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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판결 뒤집기 기류…김근식 "매카시 빨갱이 사냥 연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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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탕인 비망록을 흔들며 한명숙 무죄를 주장하는 걸 보며, 매카시 의원이 정체 모를 문건을 흔들며 빨갱이 사냥에 나선 것을 연상하게 되는 것은 저의 지나친 우려일까.”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거대 여당의 오만과 폭주가 시작됐다”며 이렇게 적었다. 여권의 ‘한명숙 사건’ 재조사 촉구 움직임을 1950년대 미국의 매카시즘과 비교하며 지적한 것이다. 매카시 공화당 의원은 1950년 “미국 정부 내 공산주의자 297명의 명단을 입수했다”는 과장된 문건 존재를 주장해 미국 사회가 이후 큰 후유증을 겪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 [중앙포토]

김근식 경남대 교수 [중앙포토]

김 교수는 “총선 압승이라는 현실에 취한 무모함인가. 민주당은 ‘법에 의한 지배’를 민주주의의 핵심가치로 인정하지 않는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광주 민주화운동,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을 언급하며 “내로남불, 조로남불에 이어 이제는 법마저도 상대는 불법이고 나는 억울하다는 ‘법로남불’의 경지”라며 “상대방은 법의 이름으로 단죄하고 비난하면서 자신들은 법의 잣대로도 건드리지 말라는 건 법 위에 군림하려는 무소불위의 권력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심에서 유죄가 난 이재명 경기지사,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법정구속 됐다 풀려난 김경수 경남지사 등을 차례로 언급했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 대선후보 경선비용 명목으로 한신건영 대표였던 고(故) 한만호 씨로부터 9억원을 받은 혐의로 2015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형을 확정받고 복역했다. 그러나 최근 한 언론을 통해 ‘검찰 강요로 거짓 진술을 했다’는 취지의 한 씨 옥중 비망록이 공개되면서 여권에서 공개적으로 이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장(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이 고개를 들었다.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연합뉴스]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연합뉴스]

이에 대해 윤영석 통합당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나와 “재심 청구를 본인이 하면 된다”며 “민주당이 대신 나서서 이러는 건 총선에서 이겼다고 법치주의를 무시하고 군림하려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준석 최고위원도 “사법부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할 정도로 새로운 증거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과연 있나”라고 가세했다.

국민의당은 추 장관을 겨냥했다. 권은희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법무부 장관으로서 우리 사회 최후의 보루인 법치주의를 수호하겠다는 의지와 의식을 찾아볼 수 없다”며 “여당의 의혹 제기에 맞장구치는 추 장관은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일훈ㆍ김홍범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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