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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D]코로나19로 비대면 부동산 계약 풍경 … 인감도 안 찍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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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이후,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로 전환했고, 개인 간 접촉도 줄었다. 이에 따라 개인 간 혹은 기업 간 거래에 직접 만나 계약서를 작성하는 일도 줄었다. 종이에 서명하거나 도장을 찍는 등 기존 계약 방식을 선호하거나, 꼭 필요하다고 느끼는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고 중요 계약을 진행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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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비대면 시대에 대면 접촉을 꺼리는 추세가 계속되면서 기업들도 디지털 서명(Digital Signature) 기반 비대면 계약을 늘리고 있다. 이에 따라 전자 계약 서비스 사용이 급증했고, 전자 계약 솔루션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일부 전자 계약 서비스 기업은 지난 동기 대비 50% 이상 신규 고객이 증가했고, 기업의 전자 계약 사용 증가율 역시 20% 이상 늘었다. 대표적인 대면 업무이자 실물 종이를 사용하는 계약 업무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전자 계약의 핵심 디지털 서명

디지털 서명은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는 시장이다. 마켓 리서치 기관인 마켓앤마켓 리서치는 2018년 11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의 시장 규모가 2023년에는 55억 달러(약 6조 700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전자 계약 진행의 기반이 되는 디지털 서명 시장에서는 전 세계 수십 개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국내에도 전자 계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치열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 업체 데이터나이즈에 따르면 글로벌에서는 현재 다큐사인(DocuSign)이 57%의 시장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으며, 어도비사의 어도비사인(Adobe Sign), 헬로사인(HelloSign) 등이 그 뒤를 잇는다.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명이다. 문서에 누가 서명했는지, 신원이 확인된 서명인지, 언제 서명했는지 등이 법적 혹은 사업상 중요한 요소가 된다. 디지털 서명은 사용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증명하는 작업이 모두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서명을 비롯한 전자 계약 관련 데이터 보호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전자 계약 서비스 기업은 최고 수준의 보안 체계를 구축한다. 데이터 저장 및 백업도 클라우드 서버에 데이터를 분산 보관하고 백업 체계를 갖추는 등 보안 기술과 클라우드 기술이 함께 활용된다. 디지털 서명과 전자 계약이 늘어날수록 보안 및 해킹 이슈는 점점 중요해진다. 생성되는 데이터가 많아져 보안 기술과 클라우드가 동반 성장할 전망이다.

더존비즈온의 비지니스 플랫폼 '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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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 계약이 이끄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비대면 시대가 열리면서 종이 없는, 일명 페이퍼리스(Paperless) 프로세스의 필요성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전자 계약 프로세스와 비교하면, 종이 계약에서 작성하고 인쇄하고 서명하는 기존 프로세스는 생산성이 떨어지고 낭비되는 비용이 많다. 종이 계약 문서를 찾으려면 서류 더미 속에서 찾아야 한다. 종이 계약의 불편함은 이뿐만이 아니다. 물리적인 서류 보관 장소가 필요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배송 비용도 많다. 이에 반해, 전자 계약은 컴퓨터·스마트폰·태블릿 등의 디지털 기기를 통해 온라인에서 이러한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한다.

부동산 계약자가 주택임대차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있다. [중앙포토]

부동산 계약자가 주택임대차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있다. [중앙포토]

또 전자 문서는 종이 문서보다 안전하다. 도장을 임의로 찍거나 서명 조작, 서류 분실, 훼손 등의 문제가 없다. 전자 계약은 권한이 있는 사람만 서명할 수 있고, 언제 누가 서명을 했는지, 전자 계약서가 오고 갔는지 이력을 추적하기도 편하다. 과거에는 공인인증서로만 가능했던 본인 인증 방법도 최근 휴대폰 인증, 이메일 인증 등 편리한 방법으로 다변화됐다. 이메일 혹은 링크로 편리하게 전송 및 수령이 가능하고 대량의 계약이 진행되는 경우 일괄 서명도 가능하다.

전자 계약은 법적인 효력도 동일하다. 전자 문서는 2007년부터 법적 효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기존의 종이 계약서를 스캐닝해 전자 문서화한 것도 효력을 받는다. 전자서명법과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등에 따르면 디지털 서명과 전자 문서는 종이 계약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인정한다.

앞으로 전자 계약이 대세가 될까?

2018년 정부는 부동산 계약에 전자 계약 시스템을 적용, 시행했다. 신분 위장, 문서 위조, 도장 도용 같은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방식을 내세웠지만,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부동산 전자 계약 거래 수준은 전체 부동산 거래의 0.3% 수준에 불과했다. 부동산 거래는 대면이 원칙이고 직접 도장을 찍는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부동산 전자 계약이 많이 늘어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2월 전국 부동산 전자 계약 체결 건수는 1월 대비 5.6배나 급증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최근 건설임대주택의 임대차 계약에 부동산 전자 계약을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부동산 거래 전자계약 현황

부동산 거래 전자계약 현황

최근 전자 계약 서비스는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를 통해서도 전자 계약의 알림, 확인 및 서명 등이 가능하다. 또한, 계약 진행 상황을 한눈에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시간 절약 및 비용 절감의 효과가 있다. 코로나 19 장기화 영향으로 재택근무, 비대면 회의 등이 지속하면서 전자 계약의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종이 계약이라는 습관도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다.
윤준탁 / 에이블랩스 대표 (chris@ablelabs.io)

SK플래닛, 한국IBM 등에서 근무했다. 뉴욕대학교에서 기술경영 석사를 취득했다. 1인 컨설팅 기업인 에이블랩스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인공지능·블록체인 등에 관심이 많고, 디지털 경제와 산업에 대한 3권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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