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안 갚아도 돼"... 독-프 '코로나19 기금 제안'에 EU 갈등 봉합될까

중앙일보

입력

독일과 프랑스가 유럽연합(EU) 공동 기금을 조성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를 본 회원국들을 돕자고 제안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공동 기금'을 만드는 방안을 제안했다. [중앙포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공동 기금'을 만드는 방안을 제안했다. [중앙포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5000억 유로 규모의 기금을 조성하자는 데 뜻을 같이하고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리 돈으로 약 671조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메르켈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이 제안한 것은 EU 27개 회원국이 공동으로 기금을 모아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본 지역에 사용하는 방안이다.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보조금 형식으로 지원하는 것이기에 도움을 받는 쪽에서 갚지 않아도 된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연합은 역사상 최악의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이런 위기에는 그에 걸맞은 해결 방법이 필요하다"고 이 방식을 제안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마크롱 총리는 "EU가 코로나19 팬더믹 초기에 충분한 연대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을 시인하고 "유럽의 건강이 우리의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스페인은 이탈리아와 더불어 유럽에서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 중에 한 곳이다. [EPA=연합뉴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스페인은 이탈리아와 더불어 유럽에서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 중에 한 곳이다. [EPA=연합뉴스]

유럽연합 내에서 다툼의 목소리가 커진 것은 코로나19가 이 지역에서 확산하던 지난 3월이다. 팬더믹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유럽 공동 채권'을 발행해 경제 회생에 나서자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독일을 중심으로 한 부유한 회원국들이 미적지근한 태도로 일관했다. 채권 발행으로 인한 공동 부담을 지고 싶지 않아서였다.

“왜 일부 국가는 위기를 스스로 극복할 돈을 보유하지 못했는지 연구해 봐야 한다”(봅커훅스트라 네덜란드 재무장관), “매우 불쾌한 발언이며, EU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EU는) 끝장날 것”(안토니오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 등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이렇게 갈등이 심각해지자 실질적인 EU의 리더인 독일과 프랑스가 나선 것이다.

당장 스페인을 비롯한 남유럽은 기쁜 기색이 역력하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올바른 방향으로의 첫걸음"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덴마크 등은 '보조금 지원'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보조금이 아닌 대출이어야 한다"(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고 강경하게 주장하고 있다.

관련기사

FT는 "독일과 프랑스의 제안은 즉각적인 반발에 부딪혔다"며 "27개 회원국의 의견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 안이 성사될지는 매우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북유럽과 남유럽의 힘겨루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U 분열론'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대 초반 그리스에서 시작돼 남유럽 국가들이 줄줄이 경제위기를 맞은 이후 독일을 비롯한 부유한 국가들과 남유럽의 갈등이 누적됐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