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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꽃이 활짝 웃는 모습 상상만 해도 환해져요”

중앙일보

입력

“좋은 스토리가 좋은 메시지를 주잖아요. 마스크에 붙일 재미있는 스티커가 마스크는 보건이란 고유의 목적과 함께 좋은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는 통로가 될 거에요.” 서병문 디자이너는 자신이 디자인한 스티커가 희망을 가져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코로나를 전화위복 반전시킨 서병문·엄지나 #위기는 기회... 다같이 역전 스토리 만들어요 #유럽 시장 막힌 뒤 중국 온라인 패션쇼서 돌파구 #“웃는 입술 모양 분홍꽃으로 분위기 바꿔봐요”

‘해피마스크’는 중앙일보가 디자이너 서병문을 포함 국내 패션디자이너 8인으로부터 재능 기부를 받아 마스크 부착용 스티커를 제작해 무료로 배포하는 코로나 극복 캠페인이다. 서병문 디자이너와 그의 아내 엄지나 디자이너는 분홍색 바탕에 하얀 꽃잎들을 ‘U’자 모양으로 배치했다. 웃는 입모양을 형상화했다.

서병문 엄지나

서병문 엄지나

엄지나는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상대방에 긍정 에너지를 전달하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들 부부 디자이너 역시 긍정 에너지로 위기 속 기회를 포착했다. 이들이 운영하는 의류 브랜드 ‘뷔미에트’ 쇼룸이 있는 남산을 찾았다.

프랑스어로 ‘침묵’이란 뜻을 지닌 뷔미에트는 코로나 19로 파리·밀라노 등에서 열렸던 해외 유명 패션쇼 대부분이 취소되면서 신제품을 알릴 방법이 막혔다. 뷔미에트와 같은 디자이너 의류 브랜드는 컨셉이 명확해 일반 대중보단 마니아층을 공략한다.

그 때문에 주로 패션쇼를 통해 국내외 바이어들에게 제품을 소개하고 이후 하이엔드 편집숍과 백화점 편집숍에 입점하는데 제품을 선보일 방법이 없으니 브랜드 입장에선 사실상 ‘침묵’하게 된 셈이다. 평소 말이 없는 그들이지만 마음속으론 계속해서 긍정의 말을 뱉어냈다.

지난 3월 24일에 열린 상하이패션위크 실시간 중계 모습. 사진은 패션쇼를 중계한 영상 채널 티몰의 화면 갈무리.

지난 3월 24일에 열린 상하이패션위크 실시간 중계 모습. 사진은 패션쇼를 중계한 영상 채널 티몰의 화면 갈무리.

‘어딘가에 기회가 있을 거야’를 되뇌다 코로나 19의 진원지 중국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유럽 패션 시장이 서지 않자 중국 패션 바이어들이 디지털 라이브 패션쇼 일명 ‘방구석 패션쇼’를 기획했다.
중국 동영상 채널 ‘타오바오’를 통해 제품을 착용한 모델이 다양한 포즈로 제품을 소개하고 디자이너가 바이어와 실시간으로 대화하며 제품을 소개하는 방식이다. 혁신이랄 만한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아닐지라도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없는 디자이너와 바이어들이 그들만의 ‘화상 미팅’을 대안으로 찾은 셈이다.

뷔미에트는 재빠르게 중국 바이어와 소통했다. 비슷한 때 중국 상하이 패션위크 역시 실시간 영상 중계로 진행했다. 국내에선 현대백화점이 지난 4월 무관중 라이브 패션쇼를 열고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 생중계했다.

뷔미에트가 대중들에 알려진 건 할리우드 영화 ‘헝거게임:모킹제이’에서 남자 주인공 조쉬 허처슨이 서병문이 만든 의상을 입으면서다.

뷔미에트가 대중들에 알려진 건 할리우드 영화 ‘헝거게임:모킹제이’에서 남자 주인공 조쉬 허처슨이 서병문이 만든 의상을 입으면서다.

“방구석 패션쇼로 막혔던 판로가 다시 열리고 있어요.” 유럽을 중심으로 해외 40여개의 편집숍에 입점한 뷔미에트는 코로나 19로 판매가 50% 이상 감소했다.

그러나 ‘방구석 패션쇼’ 덕분에 실적을 만회하기 시작했다. 서병문은 “언택트(Untact) 시대를 살기 위해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작품을 전달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더 하게 됐고 콘텐츠로 기획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코로나가 가져다준 위기의 진짜 메시지는 결국 위험 속 기회”라고 했다.

서병문, 엄지나(왼쪽)

서병문, 엄지나(왼쪽)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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