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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뉴딜로 녹색 일자리 창출하면 저성장 덫에서 벗어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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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그린뉴딜(Green New Deal)이 마침내 국내에서도 논쟁거리다.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서다. 그는 친환경·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춘 “그린뉴딜을 한국판 뉴딜 사업에 포함시키라”고 20일 지시했다.
그 바람에 그린뉴딜 개념과 정책 패키지 등에 대한 논란이 비등하다. 중앙일보가 그린뉴딜의 정확한 의미를 알기 위해 영국 그린뉴딜그룹 콜린 하인스 공동 설립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그린뉴딜의 개념을 정립한 인물이다.

콜린 하인스는 영국 그린뉴딜그룹 공동 창설자다.

콜린 하인스는 영국 그린뉴딜그룹 공동 창설자다.

“그린뉴딜 정책은 2008년 개발됐다!”

그린뉴딜이 미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하하! 미국 민주당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의원이 대중화했으니 그럴만하다. 애초 그린뉴딜이란 말 자체는 2008년 초 미국의 한 매체에 실린 칼럼에 처음 등장했다. 칼럼 속 그린 뉴딜의 의미가 뚜렷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개념을 정립했다.”
개념 정립이란 무슨 뜻인가.
“그린뉴딜을 정의하고 정책 패키지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물론 나 혼자 다 하지는 않았다.  여러 사람이 참여해 2008년 7월 그린뉴딜 보고서를 내놓았다. 재정과 금융 정책 방향과 정부가 해야 할 구체적인 정책 등이 보고서에 담겼다.”
단어의 조합이 흥미롭다. 환경을 뜻하는 그린과 대공황 시기 경기부양 정책인 뉴딜이 결합해 있다.
“맞다. 그렇게 만들어졌다(coined). 화석에너지 의존도와 온난화 가스를 줄이면서도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이다.”

그린뉴딜이란?
● 온실가스 중립 등을 위한 인프라 투자
● 태양광과 풍력을 활용한 소규모 발전소 건설
● 녹색 일자리(green job) 창출
● 화석 연료 기업에 대한 횡재세 부과
● 그린뉴딜을 위한 금융 인센티브 제공 등

“지금까지 경기부양은 기업복지!”

일자리 창출? 경제위기 상황에 맞는 정책이란 말인가.
“그린뉴딜 보고서가 발표된 해가 2008년이다. 미국에서 경제위기가 시작된 때다. 실직자를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가 최대 이슈였다. 그때 미 정부는 대대적인 토목건설을 벌여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것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했던 뉴딜 아닌가.
“대공황 직후 뉴딜이 바로 토목사업이었다. 미 연방정부가 건설기업이 돈 벌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창출했다. 이는 이후 모든 경기부양의 기본 메커니즘으로 자리 잡았다. 난 이런 뉴딜을 ‘기업복지’라고 부른다.”
기업복지란 말이 낯설다.
“지금까지 경기부양은 위기 와중에 흔들리는 기업에 돈 벌 기회를 제공하는 재정정책이다.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잘 팔게 되면 일자리가 늘어나는 분수효과가 일어날 것이란 기대에서다. 21세기 기업은 위기마다 일자리를 줄이는 설비투자를 늘린다. 정부가 기대한 만큼 일자리가 늘지 않는 이유다. 기존 경기부양이 기업을 위한 복지인 셈이다.” 
미국 민주당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가운데)이 그린뉴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미국 민주당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가운데)이 그린뉴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린뉴딜은 기업-노동자가 동시에 수혜!”

그린뉴딜은 다른가.  
“그린뉴딜이라고 기업을 배제하는 게 아니다. 태양광 패널 등을 생산하는 기업에 그린뉴딜은 횡재할 기회다. 다만, 유럽에서 주택 수백만 채가 이산화탄소를 마구 배출하고 있다. 이런 집을 인공지능(AI) 로봇으로 친환경적으로 개조할 수 있겠는가?”
현재 기술로는 어려워 보인다.
“수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녹색 일자리(green job)’가 많이 창출된다. 내가 한국에 주택과 건물이 몇 채나 있는지 모른다. 다만 수백만 채는 될 것이라고 본다. 건물을 친환경, 온난화 가스 제로 빌딩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는 엄청난 일자리 창출 엔진이다. 기업-노동자 사이에 진정한 분수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2008년 전후 추진한 녹색성장을 떠올리게 한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부연설명을 들은 뒤) 한국의 하천 리모델링 사업은 주로 중장비가 동원됐을 것이다. 일자리 창출과 부양효과가 의심스럽다.”

“현재 QE를 ‘그린 QE’로 바꿔야!”

그린뉴딜의 주체가 정부인 것으로 안다.
“그린뉴딜의 투자 주체는 정부다. 정부가 재정수단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지방정부 등과 손잡고 투자해야 한다.”
정부는 어떻게 자금을 조달할까.
“그린뉴딜을 반대하거나 경계하는 쪽이 늘 ‘돈이 많이 들 텐데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라고 묻는다. 재정과 금융 이론은 이미 제시돼 있다. 다만 요즘 상황에 맞춰 말하겠다. ‘그린QE(양적 완화)’를 하면 된다.”
그린뉴딜의 핵심은 친환경 사업 부문의 일자리(녹색 일자리) 창출이다.

그린뉴딜의 핵심은 친환경 사업 부문의 일자리(녹색 일자리) 창출이다.

무슨 말인가.
“지금 미국과 유럽 등이 QE를 하고 있다. 그 바람에 금리가 제로이거나 마이너스 수준이다. 이런 QE를 활용해 정부가 자금을 싸게 조달해 그린뉴딜에 투자하면 바로 ‘그린 QE’가 된다. 현재 QE는 금융시장 참여자가 국채 등을 팔고 현금화할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 비생상산적이다.”
한국에선 대통령이 그린뉴딜을 주도하고 있다.
“최고 리더가 주도한다니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꼭 성공해 미국과 유럽의 리더가 그린뉴딜을 채택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한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처하는 전략이 벤치마킹 되고 있듯이 말이다.”
그린뉴딜이 코로나 발 위기에 효과가 있을까.
“산업화한 나라가 저성장에 시달리는 와중에 코로나 사태가 발생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성장엔진을 재가동하는 문제가 발등의 불일 것이다. 나는 그린뉴딜만이 저성장 덫에서 한국과 미국 등 산업화한 나라를 구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

콜린 하인스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오래 맡았다. 환경과 대안 단체 리더 가운데 금융에 대한 지식을 갖춘 인물이다. 그는 그린뉴딜그룹 외에도 ‘미래를 위한 금융(Finance for the Future)’ 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2000년에는 『지역화: 글로벌 선언(Localisation: A global manifesto)』를 썼고, 2017년엔 『진보적 보호주의(Progressive Protectionism)』를 발표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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