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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킥보드·자전거 타다 빠진 치아, 재생 가능한 골든타임은 30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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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치아 외상 대처법
치아는 외부 충격에 약하다. 신체 활동력이 남다른 소아·청소년은 뛰어놀다가 사물에 부닥치거나 킥보드·자전거를 타다 넘어지는 등의 사고로 치아가 깨지거나 뿌리째 빠지는 경우가 많다. 대개 신체 구조상 맨 앞에 위치한 위쪽 앞니에 충격이 집중된다. 치아 외상은 사고 이후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 처치가 늦어지거나 빠진 치아의 보관을 잘못하면 원상 복구가 어렵다. 후유증 없이 치아 외상에 대응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깨져 드러난 내부 조직 빨리 보호 #유치 충격받으면 영구치에 악영향 #통증 없어도 치아 상태 변화 점검

치과 진료에서 치아 외상은 초응급 상황으로 본다. 치아는 다치면 말끔하게 새살이 돋는 피부와 달리 저절로 재생하지 않는다. 일차적으로 망가진 치아를 고쳐서 써야 한다. 서울대치과병원 소아치과 송지수 교수는 “가급적 30분 이내에 빠지거나 깨진 치아를 치료하면 손상된 치아·잇몸 조직을 되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빠진 치아는 다시 심어주고 치아의 일부가 깨져 내부 조직이 노출됐다면 그 부분을 감싸 보호해 준다. 즉각적인 원상 복구가 추가 손상을 막을 수 있다.

만 12세 33.5%는 치아 외상 치료 경험

유치가 하나둘 빠지고 영구치가 잇몸을 뚫고 나오는 소아·청소년기에는 특히 치아 외상에 주의해야 한다. 치아 뿌리가 완전히 정착하지 못한 데다 치아를 지지하는 잇몸 뼈도 무르다. 치아에 직접 가해지는 충격에 더 취약하다. 같은 충격이라도 치아가 견디지 못하고 빠질 수 있다. 게다가 움직임은 활발한데 주의력은 떨어져 사고가 날 가능성도 높다. 실제 만 12세 아동의 33.5%는 치아 외상으로 치과 치료를 받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아동구강건강실태조사, 2018).

치아 외상의 유형은 다양하다. 치아가 흔들리는 것에서부터 치아의 위치·각도가 틀어지고, 치아 일부가 파손되거나 통째로 빠지는 식이다. 치료는 치아·잇몸의 손상 정도와 부위 등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중요한 것은 치아 외상이 발생한 시점부터 첫 치료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좀 지나면 괜찮겠지’ 하고 치료를 미루면 증상이 악화해 치아를 잃을 수 있다. 유치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빠질 것이라고 치료에 소홀하면 잇몸 뼈 내부에 자리 잡은 영구치의 위치·각도가 미묘하게 틀어진다. 잇몸을 뚫고 나올 때 치아 배열이 삐뚤어질 수 있다.

외부 충격으로 치아가 완전히 빠졌다면 이를 다시 제자리에 심고 고정하는 치료를 받는다. 빠진 치아를 복구할 때는 시간이 생명이다. 치아를 지지하는 치아 뿌리에는 잇몸 뼈 조직이 얇게 붙어 있다. 이 부위의 손상을 최소화해야 제 위치로 다시 심었을 때 잘 생착할 수 있다. 그런데 빠진 상태로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치아 뿌리가 건조해져 이식해도 유지할 확률이 떨어진다. 비교적 깨끗한 곳에 떨어졌다면 치아의 앞뒤를 확인하고 가벼운 압력으로 밀어 넣는다. 흙·먼지 등 이물질에 오염됐다면 바로 끼워 넣지 말고 가능한 한 빨리 치과를 찾는다. 이때 더러워진 치아를 세척한다며 알코올로 소독하거나 손가락으로 치아 뿌리를 문지르지 않는다. 건조한 손수건·휴지로 치아를 감싸는 것도 삼간다.

빠진 치아가 잘 들어가지 않는다면 곧바로 치과를 방문해 재시도한다. 다만 유치라면 빠진 치아를 다시 심을 필요는 없다. 경희대치과병원 소아치과 최성철 교수는 “유치를 다시 심으면 잇몸 염증으로 영구치 발육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영구치가 그 자리를 채워줄 때까지 일단 기다린다. 치아가 빠진 상태로 오래 있으면 잇몸 뼈가 위축된다. 영구치가 잇몸을 뚫고 나올 때까지 가짜 치아로 빈 곳을 채워 영구치가 위치할 공간을 확보해 준다.

치아 일부가 부서지고 깨졌다면 치아 내부의 신경·혈관 조직이 손상될 가능성이 크다. 치료하지 않으면 치아의 균열 범위가 점차 넓어지면서 씹는 힘이 떨어진다. 또 치아 표면이 파이고 깨지면서 생긴 틈을 통해 온도와 압력 같은 외부 자극이 치아 내부로 고스란히 전달된다. 치아가 시리거나 아픈 이유다. 하얗던 치아가 까맣게 변하기도 한다. 치아 신경 치료 후 균열이 생긴 부분을 레진·크라운 등으로 보강하는 보철 치료를 받는다. 치아 흔들림이 심할 땐 치과에서 깁스로 뼈를 고정하듯 치아가 덜 움직이도록 철사로 주변 치아끼리 묶어준다.

구강 내 출혈 즉시 막아 호흡 지장 없게

치아 외상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현장 응급처치다. 입안의 출혈이 심하다면 일단 지혈한다. 구강 내 출혈을 막아 호흡에 지장이 없도록 조치한다. 부러지거나 빠진 치아를 잘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치아를 복구할 때 활용하기 위해서다. 송지수 교수는 “가능한 잇몸 속에 있던 치아 뿌리 부분은 만지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추가적인 치아 손상을 막기 위해 재빨리 차가운 우유나 생리식염수 등에 담아 보관한다.

둘째, 즉각적 치과 방문이다. 출혈이 멈추고 별다른 이상이 없더라도 반드시 치아·잇몸 상태를 살펴봐야 한다. 외부 충격을 받은 치아·잇몸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은 곪은 상태다. 최성철 교수는 “치아 외상을 제대로 처치·관리하지 않으면 후유증이 평생 간다”고 말했다. 지진이 나면 단단했던 지반에 균열이 생기듯 강한 충격에 치아를 지지하는 잇몸에 염증이 생겨 치아가 흔들리다가 뒤늦게 빠질 수 있다.

마지막은 치아의 충격 관리다. 단단한 외벽으로 이뤄진 건물도 지속해서 충격을 받으면 손상이 누적돼 결국 벽이 점점 갈라져 균열이 생긴다. 외상으로 약해진 치아·잇몸에 불필요한 힘이 가해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칫솔질할 때도 부드러운 칫솔로 조심스럽게 닦는다. 통증으로 칫솔질이 어렵다면 구강청결제를 사용한다. 한동안 식사도 부드러운 유동식을 먹는 것이 좋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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