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유포 피해자 10명 중 2명은 미성년 때 이런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촬영으로 인해 받은 정신적 고통이 폭행·협박을 동반한 성추행을 당했을 때보다 큰 것으로 조사됐다.
21일 여성가족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9년 성폭력안전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이 실태조사는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7년부터 3년 주기로 하는 것이다. 만 19~64세 이하 성인 남녀 1만106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3~12월까지 대면 설문조사를 통해 이뤄졌다.
성폭력 피해율 9.6%…여성은 18.5% #정신적 고통, 불법촬영>성추행
조사 결과 성추행·강간미수·강간 등 신체접촉을 동반한 성폭력 피해를 한 번이라도 당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9.6%였다. 2013년(10.2%)과 2016년(11.0%)보다 소폭 내려갔지만, 여전히 10명 중 1명꼴로 피해를 경험하고 있었다. 성별로 보면 여성의 피해율(18.5%)이 남성(1.2%)보다 월등히 높다.
성기 노출을 제외하고 모든 유형의 성폭력에서 첫 피해 연령은 19세 이상 35세 미만이 가장 높게 나왔다. 불법촬영의 경우 10명 중 6명(64.6%)은 첫 피해 연령이 19세 이상 35세 미만이라고 답했다. 미성년(19세 미만)일 때 피해를 본 비율도 13.4%에 달했다. 가해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 74.9%로 높았다.
불법촬영 유포 피해 역시 10명 중 7명 가량(69.3%)은 19세 이상 35세 미만에 이런 일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19세 미만에 첫 피해를 봤다고 응답한 사람도 10명 중 2명(21.8%)꼴로 나타났다.
피해 유형으로는 동의 없이 유포한 경우가 49.0%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고, 유포 협박이 45.6%로 뒤를 이었다. 유포 경로는 카카오톡 등 인스턴트메신저가 절반 이상(55.2%)이었고,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38.5%), 블로그(33.1%) 등의 순이었다.
성희롱·성추행·강간은 아는 사람에 의해 발생한 경우가 많았지만, 불법촬영과 유포는 모르는 사람에게 많이 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폭력 피해로 인한 정신적 고통 경험률을 조사했더니 여성(24.4%)이 남성(7.1%)의 3배 이상으로 나타났다.
피해 유형별로는 강간(86.8%)이 가장 많았고, 강간미수(71.5%), 불법촬영(60.6%), 폭행과 협박을 수반한 성추행(58.1%), 성희롱(47.0%) 등의 순으로 확인됐다.
특히 여성은 성폭력 피해를 당한 후로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됐다’(34.4%)거나 ‘가해자와 동일한 성별에 대한 혐오감이 생겼다’(28.3%) 등 일상생활에 변화가 있다는 응답이 많았다.
주변 사람들로부터도 ‘피해 사실을 주변 사람에게 알려봐야 도움되지 않는다’(6.3%)거나 ‘성폭력 피해를 봤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6.2%) 식의 말을 듣는 등 2차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폭력 피해를 봤을 때 대응방법(복수응답)으로는 자리를 옮기거나 뛰어서 도망친다고 답한 비율이 10명 중 6명(64.1%)꼴로 가장 높았다.
이정옥 여가부 장관은 “최근 정보통신 기술 발달과 함께 악질적 범죄수법의 성폭력 문제가 발생하며 가해자 처벌 등 관련 법·제도 개선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며 “관련 법·제도를 개선하고, 피해자 관점에서 지원체계를 강화하겠다“라고 밝혔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