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집 내부고발 “후원금 25억, 할머니에 쓴건 6400만원”

중앙일보

입력 2020.05.20 00:03

업데이트 2020.05.20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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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 이어 대표적인 위안부 피해자 지원 단체인 ‘나눔의 집’에서도 후원금을 제 용도에 쓰지 않고 있다는 내부 고발이 나왔다. 나눔의 집이 거액의 후원금을 할머니들에게 사용하는 대신 부동산과 현금자산으로 보유하면서 향후 노인요양사업에 사용할 것이라는 게 고발의 요지다.

학예실장 등 직원 7명 폭로
“할머니들 치료비도 본인이 부담
나눔의집 현금·부동산 130억대”
법인 “할머니들 사후활동위해 적립”

김대월 학예실장 등 나눔의 집 직원 7명은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나눔의 집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돌보는 전문요양시설이라고 광고해 왔지만 실제로는 시 지원금으로 운영해 온 무료 양로시설일 뿐 치료나 복지는 제공하지 않았다”며 “법인 운영진은 병원 치료비, 물품 구매 등을 할머니 개인 비용으로 지출하게 했고, 직원들이 병원에라도 모시고 가려 하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하면서 막았다”고 주장했다. 나눔의 집은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 집’(이하 법인)이 운영하고 있다.

김 실장 등은 “법인은 막대한 후원금을 모집해 60억원대 부동산과 70억원대 현금 자산을 마련했다”며 “이대로라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써달라고 기부한 돈이 조계종의 노인 요양사업에 쓰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연합뉴스는 법인 이사회 녹취록에 이사들이 후원금을 모아 할머니들의 별세 이후 80~1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호텔식 노인요양원을 짓는 방안을 논의하는 대목이 등장한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위안부 피해자 운동에 관한 국민의 지지와 의지가 왜곡되는 걸 그냥 바라만 볼 수는 없었다”고 내부 고발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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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실장 등은 앞서 국민신문고 민원 등을 통해 “나눔의 집에 지난해에만 25억원 이상의 후원금이 들어왔지만, 할머니들에게 사용된 돈은 6400만원에 불과하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경기도는 지난 13~15일 나눔의 집에 대한 특별지도점검을 했다.

이에 대해 법인 이사회는 공식 입장문을 내고 “법인은 나눔의 집 시설운영비로 매년 1억원을 전입해 왔다. 후원금을 적립해 둔 것은 할머니들이 돌아가신 후에도 위안부 문제 해결 및 인식 확산을 위한 활동이 지속돼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서는 시민사회가 공동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인사위원회 개최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로 했다.

1992년 설립된 나눔의 집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주거시설과 역사관 등 시설을 갖추고 있다. 현재 평균 나이 95세인 할머니 6명이 생활 중이다.

◆정대협, 정의연 사무실 건물에 전세권=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정의연 사무실이 있는 서울 마포구 성산동 건물의 전세권자로 설정돼 있어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정대협이 전세금 4억원을 내주고 정의연이 사무실을 공짜로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 단체는 2018년 통합을 선언했지만 각자 운영되고 있으며 기부금과 국가보조금도 따로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정의연은 “2015년 1월 정대협이 현 정의연 사무실에 입주하면서 전세권 설정을 했고, 2016년 정의연이 출범하면서 기존 정대협 사무실을 분할해 사용했다. 이후 정의연 교육공간이 추가로 필요해지면서 2018년 6월 바로 옆 공간을 정대협 사업비 기금으로 추가 임대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국세청 홈택스에 올린 정대협 공시 자료에 4억원의 전세금 지출 사실이 명시되지 않은 점을 들면서 논란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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