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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삼성 외인 잔혹사 재현되나

중앙일보

입력

삼성 투수 벤 라이블리. [연합뉴스]

삼성 투수 벤 라이블리. [연합뉴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시즌 초반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에 힘들어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외인 잔혹사'가 재현될 조짐도 보인다.

삼성은 23일 1군 엔트리에서 오른손투수 벤 라이블리(28·미국)를 제외했다. 라이블리는 전날 두산과 홈 경기 1회 초 상대 팀 선두타자 박건우를 우익수 뜬 공으로 잡아낸 뒤 교체됐다. 등판 전부터 왼쪽 옆구리가 좋지 않았던 라이블리는 경기 뒤 근육 파열 진단을 받았다. 6~8주간 결장이 불가피하다. 라이블리는 앞선 17일 수원 KT전에선 타구를 오른손으로 막다가 다쳤고, 1이닝 만에 교체되기도 했다.

삼성으로선 엄청난 타격이다. 라이블리는 지난해 8월 덱 맥과이어의 대체선수로 삼성과 계약했다. 9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4승4패 평균자책점 3.95. 아주 뛰어나진 않았지만 공격적인 투구를 해 재계약하고, 에이스감으로 점찍었다. 그러나 올해는 4번의 등판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고 3패만 당한 채 전력에서 이탈했다.

낯선 일은 아니다. 삼성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2015년 이후 매년 외국인선수 때문에 고생했다. 특히 투수를 잘 못 뽑았다.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4시즌 동안 10명의 선수(라이블리 포함)가 거쳐갔는데 37승에 그쳤다. 같은 기간 KIA 양현종 혼자 올린 승리(59승)에도 훨씬 못 미쳤다.

삼성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 [뉴스1]

삼성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 [뉴스1]

올해는 지난해 어느 정도 검증이 된 라이블리와 일본리그 경험이 있는 데이비드 뷰캐넌(31·미국)을 선택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뷰캐넌이 4번의 등판에서 2번 승리를 따냈다. 뷰캐넌은 24일 대구 두산전에서 7이닝 동안 안타 9개를 줬지만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2승을 기록했다. 그러나 평균자책점 5.40로 좋은 편이 아니다.

타자 쪽도 심각하다. 삼성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통산 타율 0.313, 86홈런을 친 1루수 다린 러프가 4번 타자로 활약했다. 올해는 장타력을 떨어져도 내야수비가 좋은 타일러 살라디노(31·미국)를 데려왔다. 24일 현재 타율은 0.163(43타수 7안타), 홈런은 1개에 불과하다. 허벅지 부상으로 일주일간 부상자명단에 올랐던 걸 감안해도 존재감이 떨어진다.

삼성도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최근 외국인선수 선발 시스템을 몇 번이나 바꿨다. 미국인 코디네이터를 두기도 하고, 담당자도 여러 명을 교체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큼 잘 풀리지 않았다.

삼성 내야수 타일러 살라디노. [뉴스1]

삼성 내야수 타일러 살라디노. [뉴스1]

과거 삼성은 외국인선수 선발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모기업의 넉넉한 지원 덕분이었다. 훌리오 프랑코, 카를로스 바에르가 등 당시로선 드문 빅리그 출신 선수를 데려오기도 했다. 조쉬 린드블럼, 더스틴 니퍼트, 헥터 노에시처럼 장수하거나 리그를 지배한 투수는 드물었지만 10승 정도 거둔 투수는 매년 배출했다.

설사 외국인선수가 부진해도 뛰어난 국내 선수들의 활약으로 꾸준히 성적을 냈다. 하지만 구단 운영주체가 바뀐 뒤 몇 년간 구단 재정 상황이 나빠졌다. 그러다보니 국내 선수층은 예전보다 얇아졌다. 자연스럽게 외국인선수들의 팀내 비중이 커졌는데 '외인 농사'까지 그르치니 성적이 떨어졌다. 올시즌 9위(6승12패)에 처진 삼성이 반등하기 위해선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절실하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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