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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도 패션 소품 되지 말란 법 있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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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박윤희 디자이너는 프랑스 파리에 있었다. 비욘세, 패리스 힐튼, 앤 해서웨이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와 파리컬렉션에 참여하기 위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패리스 힐튼 스타일링한 그리디어스 박윤희 #병자나 범죄자만 쓴다는 서구 편견에 충격 #군복서 영감 얻어 서로 지키자 메시지 담아

“방송인 김숙 언니가 전화했는데, 한국이 난리가 났다는 거예요. 마스크를 사 오라고 해서 약국에 갔죠. 그전에 수도 없이 파리를 다녔는데, 그때 처음으로 이상한 사실을 알게 됐어요.” 무심코 들른 파리의 약국에서, 마스크를 사려면 필요하다며, 진단서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약사가 들려준 말은 더 놀라웠다. “파리는 병든 사람만 마스크를 쓰는 거라는 인식이 있어서 제가 쓰고 다니면 사람들이 분명히 이상하게 쳐다볼 거고, 해코지를 당할 수도 있다는 거예요. 문화에 따라 마스크의 이미지가 다르다는 걸 처음 생각해 본 계기였어요.”

박윤희

박윤희

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그리디어스’ 매장에서 만난 박 디자이너는 코로나19 이후 바뀐 세상과 패션의 진화에 관해 얘기했다. 특히 마스크를 바라보는 서구 세계와 우리 사이의 온도 차이를 피부로 느끼면서 아시아 디자이너로서 책임감이 생긴다고 했다.

파리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오른 귀국길, 박 디자이너는 또 하나의 특이한 제안을 받았다. 마스크 패션을 제안해달라는 방송사의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다. “우리에게 마스크는 중국의 미세먼지 때문에 자주 쓰는 일상화된 생활용품 같은 개념이죠. 사생활을 보호하려고 연예인들도 자주 쓰고요. 그런데 좀 위압감이 든다고 생각했어요. 색깔이 화이트 아니면 블랙인 데다 얼굴 근육이 안 보이니 사람 같지가 않았어요.”

그는 마스크를 선글라스나 귀고리 같은 패션아이템으로 써보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던졌다. 단조로운 마스크만 쓰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병자나 범죄자만 쓰는 것이라는 마스크에 대한 서구의 인식까지 전환해 보자는 취지였다. 최근엔 직접 디자인한 마스크를 출시했고 산다라박ㆍ채정안ㆍ이시언 등 방송인들이 착용하는 등 방송가에선 소소한 화제가 됐다.

그리고 지난달 박 디자이너는 마스크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기 위한 또 하나의 캠페인에 동참하기로 했다. 중앙일보가 진행하는 ‘해피 마스크’ 캠페인을 위한 스티커를 제작했다. 마스크로 표정은 가려져 있지만, 웃으면 행복해진다는 의미를 담아 ‘Smile’, ‘Be happy’라는 문구를 넣었다.

박윤희 디자이너와 패리스 힐튼. 사진 그리디어스

박윤희 디자이너와 패리스 힐튼. 사진 그리디어스

그는 “하트 안에 있는 알록달록한 건 군복의 카모플라주 문양을 화려하게 디자인한 변용”이라고 설명했다. 군복을 형상화한 데는 전세계가 코로나때문에 힘드니까 서로를 지키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하트와 화살은 서로 사랑하고 돕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하트 주위를 빙빙 도는 건 전세계를 아우른다는 의미로, 전세계가 모두 힘드니까 함께 서로를 지키자는 뜻”이라고 했다.

“패션은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주는 아이템이거든요. 코로나19 때문에 자기를 표현할 수 없는 시기에 디자이너로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면서도 나도 행복해질 수 있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요.”

중앙일보가 디자이너 어벤져스 9인의 재능기부로 만든 해피마스크 스티커

중앙일보가 디자이너 어벤져스 9인의 재능기부로 만든 해피마스크 스티커

박 디자이너는 12년 간 오브제ㆍ한섬 등 국내 패션기업에서 일한 뒤 2011년 창업한 순수 국내파다. 창업 바로 다음해 뉴욕 편집숍에 작업한 옷을 납품하면서 세계 무대에 진출했다.

2014년 인스타그램에 그의 옷을 입고 있는 비욘세의 파파라치 사진이 올라오면서 이른바 대박을 터뜨렸다. 지금은 패리스 힐튼의 스타일리스트가 옷을 달라는 메시지를 보내오고, 힐튼을 직접 만나 스타일링을 해주기도 하는 패션계 ‘핫 피플’이다.

박윤희 디자이너. 사진 그리디어스

박윤희 디자이너. 사진 그리디어스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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