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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원, 중국기업 상장 금지법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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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 상원 19일(현지시간) 화상 청문회에서 질의하는 공화당 맥샐리 의원. 중국과 중국 기업이 미국에서 부당한 이윤을 창출한다며 중국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블룸버그TV 화면 캡처]

미국 상원 19일(현지시간) 화상 청문회에서 질의하는 공화당 맥샐리 의원. 중국과 중국 기업이 미국에서 부당한 이윤을 창출한다며 중국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블룸버그TV 화면 캡처]

미국의 반중(反中) 정서가 행정부를 넘어 입법부까지 번져가고 있다. 미국 상원 금융위원회는 19일(현지시간) ‘경제 투 톱’ 격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화상으로 출석시켜 화웨이 제재방안을 따져물었다.

반 중국 정서, 미국 의회까지 번져 #므누신·파월 나온 상원 금융위 #의원들 “중, 미국서 부당한 이윤” #중 루이싱커피 상장 폐지 당해

“우리 미국인들은 중국과 중국 기업이 미국에서 부당한 이윤을 창출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마사 맥샐리 의원·공화)부터 “영업 기밀 탈취부터 돈세탁까지 다양한 혐의를 받아온 화웨이는 중국공산당의 대변자인데,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가져올 수 있는 효과와 부작용을 재무부는 뭐라고 생각하는가”(벤 새스 의원·공화) 등의 발언들이 쏟아졌다. 트럼프 행정부뿐 아니라 상원에서도 반중 정서가 선명해지고 있음을 보여준 청문회였다.

중앙일보가 19일 청문회 녹취록을 분석했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화상 회의에서 ‘중국’이 언급된 것은 모두 18차례다. 청문회가 원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한 대책을 청취하는 자리였던 것을 감안하면 중국 이슈의 부상은 의외였다. “Fed의 경기 부양 노력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파월 의장) “봉쇄 조치를 계속한다면 미국 경제가 영구적으로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므누신 장관) 등의 발언이 나왔다. 전망은 엇갈렸다. 므누신 장관은 “2분기 최악을 지나면 반등할 것”이라고 했지만 파월 의장은 “바이러스 사태가 끝나기 전엔 경제의 완전한 회복은 어렵다”고 신중함을 유지했다.

청문회의 반중 정서는 초당적이었다. 공화당 소속인 맥샐리·새스 의원 외에 더그 존스 민주당 의원도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과 세계보건기구(WHO)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말했다. 맥샐리 의원은 발언의 대부분을 중국 비판에 할애했다. 맥샐리는 미군 사상 첫 여성 전투기 조종사로, 대통령 후보였던 고(故)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지역구를 계승해 당선됐다. 맥샐리 의원은 이날 글로벌 초대형 자산운용사인 블랙락을 콕 집어 비판했다. 그는 “지난 3월 24일에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블랙락을 금융대리인으로 계속 유지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블랙락은 미국 (주식) 시장에 중국 기업을 상장하는 데 앞장서 온 기업인데 말이 되느냐”고 맹공했다. 중국 기업을 미국 증시에서 쫓아내야 한다는 미국 일각의 정서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파월 의장은 “블랙락은 자산 운용사로서 시장에서 인정받은 전문성을 인정해 선정한 것”이라면서도 “선정 과정이 급하게 이뤄진 부분이 있고 앞으로 재입찰을 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상원은 반중 정서를 행동으로도 옮길 채비에 나섰다. 경제 전문매체인 마켓워치는 19일 미국 상원이 중국 기업의 미국 내 상장을 사실상 금지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 상장을 원하는 중국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우회적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규명하도록 강제한 것이 골자다. 또한 미국 상장회사 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회계감사를 받을 것도 요구하고 있다.

행정부에서도 관련 움직임이 감지된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최근 “중국 기업의 투명성이 부족하다”며 “투자자와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더 많은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실제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렸던 루이싱커피가 19일 미국 나스닥에서 상장폐지 통보를 받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루이싱커피는 특유의 전자결제와 주문 시스템으로 중국 안에서만 4500개 이상의 점포를 열며 승승장구했으나 최근 회계 부정 스캔들에 휘말렸다. 루이싱커피는 2017년 창업 후 지난해 5월 나스닥에 상장, 기업공개(IPO)를 통해 6억5100만달러(약8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었다. 나스닥 측은 “루이싱커피가 회계 부정으로 인한 우려에도 불구, 정보 공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요지의 상장 폐지 서한을 보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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