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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희게 피어나 꿀향기로 유혹하는 아까시나무 꽃

중앙일보

입력

흔히 5월을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죠. 4월이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고 연둣빛을 띠었다면 날씨가 훨씬 따뜻해진 5월의 숲은 초록이 더 짙어져요. 이를 ‘녹음(綠陰)이 짙어진다’고 합니다.

우리 주변 식물들의 비밀 이야기 2 아까시나무

이때 피어나는 꽃들은 주로 흰색이 많아요. 짙은 녹음 속에 밝은 꽃들이 피니 더 화려해지죠. 사람들의 옷차림도 더 화려해지고요. 기후와 자연현상, 그에 맞춰 사람들의 일상도 같이 변하면서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계절을 맘껏 즐길 수 있어 계절의 여왕이라고 부르는 게 아닐까 합니다.

흰색 꽃이 많은 이유
5월이면 생각나는 꽃이 뭔가요? 대표적인 것이 아까시나무 꽃입니다. 키가 크고 어디서나 잘 자라기 때문에 흔히 아까시나무 꽃을 볼 수 있죠. 도심에서는 가로수나 생울타리로 화단에 많이 심긴 이팝나무·쥐똥나무가 눈에 띕니다. 그 외에도 찔레꽃·산딸기·때죽나무·국수나무·팥배나무·노린재나무·일본목련 등이 흰색 꽃을 피우죠. 이렇게 하얀 꽃들이 많이 피는 이유는 뭘까요? 꽃은 눈에 잘 띄어야 합니다. 숲속에서는 이파리들이 겹쳐져 있어 어둡게 보이죠. 그래서 색깔이 화려하다고 눈에 잘 띄는 것이 아니라, 밝은색을 띠어야 합니다. 그러니 흰색이 유리하죠. 또 식물이 만들어낼 수 있는 색소 중에서도 쉬운 편에 속합니다. 제일 쉬운 건 아마도 녹색이겠죠. 하지만 주변과 꽃이 구분되어야 하니 녹색은 피하고 다른 색을 만들어야 합니다. 아예 색을 만들지 않는 것도 좋겠죠. 흰색은 색소가 빠진 결과입니다. 일부러 색을 만들기보다는 색을 만들지 않고, 그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쓰는 겁니다. 바로 꿀을 만들어 향을 강하게 하는 거예요. 그럼 곤충들이 더 쉽게 꽃을 찾아올 수 있겠죠.

아까시나무도 우리 나무

“동구 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죠. 그런데 노래 속 ‘아카시아’는 잘못된 이름입니다. 아카시아는 아프리카·호주에서 자라는 열대성 식물이고 우리나라에서 흰 꽃을 피우는 건 ‘아까시나무’예요. 아까시나무도 오래전 외국에서 들여왔죠. 민둥산이었던 우리나라 산을 울창하게 만들기 위해 뿌리를 잘 내리고, 자라면서 토양을 기름지게 하고, 수명도 길지 않은 식물이 필요했거든요. 그 조건에 아까시나무가 딱 맞아서 산마다 심은 결과 현재는 건강한 숲이 되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가치가 있고요. 아까시나무는 꽃에 꿀이 많아서 벌이 아주 좋아해요. 양봉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죠. 그런데 외래종이라는 이유로 아까시나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땅에는 토종식물만 자라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식물에 국경은 없습니다. 바람에 날아가고 동물이 날라다 줘서 씨앗이 퍼지고 번식하죠. 우리도 다른 나라에 오가고 외국인들과 친해지기도 하고 다문화 가정도 이루잖아요. 그런 현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모두가 하나라고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오래전부터 이 땅에 살면서 좋은 일을 많이 한 아까시나무에 관심을 갖고 사랑해 줍시다.

식물과 곤충의 전쟁
식물은 곤충이 필요합니다. 곤충이 있어야 꽃가루받이를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곤충을 피하고 싶어 하기도 해요. 5월이 되면 애벌레 천국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애벌레들이 알에서 깨어나고, 많은 먹이를 필요로 하죠. 식물의 에너지를 만드는 광합성을 담당하는 게 잎인데, 그 잎을 갉아먹으니 난감하죠. 이때 그냥 당하고만 있을까요? 식물은 자기를 지키기 위해 ‘가시’나 ‘독’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잎은 애벌레가 먹으면 죽을 수도 있는 강력한 독을 갖고 있어요. 사람에겐 큰 피해가 없고 오히려 약이 될 수 있지만 체격이 작은 곤충들에겐 치명적이죠. 숲에서 삼림욕을 하거나 자연 먹거리를 먹으면 면역력이 길러진다거나 약이 된다거나 하는 건 모두 식물이 자신을 보호하려 만든 독 덕분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숲에 가면 나무나 풀에도 감사해야 하지만 그런 독을 만드는 원인을 제공한 애벌레에게도 고마움을 표해야 합니다.
글·그림=황경택 작가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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