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장거리 폭격기인 B-1B 랜서가 인도ㆍ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력을 보여주는 새 얼굴로 떠오르고 있다.
2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군사 전문 매체인 밀리터리닷컴이 B-1B의 최근 활약상을 분석했다. 미국은 지난달 16일 괌 앤더슨 공군 기지의 폭격기 순환배치를 16년 만에 종료한 뒤 B-1B가 그 공백을 메워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2일 B-1B 1대가 미 본토에서 일본까지 날아오면서 일본 항공자위대의 엄호를 받았다. 같은 달 28일엔 미 본토의 B-1B 편대가 남중국해까지 32시간 왕복비행을 했다. 그리고 지난 1일 미 본토에서 B-1B 4대가 괌으로 이동한 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초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붙박이 신세를 벗어나 태평양을 종횡무진하고 있는 것이다.
제8 공군 사령관인 짐 도킨스 주니어 공군 소장은 밀리터리닷컴과의 인터뷰에서 B-1B가 단순히 초계 임무만 맡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B-1B 승무원은 목표물로 선정하고, 목표물 타격 계획을 수립하고, 그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거리까지 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B-1B가 초계하면서 타격 훈련까지 같이한다는 뜻이다.
러시아와의 핵군축 협정인 뉴 스타트에 따라 핵공격 능력이 제거된 B-1B는 재래식 무기만 탑재할 수 있다. 그러나 B-1B의 폭장량(34t)은 전략(핵)폭격기인 B-52B 스트래토포트리스(32t)보다 더 많다. 더군다나 B-1B는 공대지 미사일인 JASSM-ER과 공대함 미사일인 LRASM을 달 수 있다. 두 미사일은 모두 레이더 탐지를 피하는 스텔스 형상으로 설계됐다.
JASSM-ER은 최대 930㎞까지 날아간 뒤 목표물을 정확히 때리는 정밀 타격 미사일이다. B-1B 4대가 LRASM 96발을 쏘면 중국의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이 이끄는 함대를 전멸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B-1B는 JASSM-ER과 LRASM을 각각 최대 24발까지 실을 수 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