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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임기 여성 증상 없는 자궁근종 치료, 미루는 게 상책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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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자궁근종은 초기에는 증상이 없거나 작다가 질환이 진행될수록 증상이 생기고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자궁근종이 자궁 내막과 가까우면 생리과다 증상을 유발할 수 있고, 크기가 커진 근종이 방광을 누르면 빈뇨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자궁근종이 너무 커지면서 아랫배에서 만져지거나 똥배처럼 불룩하게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자궁근종의 치료는 비로소 증상이 생길 때 고려하는 것이 과거의 "의학적 원칙"이었다. 하지만, MR하이푸와 같은 새로운 치료법이 많이 시행되는 요즘에는 이러한 원칙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 민트병원 자궁근종통합센터 김영선 원장(영상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예전에는 자궁을 보존하는 자궁근종 치료법으로는 근종절제수술이 보편적인 방법이었다. 이러한 수술적 방법은 아무리 복강경 같은 최소침습적 방법을 이용할지라도 피부와 자궁 수술 부위에 상처가 남으며, 전신마취가 필요하고, 컨디션이 회복되고 상처가 아무는 데 상당 기간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만만치 않은 치료이고 큰맘을 먹어야 한다. 또한, 자궁근종은 재발이 많은 질환인데 수술은 반복할수록 복강 내 유착이 심해지므로 여러 번 반복할 수 없어 보통 3번 이상 수술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 같은 이유로 가급적이면 수술 시기를 늦추고 횟수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임신 계획이 있는 젊은 여성이라면 자궁에는 가급적 손을 대지 않는 게 유리하므로 크기가 작고 증상이 없는 근종이라면 출산을 마친 후로 치료를 미루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하이푸(High Intensity Focused Ultrasound, 집속초음파치료)라는 새로운 치료법이 보편화 됨으로써 위와 같은 "원칙"이 다시 정립되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생겼다. 이는 하이푸 치료가 다음과 같이 수술과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하이푸 치료는 신체적 부담이 적고 일상 생활로 가장 빨리 복귀할 수 있다. 보통은 치료 다음 날부터 일상생활이 가능하고, 아물기를 기다려야 하는 상처도 안 생기니 "큰맘"을 상대적으로 덜먹어도 된다. 또한, 하이푸 치료는 재발된 근종에 시행할지라도 첫 치료와 다르지 않아 필요할 때 여러 번 반복 시행해도 치료 자체는 문제가 없다.

근종절제수술과 하이푸 치료는 방법 뿐 아니라 치료 결과에도 차이가 있다. 수술은 자궁근종을 몸 밖으로 빼내는 치료이지만 하이푸는 근종을 괴사시켜 크기를 줄이는 치료다. 크기 감소 정도는 여러 인자가 관여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 전 근종의 크기다. 평균적으로 하이푸 치료 1년 후 원래 부피의 20~40%로 작아진다. 즉 일정 비율로 작아지게 된다. 치료 당시 자궁근종의 크기가 클수록 최종적으로 남는 괴사조직도 클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10cm 크기의 자궁근종은 1년 후 대략 6~7cm로 작아지지만 5cm 크기는 대략 2.5~3.5cm로 작아진다. 근종의 종괴감이나 압박감이 문제라면 가능한 크기가 작을 때 치료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한 자궁근종이 너무 크면 하이푸로 효과적인 치료 즉, 완전괴사가 어려워진다. 이것이 자궁근종에 대한 하이푸 치료는 빠를수록 좋은 또 다른 이유다.

이러한 새로운 "원칙"은 임신/출산 계획이 있는 젊은 여성에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자궁근종에 대한 하이푸 치료, 특히 MR하이푸(MRI-guided HIFU)는 임신/출산 계획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시행할 수 있는 안전성이 인정된 치료다. 자궁근종이 작을 때는 증상도 적고 임신에도 영향을 주지 않지만 너무 커지면 난임 혹은 유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최근 매우 젊은 여성의 자궁근종 진단도 증가했는데 20대 초중반의 젊은 나이에도 5~6cm 이상으로 꽤 커진 경우가 간혹 있다. 이러한 경우 정작 임신을 시도할 20대 후반~30대 중반의 나이가 되면 근종이 8~10cm 이상으로 자랄 수 있고 난임, 유산의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치료를 하면 그 나이에 근종은 3~4cm으로 작아진다. 이건 아주 큰 차이이다. 따라서, 임신 계획이 있는 젊은 여성은 자궁근종이 작고 증상이 없을지라도 치료를 가능한 일찍 고려하는 게 좋다고 생각된다. 하이푸 같은 신체적 부담이 적은 치료가 있으니 굳이 병을 키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

과거의 자궁근종 치료, 즉 근종절제수술은 반복적으로 시행하기 어렵고 신체 부담도 크고 흉터도 남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 힘들어지거나 아주 커질 때까지 병을 "키우는 것"이 치료의 원칙이었다. 하지만, 신체 부담도 적고 반복해도 문제가 없는 하이푸 치료가 가능해진 현재에는 그러한 치료 원칙은 바뀌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원칙의 변화는 모든 연령대에 적용될 수 있겠지만, 특히 임신/출산을 앞둔 자궁근종 환자에게는 향후 가임력 보전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의학 지식과 기술 속에 과거의 의학적 원칙은 새로 쓰여야 한다. 변화를 생각하지 않고 과거의 원칙만 주장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개별 상황을 고려하여 어느 것이 환자에게 더 유익한지를 판단하고 적용하는 것이 세월을 관통하는 "의학적 원칙"이라 생각된다. 물론 이러한 새로운 주장이 공론화되고 다수에 의해 합의되고 공식화되기 위해서는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리기만 하기보다는 개별 상황에 적절하게 유연한 대응을 하는 자세가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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