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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 핸드폰사진관] '꽃 중의 꽃' 광릉요강꽃을 만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리 산 들꽃 중에서 가장 귀한 꽃을 꼽으라면 단연 광릉요강꽃입니다.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될 정도니까요.
오죽하면 몇 해 전 조영학 작가가 어느 산에서 광릉요강꽃을 발견하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고 했습니다.
"전생에 무슨 복이 많아서 이리 내 앞에 나타났을꼬" 하면서요.

 이 광릉요강꽃을 만나려 강원도 화천 비수구미로 달렸습니다.
어느 누가 증식에 성공하여 보존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더구나 1000여촉 광릉요강꽃이 피어 있다고 했습니다.

가서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말문이 막혔습니다.
일제히 꽃을 피운 광릉요강꽃이
숲에 든 햇살 아래 어른거리고 있었습니다.
철책으로 막아 사람과 짐승이 접근을 못 하게끔 보존되어 있었지만,
철책 틈으로 보이는 풍경만으로도 가히 놀라웠습니다.

강원도 화천 비수구미에서 광릉요강꽃을 증식시키며 보존하고 있는 장윤일씨.

강원도 화천 비수구미에서 광릉요강꽃을 증식시키며 보존하고 있는 장윤일씨.

이 꽃을 이리 증식시키고 보존한 장윤일 선생을 만나려 한참 기다렸습니다.
뵙고 사연을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꽃을 좀 더 가까이서 보려면
장 선생이 문을 열어줘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소중하게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장 선생이 이 꽃을 키운 사연은 이랬습니다.
"거의 35년 전입니다.
여기 평화의 댐을 만들 때,
산으로 길을 닦았습니다.
공사하는 데서 경운기로 기름 배달을 해달라고 해서 올라갔습니다.
거기서 꽃을 봤습니다.
잎도 처음 보고 꽃도 처음 보는 것이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내려오다가
사태 난 데 매달려있는 꽃을 다시 봤습니다.
이거 떨어지면 죽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내가 가져가서 한번 살려 봐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도 신기하니까요
대여섯 촉을 가지고 와서 심었습니다.
그런데 6, 7년 동안 하나도 안 늘고 그대로 있더라고요.
이건 안 되는가 보다 했는데….
한 10년이 되니까 늘기 시작했습니다. 35년간 마음 주고 신경 썼더니,
지금 900촉 정도가 꽃을 피웠습니다.
꽃 안 핀 것까지 세면 3000촉 정도 될 겁니다."

광릉요강꽃은 1931년 경기도 광릉에서 처음 발견되어 이름 앞에 광릉이 붙습니다.
주머니처럼 생긴 꽃 모양이 요강 닮아서 요강이 붙습니다.
뿌리에서 지린내가 나서 요강 꽃이라고도 하고요.
2010년 국립식물원에서 확인한 게 전국에 얼추 389주라고 합니다.
워낙 귀하니 남획되고, 게다가 번식이 워낙 어려우니,
야생에서는 더 줄었으면 줄었지 늘지는 않았을 거라고 합니다.

 번식이 어려운 이유를 조영학 작가가 설명했습니다.
"광릉요강꽃이 생존 전략을 잘못 세운 겁니다.
종족 번식 방식에 있어 최악의 선택을 한 겁니다.
보통 꽃은 벌이나 나비가 날아서 쉽게 꿀을 빨게끔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얘들은 곤충이 겨우 구멍으로 들어가게끔 해서
위로 빠져나올 수 있게 되어 있어요.
나오는 구멍이 너무 작아요.
들어가고 나오는 구멍이 작으니까 나비나 큰 곤충들이 못 들어가요.
심지어 얘들은 타화번식을 해요.
이를테면 겨우 구멍으로 들어가서 힘들게 빠져나온 곤충이
다른 꽃으로 옮겨가야만 수정이 되는 겁니다.
겨우 빠져나온 곤충이 다른 꽃에 쉽사리 들어가겠습니까?
그렇게 어렵게 수정이 되어도 발아나 개화에 균이 도움을 줘야만 합니다.
이러니 발아율이 2%밖에 안 되는 겁니다."
조 작가가 설명하는 중에 곤충 하나가
광릉요강꽃 위쪽 구명으로 빠져나왔습니다.
조 작가가 그 광경을 보고
정말 귀한 광경을 봤다고 했습니다.
동영상에 담겨있으니 확인해 보세요.

여러분!
부디 당부합니다.
조 작가의 설명에 의하면,
산과 들에서 광릉요강꽃을 만나
혹하여 집에 가져가도 못 키운다고 합니다.
환경과 균이 맞아 떨어져도 발아율이 고작 2%입니다.
우리가 보호해야 할 꽃 중의 꽃이
바로 광릉요강꽃이니 함께 보호해야 합니다.

발아되어 튼 싹이 꽃피우는데
무려 7년 걸립니다.
이런 꽃을 비수구미에서 증식시키고 보호하고 있는
장윤일 선생 덕분에 귀하디귀한 꽃을 만나고 사진 찍었습니다.
나라든 지자체든, 이 꽃을 더 잘 보존할 수 있는
슬기로운 방안을 강구해야할  듯 합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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