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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가 숨긴 동선 10분이면 찾는다, 진화하는 ‘질병탐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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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6일 오전 10시15분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에 경기도 역학조사관들이 들이닥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격리병상을 운영하는 곳이다. 역학조사관들은 이날 확진된 A씨(29)의 증상 발현일과 함께 4월 말 5월 초 ‘황금연휴’ 기간 동선을 캐물었다.

코로나 역학조사 지원시스템 도입 #통신·카드 사용 정보 원클릭 확보

A씨의 증상 발현일은 지난 2일이었다. 공교롭게도 ‘그날’ 서울 이태원 클럽 등 여러 곳을 오간 게 확인됐다. 역학조사팀의 역학조사 내용을 기반으로 추가 방역대책이 세워졌다.

역학조사관은 ‘질병 탐정’ ‘의학 탐정’으로 불린다. 이들이 확진자의 동선·접촉자·감염경로 파악에 집중하는 것은 추가 감염 차단을 위해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분·초를 다투는 피 말리는 싸움을 벌인다.

코로나19 확진자 역학조사 과정.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코로나19 확진자 역학조사 과정.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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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조사의 출발은 대면조사다. 대개 환자는 “어디 어디를 방문했다” 식의 주요 장소를 중심으로 자신의 동선을 진술한다. 숨은 디테일을 찾는 게 역학조사관의 역할이다. ‘어떤 교통수단으로 이동했는지’ ‘건물 안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는지’ ‘심지어 밥은 누구랑 먹었는지’와 같은 상세한 내용을 확인한다. 보통 5~10명으로 한 팀을 이뤄 퍼즐을 맞춘다. 역학조사관들은 “의심과 추론으로 공간을 메우는 게 노하우”라고 말한다.

역학조사 때 확진자의 휴대전화 위치정보, 신용카드 사용명세도 활용된다. 환자가 일부러 동선을 숨기거나 기억해내지 못할 수 있어서다. 폐쇄회로TV(CCTV)는 동선 파악보다는 당시 상황을 파악하는 게 핵심이다. 환자가 클럽을 방문한 적 있다고 진술하면 ‘환자나 주변 방문자들이 마스크를 썼는지’ ‘비말(침방울) 전파위험이 있는지’ 등을 살핀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국내 역학조사는 한 단계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3월 26일부터 빅데이터 기반의 ‘코로나19 역학조사 지원시스템’이 가동되면서다. 이 시스템 도입 전까지는 경찰청에 확진자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여신금융협회를 거쳐 신용카드사에 결제기록을 각각 공문을 통해 요청해야 했다. 하지만 지원 시스템은 클릭 한 번에 3개 통신사, 22개 신용카드사에 연계된 정보를 신청해 받을 수 있다. 덕분에 하루 이상 걸리던 확진자의 동선 파악이 10분 안팎으로 크게 단축됐다.

신속·정확성은 그만큼 향상됐지만, 위치 정보 값의 수십m 오차범위가 존재한다는 게 단점이다. 현금 결제도 잡히지 않는다. 코인노래방 같은 곳은 확진자 동선에서 누락될 수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박영준 역학조사팀장은 “지원시스템을 통해 그만큼 역학조사가 진화한 건 맞지만 아직 적용에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시스템은 보조수단”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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