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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그랩 덕분에 생애 첫 은행계좌 개설한 사람만 170만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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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동남아 그랩 파이낸셜 루벤 라이 대표 단독인터뷰 

그랩은 동남아시아 중심으로 광범위한 수요응답형 운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그랩]

그랩은 동남아시아 중심으로 광범위한 수요응답형 운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그랩]

그랩은 ‘동남아 슈퍼 앱’으로 불린다. 모든 생활 서비스를 앱 하나로 해결할 수 있어서다.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택시 호출 앱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금융·결제·쇼핑·예약에서부터 보험 가입, 대출 신청, 음식·식료품·택배 배달까지 생활 전 분야로 업역을 넓혔다. 서비스 지역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8개국 339개 도시다. 모바일 앱 다운로드 건수만 1억 8500만건. 소프트뱅크, 디디추싱, 도요타, 현대차,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받은 누적 투자 유치액은 100억 달러(12조 3050억원) 이상이다. 택시 호출 앱에 머물렀다면 달성하기 어려운 성과다.

그랩은 어떻게 택시 호출 앱에서 슈퍼 앱으로 진화할 수 있었을까. 그 키를 쥔 그랩의 금융사업 부문 '그랩 파이낸셜'의 루벤 라이(40) 대표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월트디즈니에서 신사업 개발 업무를 맡았던 라이 대표는 2015년 그랩 합류 후 2018년부터 그랩 파이낸셜 대표를 맡고 있다.

루벤 라이 그랩 파이낸셜 그룹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서면인터뷰에서 "일상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집중하다보니 차량호출앱에서 금융을 아우르는 수퍼앱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 그랩]

루벤 라이 그랩 파이낸셜 그룹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서면인터뷰에서 "일상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집중하다보니 차량호출앱에서 금융을 아우르는 수퍼앱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 그랩]

택시 호출 앱에서 출발한 그랩이 음식배달·보험까지 해결한다.
우리는 동남아시아의 일상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했다. 처음엔 교통 문제가 너무 심각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차량호출 서비스를 선보였다. 택시 문제를 앱으로 해결하고 나서 보니, 결제 분야 문제점이 눈에 들어왔다.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에 필요한 건 빠르고 안전하게 결제하는 시스템이었다. 그래서 전자 지갑인 '그랩페이'를 선보였다. 그렇게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용자가 모였고 이들 중 40% 이상이 그랩 플랫폼에서 하나 이상의 서비스를 사용 중이다.
차량호출 앱이 금융에서도 성공한 비결이 있다면.
900만명 이상의 그랩 운전자와 배달 기사가 우리 플랫폼에 속해 있다. 즉 이들의 수입과 운전 패턴 데이터에 기반해 소득·신용 리스크를 평가하고 개인 맞춤형 보험·대출 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는 이를 ‘긍정 강화 네트워크 효과’라 부른다. 많은 사용자 데이터가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원동력이 된다.

분 단위 수입 반영해 신용평가

기존 금융기관과 그랩 금융서비스의 차이는.
우리에겐 정교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든 자체 신용평가 엔진이 있다. 신용도를 평가할 때 월별 손익계산서 등 전통적인 데이터뿐만 아니라 플랫폼에 누적된 다양한 대체 데이터를 활용해 정확도를 높인다. 예컨대 그랩푸드나 그랩페이 판매자들의 분 단위 수입, 그랩 운전자에 대한 사용자 만족도 평가, 운전 습관 등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월간 거래 빈도수와 총 월수입을 함께 검토한다. 이를 통해 어떤 금융기업보다 합리적 조건에 대출을 제공하면서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어떤 면에서 혁신했다고 생각하나.
우리는 동남아 사람들이 디지털 경제와 전자상거래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동남아는 6억 2000만 인구 대부분이 언더뱅크드(under banked·금융소외 계층)에 속한다. 그랩은 이들이 현금 없이 결제하고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지금까지 그랩을 통해 170만명 이상의 소규모 기업가들이 생애 처음으로 은행 계좌를 개설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7월 그랩을 통해 인도네시아에 20억 달러를 투자했다. 왼쪽부터 엔서니 탄 그랩 최고경영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루훗 빈사르 빤자이딴 인도네시아 해양부 조정장관, 리드즈키 크라마디브라타 그랩 인도네시아 사장 [사진 그랩]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7월 그랩을 통해 인도네시아에 20억 달러를 투자했다. 왼쪽부터 엔서니 탄 그랩 최고경영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루훗 빈사르 빤자이딴 인도네시아 해양부 조정장관, 리드즈키 크라마디브라타 그랩 인도네시아 사장 [사진 그랩]

사업확장 과정에서 기존 사업자 반발은 없었나.
우리는 파트너십을 지향하는 회사다.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마이택시’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당시 택시 운전사들은 소득이 부족했고 승객을 태우기보단 공회전하며 시간을 허비했다. 반면 여성 승객들은 택시 탈 때 안전을 우려했다. 우리는 택시 기사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기술에 대해 설명했고 가입을 권한 다음 함께 변화를 꾀했다. 택시 회사와도 파트너십을 맺어 시장을 키워나가는 방향을 택했다. 금융도 마찬가지다. 기존 사업자를 대체하는 게 아닌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형성해왔다. 
코로나19로 그랩도 영향을 받았을텐데.
사회적 거리두기와 도시 봉쇄 조치로 동남아 전체 승차량이 감소했다. 우리는 사륜 차량을 운전하는 그랩카 운전자 파트너가 음식·전자상거래·의약품 배달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조치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그랩푸드·마트·익스프레스 수요가 증가해 1만8000명의 그랩카 운전자를 그쪽으로 배치했다. 싱가포르에서도 운전자가 오전 7~10시를 제외한 모든 시간대에 택배 및 음식 배달을 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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