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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오는 ‘바다판 미세먼지’···괭생이모자반 비상 걸린 제주

중앙일보

입력

지난 22일 오전 제주 이호해수욕장 백사장에 괭생이모자반이 가득 밀려와 관광객들이 이를 피해 걷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22일 오전 제주 이호해수욕장 백사장에 괭생이모자반이 가득 밀려와 관광객들이 이를 피해 걷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22일 오전 11시 제주시 이호해수욕장. 백사장에 검고 지저분한 모습의 물체가 50m 넘게 이어져있다. 얇은 부분까지 포함하면 100m가 넘었다. 밀려든 것 중 두터운 부분은 높이가 50㎝이상, 너비도 5m가 넘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해조류인 ‘괭생이모자반’이 서로 뒤엉켜 큰 덩어리를 이룬 것이다. 파리가 들끓고 해조류가 썩을 때 나는 악취도 진동했다.

中 남부해역서 발생해 해류타고 와 #매해 제주·전남 해역에 1~2만t 유입 #해안가 밀려와 선박 항해에도 방해 #22일까지 해안·해상에서 735t 수거 #못먹고 염분 처리 어려워 퇴비로 #

지난 22일 오전 제주 이호해수욕장 백사장에 괭생이모자반이 가득 밀려와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22일 오전 제주 이호해수욕장 백사장에 괭생이모자반이 가득 밀려와 있다. 최충일 기자

 이호해수욕장은 제주공항과 차로 10분 거리인데다 인근 방파제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명한 ‘말등대’가 있어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아름다운 제주 해안을 기대하고 이곳을 찾은 이들은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미간을 찌푸렸다. 해안을 걷던 관광객 임모(41·부산시)씨는 “깨끗하고 이국적인 제주바다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해안에 지저분하게 널린 괭생이모자반 때문에 이리저리 피해 걷고 있다”며 “해충도 있는 것 같아 아이들에게도 근처에 가지 못하게 이야기를 해뒀다”고 말했다.

 이런 괭생이모자반이 제주도 연안으로 본격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괭생이모자반의 발생지는 ‘중국’이다. 수온이 상승한 봄철 동중국 해안에서 발생해 대규모 띠 형태로 쿠로시오 난류를 따라 북상한다. 이후 대마난류를 타고 한국 남서부 해역과 제주도로 유입된다.

지난 22일 오전 제주 이호해수욕장 백사장에 괭생이모자반이 가득 밀려와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22일 오전 제주 이호해수욕장 백사장에 괭생이모자반이 가득 밀려와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도는 24일 “지난 13일부터 제주해안에 유입되기 시작한 괭생이모자반이 당분간 제주해안에 밀려들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연일 수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대규모 띠 형태로 최대 5m까지 자라 이동하는 괭생이모자반은 해안가로 밀려와 경관을 해친다. 또 양식장 그물이나 시설물에 달라붙어 어업활동에 지장을 주며, 선박 스크루에 감겨 어업인과  배를 이용하는 관광객의 안전까지 위협한다.

참모자반은 억센 괭생이모자반에 비해 여리고 부드러워 제주도에서 식재료로 널리 사용된다. 사진은 말린 참모자반의 모습. 중앙일보 자료사진

참모자반은 억센 괭생이모자반에 비해 여리고 부드러워 제주도에서 식재료로 널리 사용된다. 사진은 말린 참모자반의 모습. 중앙일보 자료사진

제주의 전통음식 몸국에 들어가는 참모자반을 수저로 떠 들어올린 모습. 참모자반은 억센 괭생이모자반에 비해 여리고 부드러워 제주도에서 식재료로 널리 사용된다. 중앙일보 자료사진

제주의 전통음식 몸국에 들어가는 참모자반을 수저로 떠 들어올린 모습. 참모자반은 억센 괭생이모자반에 비해 여리고 부드러워 제주도에서 식재료로 널리 사용된다. 중앙일보 자료사진

 괭생이 모자반은 잎이 가늘고 긴 모자반과의 해조류다. 제주 토속음식인 '몸국'을 만드는 참모자반과는 달리 먹을 수 없다. 먹을 수 있는 모자반 보다 억세기 때문이다. 삶아도 부드러워지지 않는다. 염분 때문에 파묻어 처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제주도에선 이를 수거해 농가에 퇴비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 22일 오전 제주 이호해수욕장 백사장에 괭생이모자반이 가득 밀려와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22일 오전 제주 이호해수욕장 백사장에 괭생이모자반이 가득 밀려와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도는 올해 들어 지난 22일까지 735t을 수거했다. 이 가운데 446t은 이미 제주시 한림읍·한경면 8개 농가에 퇴비로 제공됐다. 수거는 해안과 해상 두 곳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수거한 735t 중 249t은 해상에 떠돌아다니는 것을 건져냈다. 해양환경공단과 한국어촌어항공단의 선박 3척이 우선 동원됐다. 유류오염작업을 주로 하는 ‘청항선’도 투입됐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 항공단은 항공예찰을 지원하면서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상황에 따라 어장정화 사설업체 선박도 동원할 계획이다. 해안가에서는 486t을 수거했다.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는 청정제주바다지킴이와 읍면동 자생단체 회원 500여명, 굴삭기 등 장비 22대를 투입했다.

 괭생이모자반은 매년 제주를 비롯해 전남 해역 등에 약 1~2만t이 유입된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이 괭생이모자반이 중국 남부 해역에서 발생한 괭생이모자반이 흘러온 것으로 분석했다. 2015년 당시 유입된 괭생이모자반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동중국해 연안에서 발생한 것과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최근 3년간 제주 연안에서 수거된 괭생이모자반은 2017년 4407t, 2018년 2150t, 2019년 860t에 이른다. 조동근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운항 중인 선박에 괭생이모자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주운항관리센터와 제주어선안전조업국을 통해 상황을 전파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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