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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 만에 반팔 교복 입고 등교한 고3 “눈물나게 반갑다”

중앙일보

입력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등교 개학한 2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고등학교에서 마스크를 쓴 교사와 학생이 반가움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등교 개학한 2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고등학교에서 마스크를 쓴 교사와 학생이 반가움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20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종로구 경복고 교문에는 교사 10여명이 서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맞았다. 비접촉 체온계를 든 교사는 학생의 이마를 찍은 뒤 “합격”이라고 외쳤다. 체온이 37.5도를 넘지 않아 교문을 통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연기됐던 등교 수업이 80일 만에 시작됐다. 20일 고3을 시작으로 27일부터는 나머지 학년도 순차적으로 등교하게 된다. 학교 내 감염 확산 우려가 적지 않지만, 등교 첫날 오랜만에 만난 교사와 학생들의 표정은 밝았다.

반팔 입고 첫 등교, 반갑게 손 인사

서울 경복고등학교 식당에 '친구들아 반가워'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서울 경복고등학교 식당에 '친구들아 반가워'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이날 경복고 교문에는 등교 지도 교사가 아닌 교사들도 나와 학생들을 만났다. 서로 반가운 얼굴로 손을 흔들고 인사를 건넸지만, 포옹 등 접촉은 하지 않았다. 이경률 경복고 교장은 “등교 지도를 맡지 않은 교사들도 학생이 보고 싶다며 나왔다”며 “오랜만에 보니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갑다”고 말했다.

교사와 학생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마스크에 고글까지 착용한 교사도 눈에 띄었다. 5월 중순이 넘어 처음 등교를 하게 된 탓에 학생들이 처음 꺼내 입은 교복은 반팔 하복이었다. 학생들은 체온을 재고 손소독제를 뿌린 뒤 열화상 카메라를 지나 학교에 들어갔다. 이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감염 우려로 등교하지 않은 학생은 1명뿐이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이날 오전 경복고를 찾아 직접 학생들의 체온을 재며 교문을 지켰다. 조 교육감은 “지금부터는 학업과 방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아야 하는 긴장국면에 들어섰다”며 “코로나가 창궐해도 원격과 대면 수업을 결합하면서 배움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손잡으려는 학생에게 "2m 떨어져라"

20일 오전 부산 동래구 중앙여고에서 학생들이 친구와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20일 오전 부산 동래구 중앙여고에서 학생들이 친구와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같은 시간, 서울 용산구 중경고에서도 등교가 한창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여학생들이 손을 잡고 팔짱을 끼려고 하자 이 학교 김태원 교사가 “서로 2m씩 떨어져라”고 외쳤다. 교문에는 교사 3명이 학생 거리두기를 지도하고 발열 체크와 손소독을 도왔다.

교문부터 학교 현관까지는 2m 간격으로 고깔을 비치해 학생들이 간격을 유지하도록 했다. 학교 안 복도에도 2m마다 파란색 발자국 표시를 붙여놨다.

교실 책상은 전후좌우 1m씩 떨어져 배치됐다. 학생 접촉을 줄이려 교실 뒤 사물함도 없앴다. 모든 학생과 교사가 마스크를 쓴 채로 수업이 시작됐다. 급식실은 투명 아크릴판으로 칸막이가 설치됐고 한 칸씩 띄어 앉도록 하기 위해 앉지 말아야 하는 자리에는 'X' 표시가 붙었다.

김승겸 중경고 교장은 “확진자가 매일 발생해 감염 우려가 있지만, 대입을 앞둔 고3은 언제까지 등교를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안성 9개교, 확진자 동선 파악 안 돼 등교중지

20일 오전 부산 동래구 중앙여고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송봉근 기자

20일 오전 부산 동래구 중앙여고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송봉근 기자

80일 만에 재개된 고3 등교에는 외신의 관심도 컸다. 국내 취재진뿐 아니라 중화권과 유럽 등 외신도 현장을 찾아 등교 모습을 취재했다. 이들은 체온 측정과 마스크 착용 등 방역 현장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하지만 이태원발 코로나19가 서울과 인천, 경기 지역에 산발적으로 확산하고 있어 학교 내 감염 우려는 여전하다. 교육 당국은 매일 아침 등교 전 학생들이 건강 상태 자가진단 결과를 학교에 보내도록 했지만, 참여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고교 관계자는 “오늘 아침에도 안내를 보냈는데 자가진단 참여율은 10~20% 정도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지역에서는 확진자의 동선이 불확실해 등교를 중지한 학교도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19일 밤 확진 판정을 받은 안성시 20대 남성의 동선이 완전히 파악되지 않아 안성 소재 9개 고교에 등교 중지 결정을 내렸다. 교육청은 오전 중 회의를 열어 다음날 등교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서울에서는 등교 중지된 곳은 없다.

전민희·남궁민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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