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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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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한애란
한애란 기자 중앙일보 앤츠랩 팀장
한애란 금융팀장

한애란 금융팀장

경매로 집을 사볼까. 올해 초 이런 생각에 부동산 경매 정보 사이트에 가입했다. 마침 은행에서 적금에 새로 가입하면 사이트 무료 이용권을 주는 이벤트 중이었다.

경매는 일반적인 부동산 매매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계였다. 머니게임은 물론 심리게임까지 벌여야 해서다. 일단 첫 경매에서 낙찰되는 매물은 매우 드물다. 감정가가 시세와 다를 바 없다보니 입질이 아예 없다. 하지만 한번 유찰이 되고 나면 최저매각가격이 감정가의 80%로 뚝 떨어지면서 매력도가 급상승한다. 그래서 좀 괜찮은 물건이다 싶으면 두 번째 입찰기일엔 여지없이 10명 이상 입찰자가 몰려든다. 그 결과 대부분 인기매물은 두 번째 경매에서 감정가의 100%를 훌쩍 넘긴 가격에 낙찰된다. 이럴 거면 왜 첫 경매 때 아무도 입찰하지 않았나 어리둥절하다.

권리분석도 꼼꼼히 따질 줄 알아야 한다.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존재할 수 있어서다. 자칫 가격이 싸다고 덥석 물었는데, 배(시세 차익)보다 배꼽(임차인에 내어줘야 하는 돈)이 더 클 수도 있다.

결국 사이트에서 눈여겨 봐둔 물건은 여러 개였지만 실제로는 법원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무엇보다 평일 오전에 법원에 갈 시간이 도저히 나지 않았다. 다행히도 찜해뒀던 그 집들은 대부분 예상을 훌쩍 넘어서는 비싼 가격에 낙찰됐다. 애초에 초보자가 뛰어들만한 시장이 아니었지 싶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 출신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2012년 경매로 아파트를 산 것을 두고 의혹이 제기된다. 경매대금으로 지불한 현금의 출처가 어디냐는 것이 쟁점이다. 진실 공방은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확실한 건 그가 일반인이 하기 어렵다는 경매까지 정복한 부동산 실력자라는 점이다. 물건에 대한 권리 분석은 물론 낙찰될 만한 적절한 가격 책정까지 할 수 있는 고수였던 셈이다.

그런 그가 정의연 법인 명의인 경기도 안성의 위안부 피해자 쉼터를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에 사서 논란이다. 시장에 밝은 그가 쉼터 매매거래에 있어서만은 심하게 무심했던 건 자기 돈과 기부금의 차이인 걸까, 본인 재산과 법인 재산의 차이인 걸까. 30년 동안 헌신한 단체를 위한 일에 그가 왜 그리 재능 발휘를 아꼈는지가 미스터리다.

한애란 금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