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영상] 삐- 코로나 '비접촉 음주단속' 걸린 범인은 물티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0건 중 0건’

19일 오후 9시 30분부터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도로에서 벌인 비접촉 음주단속에서 음주감지기는 2시간 동안 10번 울렸다. 그러나 10건 중 실제 음주운전은 한 건도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전파 우려로 경찰이 새로 도입한 비접촉식 음주감지기는 알코올 세정제와 물티슈 등에 반응했다. 조수석에서 매니큐어를 발라 감지기가 울리는 일도 있었다.

"술 안 마셨다" 부인…실제로 0.000%

이날 음주단속 시작 10분 만에 비접촉식 음주감지기가 “삐-”하는 경고음을 냈다. 경찰은 운전자를 차에서 내리게 한 뒤 도로변으로 이동시켰다. 운전자 A씨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기존에 쓰던 혈중알코올농도 측정기에 숨을 크게 불었다.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00%로 측정됐다.

A씨는 “20분 전쯤 물티슈로 손을 닦고 운전한 게 전부”라며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았는데 차에서 내리라고 하니 억울했다”고 말했다. A씨의 차량엔 그의 부인과 딸이 타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경찰 관계자는 “물티슈에 있던 알코올 성분이 감지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19일 오후 10시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도로에서 이뤄진 비접촉 음주단속에서 경찰이 운전석에 감지기를 밀어넣고 음주운전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정진호 기자

19일 오후 10시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도로에서 이뤄진 비접촉 음주단속에서 경찰이 운전석에 감지기를 밀어넣고 음주운전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정진호 기자

비접촉 감지기는 내부 센서가 차량 내 알코올 입자의 양을 측정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경찰관이 운전석 창문을 통해 60㎝ 막대기에 달린 감지기를 밀어 넣었을 때 차량 내 알코올 양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소리가 울리고 주황색 불이 들어온다.

조수석서 매니큐어 발랐다가 '삐-'

오후 11시쯤 비접촉 감지기가 울려 음주 측정을 했지만, 운전자에게서 알코올 성분이 나오지 않는 일도 있었다. 차량 운행 중 조수석에 앉은 여성이 매니큐어를 바른 데 알코올 감지기가 반응했다. 매니큐어에 알코올 성분이 포함돼 있어 차량 내에 알코올 입자가 퍼졌고, 이를 감지기가 잡아냈다.

음주 단속에 나선 경찰은 운전자에게 “조수석 창문은 내려주시고, 숨은 불지 말라”고 안내한 뒤 비접촉 감지기를 운전자 앞쪽에 가져다 댔다. 습관적으로 감지기에 대고 숨을 불려는 운전자가 많아서다. "이게 뭐하는 거야"라며 낯선 음주단속에 투덜거리는 운전자도 일부 있었다.

1~7단계 센서 조절…전국 시행

경기도 광주경찰서와 김포경찰서는 지난달 18일부터 비접촉 감지기를 이용한 음주단속을 시범 시행해왔다. 경찰은 시범 운행을 통해 1~7단계까지 설정할 수 있는 비접촉 감지기의 센서 민감도를 어느 정도로 해야 하는지 조절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날 음주단속에서 민감도가 상당히 높게 나타난 만큼 센서 설정을 다시 할 가능성도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 경찰은 18일부터 비접촉식 감지기를 활용한 음주운전 단속에 나섰다. 코로나 19 감염 우려로 지난 1월 28일부터 길목을 막고 모든 차량 운전자를 확인하는 ‘일제 검문식’ 음주운전 단속을 중단하자 음주운전 사고가 늘었기 때문이다.

정진호 기자, 영상=황수빈 jeong.jin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