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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은 민주체제 아니다" 독재자 저커버그 승부수는 'M-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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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2015년 페이스북 행사에 나선 마크 저커버그. AFP=연합뉴스

2015년 페이스북 행사에 나선 마크 저커버그. AFP=연합뉴스

마크 저커버그가 하버드대 기숙사에서 페이스북을 공동 창업한지 16년. 페이스북은 전세계에서 26억명이 사용하고 200만개 이상의 기업이 광고를 하며, 700억 달러(약 85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나스닥 상장사로 성장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생일을 맞은 그의 페이스북 글엔 멀린다 게이츠 등 유명인사를 포함한 18만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저커버그는 그러나 초조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온라인 소통이 강화하면서 페이스북에겐 위기가 기회일 수 있는 환경인데, 현실은 반대여서다. 매출이 오르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 광고매출에 편중돼 있고, 매출 증가율 또한 상장 후 처음으로 20% 이하로 떨어지고 있다.

저커버그가 이런 상황에서 ‘M-팀’이라는 조직을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M’은 자신의 이름 ‘마크’에서 따왔다. 저커버그가 이렇듯 자신의 친정 체제를 더 견고히 구축하고 나선 것은 페이스북의 부활을 위한 승부수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최근 페이스북이 유명 GIF 제작 사이트인 '기피(GIPHY·'지피'로도 발음된다)'를 인수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것도 저커버그의 승부수 중 하나로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가 지난해 상원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는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AP=연합뉴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가 지난해 상원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는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AP=연합뉴스

NYT는 “페이스북에 산적한 심각한 문제를 저커버그 본인이 해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며 “자신의 리더십을 강화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게 그의 결단”이라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은 민주체제가 아니다”라는 말도 최근 임직원들에게 했다고 한다. 자신을 중심으로 한 상명하복식 '독재체제'를 구축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다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에 대해 NYT는 “소외되고 있다”는 표현을 썼다. 저커버그가 샌드버그의 존재감을 약화시키면서까지 자신의 리더십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 체제가 아니다"라는 발언은 페이스북의 9인 이사회에도 적용된다고 NYT는 전했다. 페이스북 이사회는 (저커버그의) 권력을 제어해줄 수 있는 장치가 못 된다는 게 NYT의 평가다. 저커버그의 이너서클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한때 이사회 멤버 중 한 명이 "독립 기구를 만들면 어떻겠나"라고 제안했지만 저커버그가 단칼에 잘랐다고 한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근 페이스북 내에서 영향력이 약화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진은 방한 당시 모습. [중앙포토]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최근 페이스북 내에서 영향력이 약화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진은 방한 당시 모습. [중앙포토]

페이스북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올해 1분기 매출은 177억3700만 달러였다. 이 중 광고 매출이 174억4000만 달러에 달했다. 광고 외 다른 매출이 사실상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매출 성장세도 문제다. 지난해 1분기 실적에 비해 18%가 오르긴 했으나 만족할 수준은 결코 아니다.  페이스북의 매출 증가율은 매 분기 20% 이상을 넘겼었다. 증가율이 20% 아래로 떨어진 건 2012년 주식 상장 이후 처음이다. 올해 1분기 순익은 49억2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배를 기록했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지난해엔 페이스북이 당시 매출의 약 9%에 달하는 50억 달러를 과징금으로 냈어야 했기 때문이다. 사생활 침해 문제로 미국 연방 거래위원회가 부과한 벌금이었다. 이 과징금을 제한다면 지난해와 올해의 순익은 변동이 거의 없는 셈이다.

FAANG(페이스북ㆍ아마존ㆍ애플ㆍ넷플릭스ㆍ구글)이라 불리며 정보기술(IT) 업계의 총아로 불렸던 건 옛이야기다. 이젠 FAANG 대신 MAGA(마이크로소프트ㆍ애플ㆍ구글ㆍ아마존)의 시대다. 독자적 플랫폼과 생태계를 구축하며 확장을 거듭하고 있는 아마존ㆍ구글과 달리 페이스북은 광고 의존도가 높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기업들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광고 매출 역시 동반하락이 불가피하다. 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 반영될 2분기가 걱정이다.

페이스북은 사생활 침해부터 탈세까지 다양한 논란에 직면해왔다. 사진은 지난해 유럽에서 저커버그의 탈세 혐의를 비판하는 한 시민 운동가의 시위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페이스북은 사생활 침해부터 탈세까지 다양한 논란에 직면해왔다. 사진은 지난해 유럽에서 저커버그의 탈세 혐의를 비판하는 한 시민 운동가의 시위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그런 의미에서 페이스북이 기피를 인수한 것은 IT 업계에서 특히 이목을 끌었다. 더버지 등 IT 전문 외신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기피 인수에 4억 달러를 제시했다고 한다. 일명 ‘움짤’인 GIF를 다양하게 다운받거나 직접 제작할 수 있는 플랫폼인 기피는 2013년 설립됐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댓글 등에 등장하는 스티커 상당 수가 기피에서 만들어진 툴이다. 기피를 인수하면서 페이스북이 진정 노리는 것은 사용자의 편의라기 보다는, 라이벌 서비스의 이용자 정보다. 경쟁사 플랫폼에서도 기피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거대 IT 기업들의 시장 독식에 대해 우려를 보이면서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선 당국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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