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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환경 이겨내는 식물 몬스테라 닮아봐요”

중앙일보

입력

여성복 브랜드 제이청과 테이즈를 이끄는 정재선 디자이너는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매장에서 사용하는 포장용 봉투도 생분해비닐로 바꾸고, 사내에서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였다. 다섯살 아이의 엄마기도 한 그는 "미래 세대에게 어떤 환경을 물려 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제이청·테이즈 이끄는 정재선 디자이너 #마티스 그림 등장하는 몬스테라 모티브 #불완전한 인간 인정하고 환경과 공존해야

정재선

정재선

해피 마스크 프로젝트에 참여한 된 그는 스티커 디자인에도 환경을 향한 메시지를 담았다. “신종 바이러스 출현 역시 지구 환경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해서다. 해초 같기도, 나뭇잎 같기도 한 이 디자인은 앙리 마티즈 작품에서 자주 보였던 식물 몬스테라에서 영감 받았다.

몬스테라는 멕시코가 원산지인 식물로 습한 곳에서 잘 자라고, 비와 바람에도 잘 견딜 수 있게 잎이 깃처럼 갈라진 게 특징이다. 정 디자이너는 “실제 마티즈의 작업실엔 몬스테라가 천장까지 뒤덮고 있었고, 그 영향으로 그림에도 자연스럽게 등장한 것”이라며 “환경이 인간에 끼치는 영향을 떠올리게 한 모티프가 됐다”고 말했다.

앙리 마티스의 작품 '음악' 1939년 작.

앙리 마티스의 작품 '음악' 1939년 작.

인간과 환경을 고민해온 그의 옷은 보기에도, 입기에도 편안하다. 화려한 디테일을 부각하거나 파격적 디자인으로 단숨에 이목을 끌지 않는다. 대신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고 은은하게 빛나는 멋을 담았다. '불완전한의 매력을' 주제로, 평범한 삶의 아름다움을 담은 그의 옷은 3~4년 전부터 두각을 보이며 여성 고객의 시선을 끌고 있다.

2018년엔 SFDF(삼성패션디자인펀드) 톱 10에 선정되고, 2019년 대한민국패션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패션계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하죠. 불완전함 자체를 받아들이면, 완벽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봐요. 자신의 결점을 보완하며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는 패션을 지향합니다.”

요솁 보이스가 독일 카셀에서 선보인 '7000그루의 떡갈나무' 작품. 떡갈나무 옆에 현무암이 함께 놓여있다. [사진 PLF]

요솁 보이스가 독일 카셀에서 선보인 '7000그루의 떡갈나무' 작품. 떡갈나무 옆에 현무암이 함께 놓여있다. [사진 PLF]

테이즈에선 매 시즌마다 반 고흐나 프리다 칼로 등 유명 예술가의 모습을 담은 티셔츠를 만들고 있다. 최근엔 독일 예술가 요솁 보이스(1921~1986)를 선정했다. 환경과 생명의 가치를 힘주어 말해온 보이스는 과도한 산업화와 물질주의에 반대한 현대 미술의 거장이다.

정 디자이너는 특히 보이스의 1982년 작 ‘7000그루의 떡갈나무’를 눈여겨봤다. 이 작품은 보이스가 독일의 카셀 지역에 말 그대로 떡갈나무 7000그루를 심는 프로젝트였다. “보이스는 작은 묘목 옆에 현무암을 두었습니다. 처음엔 나무가 현무암보다 작지만 곧 나무가 자라면서 역전돼죠. 당장은 이길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막강한 상대도, 이런 작은 실천을 시작으로 이겨낼 수 있다는 메시지가 와 닿았습니다. 그처럼 코로나19 역시 작은 실천을 시작으로 극복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지난 4월 29일 서울 신사동 제이청 사무실에서 만난 정재선 디자이너. 김나현 기자

지난 4월 29일 서울 신사동 제이청 사무실에서 만난 정재선 디자이너. 김나현 기자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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