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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집에서 진행하는 '집안일 수업' 온 가족이 성평등 배울 수 있죠

중앙일보

입력

김수진(왼쪽)·정윤식 선생님이 아웃박스 상징 손 모양을 들어 보였다.

김수진(왼쪽)·정윤식 선생님이 아웃박스 상징 손 모양을 들어 보였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의 성(性)인지감수성 함양을 위해서는 교사의 성인지감수성이 필수 조건이죠. 교사들의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몇 년 동안 문제가 반복됐지만 그 전까지는 문제라고 지적되지 않았던 것도 놀라웠죠. 지적하는 학부모를 예민한 일부로 인식하는 교사의 태도는 더 부적절했어요. 이번 사건이 모두가 성인지감수성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라요." 김수진(경기도 백양초) 선생님이 '울산 남교사 사건'에 대해 소중에 전한 말이죠.

[쌤교실] ‘집에서 만나요, 쌤’ 교실 안팎에서 존재감 드러내는 현직 교사 ‘릴레이 인터뷰’

최근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울산 남교사 사건' 등으로 교실 속 학생·교사의 올바른 성인식이 강조되고 있죠. 올바른 성인식을 바탕으로 상대를 배려하는 걸 성인지감수성이라고 일컫는데요. 초등젠더교육회 아웃박스 김수진·정윤식(경기도 백양초) 선생님은 교실 속 성평등 교육을 연구합니다. 아웃박스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성교육 콘텐트 홈페이지 ‘젠더온(genderon.kigepe.or.kr)’에 유아·아동·청소년·청년·성인으로 대상을 분류해 성교육 자료 등을 제공하죠. 선생님들이 교실에선 어떤 성평등 교육을 하고 있는지, 또 이러한 성교육을 집에서 할 수도 있는지 살펴볼까요.

# "성인지감수성 형성, 교사·보호자가 함께 도와야"

[소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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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생님은 2016년 독서모임을 시작으로 아웃박스서 활동하고 있고요. 정 선생님은 2018년, 보편적 평등에 관심을 가지면서 아웃박스에 가입, 이른바 ‘최초의 남교사’로 합류했죠. 아웃박스는 올해 신규 회원 14명이 추가돼 교사 26명이 활동합니다. 경기도 지역 모임에서 서울·경북 지역 교사도 합류해 전국 모임으로 발돋움했죠. 김 선생님에 따르면, 3월까지 추가 인원이 3명이었는데, n번방 사건 이후 가입자가 11명 추가된 거예요. 이들은 지난 4월 23일 원격회의 플랫폼 줌으로 신규 회원 환영식도 했죠.

두 선생님은 n번방 사건 관련 수업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수업 준비하면서 고민이 많았어요. ‘19금’, ‘숨길 것’ 등 부정적 인식이 있잖아요. 성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교육하며 시작하기로 했죠.” 정 선생님이 말했어요. “건강하지 않은 관계 기반으로 바라보면 문제가 생기죠.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성인식을 먼저 알린 후 스킨십·성추행·성폭행 등의 개념 차이 등을 명확하게 가르칩니다. 그 뒤 디지털성범죄 이슈를 다루는 거죠. 교육현장에서 바라보면 5~6학년 아이들이 마냥 다 알고 있는 느낌이어도 제대로는 몰라요. 애들이 다 안다고 가정하기보다는 모른다고 전제하고 가르쳐야죠.”

김 선생님은 성 관련 그릇된 인식 등은 이전에도 존재했다고 강조합니다. “n번방만의 문제는 아니고 사회 문제예요. 성이라는 걸 어떤 시각서 바라보느냐 문제죠. 수업에서도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본질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성이 야하고 부끄럽고 숨겨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려야 하죠.” 김 선생님도 양지에서 성문화를 논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어요. “성적 욕구도 어떻게 드러내느냐의 차이가 있다는 것 등을 알려야 합니다. 손잡는 게 잘못된 게 아니에요. 존중, 동의, 배려 없이 하는 게 잘못된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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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생님은 성 관련 기본 인식을 확립한 후 학생들이 성범죄 관련 문제인식을 올바르게 할 것이라 말했죠.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에 대해 얘기하죠. 가해자와 피해자, 남과 여가 어떻다는 이야기를 교사가 하기보다는 사실이 나열된 통계를 기반한 그래프를 보여 주면서 이를 분석하는 형식으로 가르칩니다. 예를 들어 ‘아는 사이에 성범죄가 더 발생한다’, ‘피해자의 성별 비율 88%가 여성이다’ 등이죠. 그래프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사실을 찾아낼 수 있게 돕는 거죠.” 정 선생님도 경험을 공유했어요. “피해자 성별 비율이 여자가 많으니 여자애들이 남자애들에게 편가르기하는 분위기가 있죠. ‘남자애들 왜 저래’ 등이에요. 교사는 ‘편가를 문제가 아니다’ 하고 말해야죠. 4~5학년만 돼도 또래 집단이 많이 형성되고 성별을 기준으로 뭉쳐요. 교사의 명확한 지도가 필요한 이유죠.”

# "성평등 오해 풀고 교실·가정 문화부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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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선생님은 아이들이 '사회적 약자'를 인식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논했죠. "5학년 교과서에 인권 침해 사례들이 나오죠. 인종 차별, 노인, 아동, 여성을 함께 이야기합니다. 단순히 여성이 약자라고 하면 거부감이 있거나 인정하지 못하는 친구가 있죠. 이럴 때는 영화 '히든 피겨스' 등을 통해 과거 여성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현재는 어찌 살아가는지 보여주고 아이들이 ‘이런 성차별이 있구나’ 느끼게 돕습니다. 우리 교실 속에서 ‘남자라서, 여자라서’ 겪는 성차별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레 받아들이더라고요." 김 선생님도 동의했어요. "젠더 이슈를 두고 '주입한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한 쪽의 입장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인종·장애 인권 교육을 주입이라고 하진 않는데 말이죠. 같은 맥락이죠. 지금껏 민주시민 교육은 잘해왔지만 성평등 교육이 약해서 우리 사회에서도 관련 문제가 드러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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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선생님도 성별 갈등으로 터부시돼 서로를 혐오하는 문화에 우려를 표했죠. "10대 청소년들이 성평등이라고 하면 거부감 가지거든요. 남학생 입장에서는 '내 것이 뺏겨서 여성에게 간다'고 오해하죠. 남자들이 가진 걸 빼앗아 여자에게 주는 게 아니라 여자들이 부족하고 뺏겼던 걸 깨면서 같이 올라가자는 거예요. 문화 안에서 여학생을 바라보았을 때 성적 대상화하지 않는 것도 중요해요. '여자 몇 명 만나고 얘랑 뭐하고' 등을 말하는 게 10대 수준에서는 멋짐, 남자다움이라고 오해하지만요. 지적받으면 문제의식 갖고 바꿔 나가는 태도가 필요하죠. 주변 친구도 그걸 '남자답다'고 치켜세우기보다 잘못됐다고 하길 바라요. 방관자가 아니라 문제 해결자로서 도우미 역할을 하는 게 좋겠죠. 쉽진 않죠. 이야기 주도하는 아이들이 이미 권력을 갖고 주도하거든요. 어렵겠지만 당당히 나설 수 있길 바라요. 스스로 하기 힘들다면 주변 어른에게 요청하길 바라요."

교실 속 성평등 교육을 연구하는 아웃박스 소속 교사들이 모임 중 카메라를 향해 웃어 보였다.

교실 속 성평등 교육을 연구하는 아웃박스 소속 교사들이 모임 중 카메라를 향해 웃어 보였다.

김 선생님은 교실 속 언어 습관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혐오 표현 등은 바로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웃기려고 하는 말 대부분이죠. 그냥 넘어가면 재미있고 문제없다고 생각해서 그걸 계속 사용해요. 수업 중에 그런 말이 귀에 들리면 수업을 멈추고 문제발언에 대해 말하는 게 선생님들로서는 어렵죠. 수업을 멈추는 한이 있더라도 그 발언이 왜 잘못되었는지 나누고 모른다면 ‘이런 게 있으니 그런 말은 해선 안 된다’고 알려주는 게 중요하죠. 바른 어른으로 자랄 수 있게 도와야 하니까요.” 정 선생님도 동의했어요. “저도 바로 지적하는 편이죠. 쓰면서 혐오 표현인지도 모르는 애들도 많아요. 지적하면 ‘그런 말 쓴 적 없다’고 그 자체를 부정하는 애들도 있죠.”

선생님들은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창체)에 성교육을 합니다. 김 선생님은 일반 수업 시간에도 성평등 관련 내용이 녹아들 수 있게 재구성한다고 말하죠. “정보통신윤리교육이 모든 학교 모든 교실에서 이뤄지지만 그게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교사가 어떤 관점을 가지고 수업하는지가 중요하죠. 단발성 수업에서 벗어나 항상 이런 이야기를 나누려고 노력해야죠.” 정 선생님은 ‘집안일 수업’을 공유했어요. “아이들이 각자 가정 속 집안일 여러 개를 적어요. 30개 정도 나오죠. 그 항목으로 그래프를 만들어요. 가족 구성원 밑에 A·B·C·D 쓰고 각자 하는 집안일을 붙여요. 붙인 걸 보면 대부분 특정 가족 구성원에게 쏠려 있죠. ‘누구일까’ 물으면 대부분 엄마를 꼽아요. 현실을 진단한 후 가족회의로 ‘붙인 그래프 속 쏠린 것을 개선하자’, ‘새 그래프를 집에 붙이고 실천하자’ 결론을 내죠.”

김 선생님은 아이들의 보호자도 성평등을 공부하게 도와요. “집안일의 큰 부분이 양육에 있죠. 양육 자체를 보호자가 서로 같이 할 수 있게 하는 건데요. 학습이라기보다는 보호자들이 가져야 할 태도라고 생각해요. 저희 같은 경우 주로 어머니에게만 통화를 하고 학생 생활지도 상태 등을 어머니랑 통화해요. 이걸 다른 보호자에도 연락하거나, 가정통신문을 받을 애플리케이션에 보호자 모두 가입할 수 있게 안내하는 등 양육 부담을 나누게 돕죠. 한 번이라도 더 아이의 양육에 관심 갖고 자연스레 참여할 수 있을 테니까요.”

집에서 보호자와 공부하는 성평등 (도움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아웃박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아웃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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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1) 집안일 그래프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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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보호자와 집안일의 종류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 일을 누가 하고 있는지 분류합니다. 7.6(가로)X2.5(세로)㎝처럼 가로로 긴 포스트잇에 집안일을 모두 적어요. 예를 들면 설거지, 밥하기, 장보기, 분리수거, 전등 갈기, 공과금 납부, 빨래, 화분 물 주기,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숙제 검사, 알림장 확인, 준비물 챙기기, 장난감 치우기, 반려동물 산책 및 목욕 등이죠. ‘육아’ 관련 집안일은 잘 생각해내지 못할 수 있죠. 엄마·아빠·할머니·할아버지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세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아웃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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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집안일 포스트잇을 가지고 각각의 집안일을 누가 하고 있는지 나타내는 막대그래프를 만듭니다. 그래프의 가로축은 가족 구성원, 세로축은 집안일 수를 의미해요. A·B·C 등으로 표시하고 해당 가족 구성원이 하는 집안일을 붙입니다. 이 그래프를 통해 누가 어떤 집안일을 얼마큼 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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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집안일을 많이 하는 사람과 적게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볼까요. 집안일을 가장 적게 하는 가족 구성원과 가장 많이 하는 구성원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살펴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그래프를 분석해 볼 수 있죠.

활동 2) 돼지책 인터뷰 후 집안일 그래프 수정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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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활동 1에서 우리 집 상황을 파악했죠. 활동 2에서는 『돼지책』(앤서니 브라운 글, 허은미 옮김, 웅진주니어)속 가족을 보며 우리 집에도 집안일로 인해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는지, 그는 어떤 마음일지 생각해 봅시다. 인터뷰 활동은 아이들이 직접 인터뷰어나 인터뷰이가 되어 집안일을 많이 하는 사람의 상황과 심정에 공감할 수 있도록 구성합니다.
② 책을 읽은 후, 주인공 엄마·아빠·사이먼·패트릭에게 각각 묻고 싶은 질문을 적습니다.
③ 가족 구성원이 각각 엄마·아빠·사이먼·패트릭 역할을 맡습니다.
④ 역할을 맡은 가족 구성원은 다른 구성원에게 질문을 받으면서 책 속 등장인물의 감정에 공감해 대답합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아웃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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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집안일을 나눠서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지 토의합니다. 인터뷰를 통해, 집안일을 오롯이 혼자 맡아 하는 가족 구성원에 공감했던 것을 상기하며 불평등한 집안일의 분담이 가족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는 거죠.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요구되는 다양한 일(집안일)을 한 사람의 역할로만 규정하고 한 사람에게 모든 부담을 맡기는 건 그를 매우 힘들게 할 뿐만 아니라 불평등한 사회문제로 이어진다는 걸 깨달아 봅시다.
⑥ 가족 구성원이 모두 행복하고 나아가 불평등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집안일을 가족 모두의 일로 생각해야 하죠.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함께해야 하는 걸 깨달은 후 집안일을 어떻게 나눌지 수정된 그래프를 만들어 봅시다. 마지막 활동은 실천이죠. 활동 1에서 만든 집안일 그래프의 포스트잇을 다른 사람 칸으로 옮겨보며 집안일을 골고루 나눕니다. 바꾼 그래프를 보이는 곳에 두고 그대로 생활해 보세요.

글=강민혜 기자 kang.minhye@joongang.co.kr, 사진=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아웃박스·김수진(경기도 백양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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