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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집' 후원금 용처 두고 내분…경기도, 부적정 사용 다수 적발

중앙일보

입력

19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 추모공원에 할머니들의 아픔을 표현한 작품 뒤로 시민들의 글귀가 적힌 노란 나비가 보이고 있다. 뉴스1

19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 추모공원에 할머니들의 아픔을 표현한 작품 뒤로 시민들의 글귀가 적힌 노란 나비가 보이고 있다. 뉴스1

20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시설인 ‘나눔의 집’ 앞.

70대 여성 A씨는 “후원금 논란이 불거지자 마음이 놀라 바로 찾아왔다"며 "윤미향도 그렇고 어떻게 후원금을 자기들 멋대로 쓸 수 있냐. 와보니까 별것도 없고 할머니들을 위해 돈이 진짜 쓰였을까 싶다”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나눔의 집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위해 전에서 모인 후원금을 제 용도로 쓰지 않고 있다는 내부 고발이 전날 나온 뒤 나눔의 집 주변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고발장을 낸 김대월 학예실장 등 나눔의 집 직원 7명과 이에 반박하는 운영진인 안신권 소장 등의 입장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후원금 제 곳에 쓰여" vs "65억원 있지만 안 쓰여" 

19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 먼저 세상을 떠난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뉴스1

19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 먼저 세상을 떠난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뉴스1

안 소장은 이날 나눔의 집 사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일단 시설에서 갈등이 터져 나온 데 대해 사과한다”며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 곧 제자리로 돌려놓겠다”고 밝혔다.

후원금이 할머니들에게 쓰이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선 “후원금은 모두 할머니들을 위한 복지사업과 기념사업, 추모사업에만 쓰였고 법인을 위한 별도 사업에 사용된 후원금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나눔의 집에서 5년째 조리 업무를 하고 있다는 박모씨는 사무실을 찾아 “할머니들이 제대로 된 끼니를 못 먹었다는 주장은 정말 억울하다”며 “전국에서 들어오는 수많은 후원 물품으로 할머니들의 먹는 것과 입는 것 등을 다 챙겨드렸다”고 말했다.

반면 김 실장 등 직원 7명의 소송을 대리하는 류광옥 변호사는 나눔의 집에 지난해 25억원이 넘는 후원금이 들어왔지만, 할머니들을 위해 쓰인 돈은 6400만원에 불과하다며 후원금의 쓰임에 의문을 제기했다.

류 변호사는 “2018년 2월 28일 법인 이사회 영상에서는 스님인 이사 한명이 ‘할머니들 다 돌아가시면 일반 국민 후원금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좀 더 후원을 많이 받고 잘 모아서 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요양원을 지으면 어떻겠냐’는 말을 한다”며 “나눔의 집 법인은 건축공사나 땅 밖에 관심이 없다. 정관만 봐도 알 수 있다. 할머니를 위한 내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실장 등은 이 같은 영상을 근거로 지난해 기준 65억원에 이르는 후원금이 할머니들 사후에 노인 요양사업에 쓰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눔의 집 후원금 부적정 사용 확인" 

김 실장 등의 일부 주장은 사실로 나타났다. 나눔의 집을 상대로 지난 13~15일 특별점검을 한 경기도는 후원금이 부정하게 사용된 사례 등을 적발했다고 이날 밝혔다.

출근 내용도 없는 직원 급여 5300만원, 토지취득비 6억원, 증축공사비 5억원, 대표이사의 건강보험료 735만6000원 등 11억원이 넘는 돈이 후원금에서 빠져나갔다. 경기도는 이런 사항에 대해 과태료 부과 등 행정 처분하고, 특별사법경찰(특사경)로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해 진상을 정확히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현 운영진과 직원들 사이의 내분이 벌어진 양상이지만, 양측은 할머니들에 대한 걱정에는 한 목소리를 냈다. 현재 나눔의 집엔 현재 평균 나이 95세인 할머니 6명이 생활 중이다.

안 소장은 “할머니들이 논란에 휩싸이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안 소장과 대립하고 있는 김 실장 등도 “위안부 피해자 운동의 역사가 폄훼되거나 국민이 위안부 피해자 운동으로부터 눈 돌리게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광주시는 나눔의 집의 법인회계와 시설회계가 구분돼 운영되지 않았다며 지난달 과태료 300만원을 부과했다. 후원금 집행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은 법인과 시설이 구분되지 않은 채 운영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시는 점검 보고서에서 “나눔의 집 시설장이 법인 업무를 수행하고, 법인회계가 시설회계 업무를 대행하는 데다가 시설 내에 법인직원 사무실이 위치하는 등 법인과 시설이 구분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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