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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께끼' 10원일때 600원 파격···없어서 못판 이 아이스크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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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게더 오리지널. 사진 빙그레

투게더 오리지널. 사진 빙그레

1974년 투게더가 나오기 전엔 설탕물에 색소를 넣어 얼린 셔벗형 빙과류, 일명 ‘아이스 께끼의 시대’였다. 투게더는 유제품 아이스크림 시대를 열었다. 70년대엔 아버지 월급날이나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을 수 있는 별미였다. 46년간 황금색 포장에 900mL 용량이다. 그동안 누적 판매 개수 약 6억개. 투게더는 출시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먹거리의 홍수 속에서도 떠먹는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

[한국의 장수 브랜드]40. 투게더

한국의 첫 정통 고급 아이스크림 

72년 빙그레(당시 대일유업)는 분유가 아닌 생우유를 원료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자체 개발에 들어간다. 미국 퍼모스트 멕킨슨과 기술 제휴를 해 ‘퍼모스트 아이스크림’을 판매하고 있었지만, 독자 상품이 아니었다. 신제품을 내기 위해 퍼모스트에 도움을 청했지만, 거절당했다. 퍼모스트는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 제휴 업체가 신제품을 내고,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빙그레는 포기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기술 연구에 들어갔다. 투게더는 2년간 무수한 시행착오 끝에 나온 결과다. 설비 자동화를 꿈도 꿀 수 없었던 시기였기에 아이스크림 재료를 생산 라인에 넣을 때 일일이 손으로 작업했다. 투게더라는 제품 명은 사내 공모를 통해 지었다. ‘온 국민이 함께, 온 가족이 함께 정통 아이스크림을 즐기자’라는 의미를 담았다.

탄생 투게더의 역사. 포장 기본 콘셉트는 유지하고 약간씩 변형을 주었다. 사진 빙그레

탄생 투게더의 역사. 포장 기본 콘셉트는 유지하고 약간씩 변형을 주었다. 사진 빙그레

시장에 나오자마자 투게더는 ‘특별한 날 온 가족이 모여 먹는 아이스크림’으로 자리 잡았다. ‘10원짜리 께끼’가 시장 주류 상품일 때 투게더는 600원(소매가)이나 했다. 그런데도 없어서 못 팔았다. 이때 얻은 자신감으로 빙그레는 퍼모스트와의 관계를 끝내고 이후에도 다양한 아이스크림 제품 개발에 도전할 수 있었다.

빙그레 마케팅실 관계자는 “투게더는 먹거리가 귀했던 70년대 국내 고급 아이스크림 시장을 본격적으로 개척한 대표 아이스크림”이라며 “출시되고 나서 대리점 차량이 투게더 제품을 먼저 받기 위해 공장 앞에 길게 늘어설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1인 가구 500만 시대, 45년 만에 투게더 미니어처 출시  

최근 국내 빙과시장은 매년 출산율 저하로 주력 소비층인 어린이 인구가 감소하면서 성장 한계를 경험하고 있다. 여기에 배스킨라빈스, 하겐다즈 등 해외 고급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진출해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런 빙과시장의 침체는 투게더에도 영향을 미쳤다. 1인용 퍼먹는 아이스크림 제품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빙그레 투게더는 대용량 스펙을 고집해 왔다. “온 가족이 함께 먹는 제품”이라는 탄생 콘셉트를 포기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게더 매출액.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투게더 매출액.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3분의 1 용량 미니어처 내고 변신 

그러나 1인 가구가 500만인 시대 ,투게더도 변화해야 할 시점에 섰다. 빙그레는 투게더 출시 45년 만인 지난해 기존 제품 대비 3분의 1 용량인 ‘오리지널 투게더 미니어처’를 출시했다.

현재 투게더는 투게더 바닐라, 투게더 다양한 맛 5종(스트로베리밀크 ㆍ투게더 초콜릿밀크 ㆍ투게더 프로즌요거트블루베리ㆍ투게더 흑임자 ㆍ투게더 프럴린 앤 아몬드), 투게더 시그니처 2종 (더블샷 바닐라 ㆍ투게더 시그니처 그린티 라떼 ) 투게더 미니어처 1종 등 총 9종이 판매되고 있다.

빙그레는 투게더 미니어처 출시에 맞춰 투게더를 활용한 팝업스토어 ‘투게더 피크닉 하우스’를 운영했다. 투게더 피크닉 하우스는 팝업 스토어로서는 이례적으로 19일간 약 2만여명이 다녀가며 대성공을 거뒀다. 당시 인스타그램의 투게더 관련 해시태그는 1만 4000여개에 달했다.

평일, 주말 상관없이 긴 줄이 늘어서면서 소비자의 큰 관심을 받았다. 이런 노력 덕분이었을까. 2015년부터 정체를 보였던 투게더 매출은 2018년 300억원을 돌파하더니 2019년에는 390억원에 이르렀다.

빙그레 왕국의 투게더리고리경 

최근 빙그레가 인스타그램에서 구축하고 있는 ‘빙그레 세계관’에서도 투게더는 핵심 역할을 한다. 빙그레 왕국의 왕자 ‘빙그레우스’가 운영한다는 설정의 인스타그램에서 투게더는 ‘투게더리고리경’으로 의인화돼 맹활약 중이다. ‘옹떼 메로나 부르쟝 공작’,‘더위사냥 호위단장’과 빙그레 왕국을 이끌어간다.

빙그레 세계관에서 투게더는 중요 역할을 한다. 빙그레 왕국의 왕자 빙그레우스를 돕는 투게더고리경이라는 설정이다. 사진 빙그레.

빙그레 세계관에서 투게더는 중요 역할을 한다. 빙그레 왕국의 왕자 빙그레우스를 돕는 투게더고리경이라는 설정이다. 사진 빙그레.

빙그레 관계자는 “투게더는 본격적인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을 개척한 대표 제품으로 오랜 기간 고객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며 “대표 브랜드로서 정체성은 지켜가되,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또한 "고객에게 새롭게 다가가기 위한 새로운 마케팅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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