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안성 쉼터' 평당 600만원?…'싸고 빨리' 홍보하는 스틸하우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소재 쉼터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의 모습.  [뉴스1]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소재 쉼터 '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의 모습. [뉴스1]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ㆍ정의기억연대의 전신)가 2013년 매입한 경기도 안성의 위안부 피해자 쉼터가 고가매입 논란에 휩싸였다. 대지면적 800㎡에 신축된 2층짜리 단독주택(연면적 195.98㎡)의 매입가가 당시 7억5000만원이었고, 최근 매각가는 4억2000만원이었다.

미국이 원조, 목조주택보다 견고한 집 #현재 기본형 건축비 평당 510만원부터 #지진에 강하지만 국내선 싸구려란 오해 #"2013년 당시 평당 400만원이면 잘 지은 집"

정의연은 당시 평당 건축비가 600만원이 들었다고 주장한다. 윤미향 대표는 18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서 “땅값보다는 건축 자재에 들어간 질이라든가 이런 것을 봤을 때 충분히 저희 입장에서 (가격)을 이해하기 타당했다”고 밝혔다.

안성 쉼터는 스틸 하우스 공법으로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체가 고강도 경량철골구조물(두께 1.0㎜ 내외의 아연도금강판)이다. 즉 집의 뼈대를 철로 만든 집이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현재 기본형 건축비가 평당 510만원 수준이다. 부대비용을 뺀 금액이다. 마감재 선택에 따라서, 담장ㆍ대문ㆍ조경 등의 부대 공사비를 포함하느냐에 따라 평당 건축비는 더 올라간다.

한 건축업계 관계자는 “당시 평당 400만원 정도여도 상당히 잘 지은 집이라고 할 수 있다. 약 8년 전 공사비가 평당 600만원이라면 정말 모든 비용을 다 포함해야 나올 수 있는 금액 같다”고 말했다. 인건비, 자재비 등이 오르는 탓에 건축비도 매년 오른다.

국내에서 스틸하우스는 ‘싸고 빨리’ 짓는 집으로 홍보되고 있다. 빨리 지을 수 있는 것은 맞다. 스틸하우스 시공회사인 스틸라이트의 천상현 대표는 “모든 자재를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만 하다 보니 30평대 기준으로 집 뼈대 세우는데 2~3일밖에 안 걸린다”고 설명했다. 공사 기간이 단축되니 인건비도 덜 들고 현장에서 투입되는 각종 간접비를 절약할 수 있다.

광주시 광산구 월계동에 세워지고 있는 견본용 스틸하우스. 중앙포토

광주시 광산구 월계동에 세워지고 있는 견본용 스틸하우스. 중앙포토

하지만 현재 온라인에서 홍보하는 평당 350만원의 건축비는 사실이 아니다. 천 대표는 “부식이 안 되는 아연을 입힌 강재로 지은 스틸하우스가 아니라 강파이프를 용접해 샌드위치 패널을 붙여 지은 집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스틸하우스의 원조는 미국이다. 목조주택을 갉아먹는 흰개미 문제로 목조주택과 비슷한 결구조로 짓되 더 튼튼한 자재인 철로 짓는 스틸하우스가 개발됐다. 하지만 비용이 목조주택보다 비싸 선택받지 못하다가, 태풍과 같은 재난에 강한 집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본에서도 지진에 강한 집으로 지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6년 포스코가 처음 스틸하우스 건축을 도입했다. 포항과 광양·서울 등에 스틸하우스 모델하우스를 지은 게 시작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스틸하우스는 현재 단독주택 시장의 1%도 채 안 된다. 30평대 주택 기준으로 1년에 400~500가구 지어지는 정도다. 지금껏 건축물 대장에도 스틸하우스는 조적조로 표기되다가 올해 들어 스틸하우스조로 표기되고 있다.

친환경 공법으로 받아들이는 목조주택과 달리 컨테이너나 가건물 같은 집이라는 오해가 많은 탓이라는 게 업계의 인식이다. 최근 들어 도심에 지어지는 협소 주택에도 스틸하우스 공법이 점점 쓰이고 있다. 좁은 길 등의 이유로 철근 콘크리트 구조와 같은 습식 공사가 어려운 현장에서 건식 공법으로써 강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공장에서 3차원 시뮬레이션을 통해 부재를 모두 만든 다음 현장에서 조립만 하면 되는 덕이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