척 중 4척이 피해를 입었다. [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로 미 해군 항공모함 테오도르 루즈벨트함(CVN 71)이 지난 19일 괌의 미 해군기지에 정박해 있다. 이번 사태로 미 해군 항모 11척 중 4척이 피해를 입었다. [AFP=연합뉴스]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미 해군의 구조 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항공모함 4척을 포함한 20척 이상의 함정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항모 4척 등 20척 이상서 코로나 피해 #항모, 中 첨단 미사일의 표적되기 십상 #무인함 등 도입 앞당겨…AI 활용도 촉진 #"현장의 저항감 강해 변화 간단치 않아" #韓 등 동맹국에 '더 많은 역할' 요구할 듯

구조 개편의 핵심 방향은 자연스레 '소형·무인화'로 향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23일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펜타곤(미 국방부)은 크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향에서 변화를 논의 중이다.

(1) 항모를 축으로 한 기존의 '중후장대(重厚長大)' 구조를 탈피, 소형 함정을 중심으로 한 분산형 함대의 비중을 높인다. 
(2) 무인 항공기(드론), 무인 함정, 무인 잠수함 등의 도입을 앞당기고, 인공지능(AI) 기술의 활용도 촉진한다.
(3) 시뮬레이터 장비 등을 이용한 가상훈련을 적극 실시한다. 

물론 이런 움직임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있었다. 덩치가 큰 항모는 중국의 첨단 미사일의 표적이 되기에 십상이란 지적에서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함정의 또 다른 취약점이 드러나면서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군함은 태생적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쉬운, 이른바 3밀(밀집·밀접·밀폐) 환경을 갖췄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미 미 해군 항모 11척 가운데 4척이 큰 피해를 입었다. 미군뿐 아니라 프랑스 항모와 네덜란드·러시아의 잠수함에서도 감염자가 나왔다. 팬데믹(세계적인 전염병 대유행) 상황이 장기화하면 그만큼 타격도 커질 수밖에 없다.

미 해군은 2034년까지 총 함정 수를 289척에서 355척까지 늘릴 계획이다. 당초엔 항모와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증강하는 방향으로 논의됐지만,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소형·무인화'로 방향을 튼 것이다. 미 군사 매체인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펜타곤 내에서 항모 2척을 줄이는 방안까지 검토되다 일단 보류됐다.

그러나 일각에선 "속단하긴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함재기 조종사를 비롯한 장교들과 대형 함정을 건조하는 군산복합체 등 군 안팎의 저항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전직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닛케이와 인터뷰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에 대항하기 위해선 무인화나 소형화를 훨씬 더 서둘렀어야 한다"며 "하지만 현장의 저항이 강해서 간단치가 않다"고 말했다.

미 해군의 변화는 한국, 일본, 호주 등 동맹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당장 급격히 증강되고 있는 중국의 군사력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무인공격기 등 최첨단 무기 개발을 서두르는 한편 항모를 비롯한 대형 함정 건설에도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5척의 구축함을 건조했을 정도로 추진 속도도 빠르다.

미·중 군사력의 균형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한 억지력 확보가 동맹국들에게 심각한 고민으로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른 무기 운용의 개혁 등 체질 변화가 시급한 과제라고 닛케이는 짚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추진하면서 동맹국들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변화와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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