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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보셨죠? 오늘 사야 돈 법니다” 문자 전화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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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특정 종목의 매수를 권유하는 문자 메시지. 시간 외 단일가 매매가 끝나는 오후 6시 이후 발송된다. 전화를 해보면 유료 정보 서비스 가입을 권한다.

특정 종목의 매수를 권유하는 문자 메시지. 시간 외 단일가 매매가 끝나는 오후 6시 이후 발송된다. 전화를 해보면 유료 정보 서비스 가입을 권한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내일 상한가 먹을게요’, ‘오늘 사야 돈 법니다. 연락 주세요’

주식종목 추천 스팸문자의 비밀 #18시 이후 시간외 거래 종목 추천 #연회비 650만원 리딩방 가입 권유 #금감원 “확인 결과 대부분 허위” #문자 믿고 산 개인투자자만 손해

최근 개인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특정 종목추천 문자 메시지가 끊이지 않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는 과장된 표현과 함께 미확인 투자정보를 담은 메시지를 무차별 발송해 유료 정보 서비스에 가입을 권하는 스팸 문자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해당 종목이 다음날 오른 경우도 있다. 일부 개인 투자자는 이들이 미확인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믿고 연락을 취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장 마감 후 오후 6시 이후에 오는 문자들은 보통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진행되는 시간 외 단일가 거래 때 오른 종목을 추천한다. 시간 외 단일가 거래 때 오르는 종목은 장 종료 후 호재성 공시나 뉴스가 있는 종목들이다. 다음날 오전 주식시장이 열리면 일단 오를 가능성이 크다. 스팸 문자를 받은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매수해 거래량이 늘고, 주가도 오르는 경우도 있다.

주가가 오르면 “○○○ 15%, ◆◆◆◆ 22%, 잘 보셨죠?”라는 등의 문자를 보낸다. 다만 종가가 아니라 당일 최고점을 기준으로 발송한다. 실제 13일 오후 7시 추천 문자가 발송된 A종목은 다음날 개장 직후 전일보다 12% 올랐다. 하지만 이후 상승 폭이 줄어 3% 상승한 채 장을 마쳤다. 해당 문자를 보고 장 초반 매수를 했다면 손실을 본 셈이다.

문자를 보내는 건, 돈을 받고 주식 종목을 추천해주는 ‘유료 리딩방’ 참가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실제 문자가 발송된 번호로 전화를 해보니 ‘△△인베스트먼트’ 소속이라며, 1년 회비가 650만원인 리딩방 가입을 권유했다. 원래 정가는 1년에 1600만원이라고 했다. 연구원이라고 밝힌 B씨는 “무료 문자보다 더 빨리 알려줘 주가가 급등할 때 팔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올해 주식 스팸신고 건수

올해 주식 스팸신고 건수

특정 종목의 목표가를 제공하며 개인 투자자들의 묻지마식 추종 매수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주로 ‘매집 완료’, ‘신규 사업 발표’, ‘신규 수주’ 등의 호재가 있다고 광고한다. 스팸 문자로 거래량이 오르며 주가가 일시적으로 오르기도 한다.

문제는 선량한 투자자들의 피해다. 2017년 금감원이 호재성 문자발송 대상에 대한 진위를 확인한 결과 대부분 허위사실이었다. 문자를 믿고 산 개인투자자는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스팸 문자가 뿌려지는 종목은 ‘작전주’라는 인식이 퍼져있다”며 “문자메시지 배포 전에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배포 후 주가가 오르면 매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1~4월에만 총 46만6000여건의 주식 스팸 문자가 신고됐다. 스팸 문자의 신고율이 1%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이 기간 뿌려진 주식 스팸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코로나19가 확산한 올해 4월에는 신약개발 종목과 관련된 문자 발송이 많았다. 코로나19 관련 테마주로 분류된 C종목의 경우 한달에만 1만3000여 건의 스팸 문자가 접수됐다.

한국거래소는 올해 3월 투자주의 종목 항목으로 ‘스팸 관여 과다 종목’을 신설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제공하는 스팸 데이터를 토대로 스팸 문자가 단기간 늘고, 주가 또는 거래량이 급변한 종목을 지정한다. 지금까지 31개 종목이 스팸 문자로 투자주의 종목에 지정됐다. 한국거래소 홈페이지 ‘투자주의종목조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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