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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성'에도 빈부격차 더 커졌다…코로나 서민에 더 타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분기 소득 하위 20%와 상위 20%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도 소득 불평등이 더 심해진 것이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은 중하위(1~3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에 직격탄이 됐다.

벌어진 소득 격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벌어진 소득 격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소득 분배 성적 악화…“코로나19 영향”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20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올해 1분기 소득 상위 20%(5분위)는 하위 20%(1분위)보다 5.41배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5.18배)보다 악화한 수치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소득 불평등이 가장 심했던 2018년(5.95배)보다 숫자상으로 개선된 모습이지만, 지난해부터 통계청이 조사 방법을 개편해 단순비교는 할 수 없다.

벌어진 소득 격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벌어진 소득 격차.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저소득층 가구의 소득은 그대로인데 고소득층 가구의 소득은 늘었다. 특히 소득이 낮은 1~3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이 올 1분기 모두 감소했다. 반면 4·5분위의 근로소득은 각각 7.8%·2.6% 늘었다. 4·5분위는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이 줄었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코로나19로 일자리가 없어지거나 급여가 줄어드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근로소득 증가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예측을 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 1분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약 27만명의 임시·일용직 취업자가 줄었는데 이들 대부분이 소득 상위 가구보다 1~3분위 소득 하위 가구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 영향은 소득보다 지출에

 전체 가구로 보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5만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증가했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각각 1.8%·2.2% 늘었다. 특히 정부가 무상으로 지급하는 공적연금·사회수혜금 등의 공적이전소득이 지난해보다 13.4% 증가했다. 일해서 번 돈보다 정부 재정으로 메운 돈이 더 많이 늘었다는 의미다. 경조소득이나 퇴직수당, 실비보험 수령액처럼 일시적인 소득인 비경상소득은 79.8% 급증했다. 5월 긴급재난지원금과 실업자 퇴직수당 등의 지급이 늘어나면 향후 가계의 공적이전소득과 비경상소득은 더 커질 전망이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 증감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 증감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집 바깥에서의 소비는 줄고, 집 안에서의 소비는 늘었다. 집 밖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액은 287만8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6% 감소했다. 식료품·비주류음료(10.5%)와 보건(9.9%) 분야 지출은 늘었지만, 교육(-26.3%), 오락·문화(-25.6%), 의류·신발(-28%), 음식·숙박(-11.2%) 지출이 줄었다. 웬만해선 안 줄어든다는 교육비마저 코로나 19 영향을 비껴가지 못한 셈이다. 강 청장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특정 분야에서는 소비가 증가하고, 또 어떤 분야에서는 감소하는 방향성은 지난 1998년 외환위기와는 다른 모양”이라고 말했다.

 소득 증가율보다 지출 감소율이 상대적으로 더 커지면서 1분기 가계부는 흑자를 기록했다.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429만1000원을 기록했다. 처분가능소득을 100으로 봤을 때 소비지출액을 의미하는 평균소비성향은 67.1%로 전년 동분기 대비 7.9%포인트 낮아졌다. 따라서 가구당 흑자액은 평균 141만3000원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38.4% 늘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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