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악취 나는 정의연 의혹, 국민은 씁쓸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지난 7일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로 시작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의혹이 점입가경이다. 17일까지 열흘간 정의연이 내놓은 사과·설명 자료만 14건에 달하지만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히 해명된 게 없다. 처음엔 이 할머니의 기억을 문제 삼더니 ‘목돈 때문에 태도를 바꿨다’(윤미향 전 이사장의 남편)고 매도하다 나중엔 비판 언론에 친일 프레임까지 뒤집어씌웠다. 진실 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엔 보수세력의 모략이라며 적반하장의 태도다.

안성 쉼터 고가 매입, 양파껍질처럼 계속된 의혹 #심미자 할머니 “피해자 앵벌이로 배불린 악당들”

그동안의 의혹만 해도 차고 넘쳐 이미 시민단체로서의 도덕적 명분을 잃었다. 검찰 수사까지 시작된 마당에 각종 회계 부정과 공금 유용 의혹 등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 특히 피해자 할머니를 돕겠다며 국민으로부터 모금해 놓고 뒤에선 딴짓을 해 온 행태가 사실로 밝혀지면 일벌백계해야 마땅하다.

새롭게 제기된 안성 쉼터 고가 매입 의혹은 곳곳에서 악취를 풍긴다. 2013년 2층짜리 단독주택을 위안부 피해자 쉼터로 쓰겠다며 7억5000만원에 매입했는데, 7개월 뒤 같은 동네의 비슷한 크기 주택은 2억원에 거래됐다. 당시 중개자는 안성신문 대표였던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었다.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매입된 과정에서 여러 의혹이 나온다.

이후 쉼터는 할머니들을 위해 주로 쓰이지도 않았고, 일반 펜션처럼 이용된 정황도 드러났다. 심지어 윤 당선인의 부친이 관리인으로 일하며 7500여만원을 수급한 것으로 밝혀져 사과했다. 더욱이 매입한 지 3년 만에 매각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피해자 쉼터라는 당초 목적의 순수성까지 의문이 든다.

피해자 성금을 윤 당선인 개인 계좌로 모금하는 등 상식선에서 이해가 안 되는 것투성이다. 양파껍질 같은 정의연의 의혹에 국민은 씁쓸하고 민망하다. 더 이상 여권이 진영 논리로 감싸고만 볼 일이 아니다.

정의연 의혹은 이용수 할머니에 앞서 2004년 심미자 할머니가 제일 먼저 폭로했다. 당시 그는 ‘위안부 두 번 울린 정대협, 문 닫아라’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그러면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역사의 무대에 앵벌이로 팔아 배를 불려 온 악당들”이라고 비판했다. 2008년 작고한 심 할머니는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로 인정된 피해자다.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단체라면서 정작 당사자들로부터 비판받는 데는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16년 전 심 할머니가 ‘앵벌이’라는 격한 표현까지 써 가며 정의연에 문제를 제기했을까. 일본으로부터 진심 어린 사죄를 받고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것은 두말할 필요 없다. 마찬가지로 피해 할머니들이 제기한 정의연 의혹을 명백히 밝히는 것도 ‘정의’다. 진실엔 성역이 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