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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공무원 일자리 중요하지만 ‘시험장 확산’ 불안 해소해야

중앙일보

입력

16일 서울 송파구 가락중학교에서 열린 2020년도 국가공무원 5급 공채 및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에서 마스크를 쓴 응시생이 발열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16일 서울 송파구 가락중학교에서 열린 2020년도 국가공무원 5급 공채 및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에서 마스크를 쓴 응시생이 발열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수험생 중에선 약한 증상이 있더라도 해열제를 먹고 시험장에 간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난 주말(16일) 다시 시작된 공무원 채용 시험을 앞두고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 A씨가 한 말이다. 최근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시험 일정을 더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시험 주최 측이 향후 일정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다.

 이번 5급 공무원·외교관 후보자 1차 시험에는 9432명의 공시생이 몰렸다. 코로나19 ‘고용 재난’ 상황에 정부가 내놓은 공공부문 일자리 156만개 대책의 첫 발걸음인 셈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무원·공공기관 채용 절차를 당장 이번 달부터 재개해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4만8000명을 채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응시율은 77%로 지난해(82.2%)보다 5.2%포인트 줄었다. 지난해보다 시험장에 간 수험생이 줄어든 데에는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시험장을 통한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A씨는 “시험은 1차로 끝나는 게 아니라 2차, 3차로 이어진다”며 “1차 시험 이후에 감염이 발생하면 다음 시험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도 알려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제 다른 직종의 시험이 줄줄이 이어진다. 30일 경찰 공채시험을 시작으로 다음 달 20일 소방, 27일 해양경찰 시험 등이 예정돼 있다. 경찰 준비생 B씨는 “공시생이 많이 이용하는 서울 노량진 헬스장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며 “5만여명의 경찰시험 수험생이 전국 각지에 있는 각자의 고사장으로 시험을 보러 가는데, 이렇게 이동하다 보면 분명 코로나19에 노출될 것 같다”고 말했다. B씨는 또 “설사 필기에 합격한다고 해도 다음 단계인 체력·면접시험은 어떻게 응시할 수 있냐”며 “경찰청은 이후 일정에 대한 설명은 제대로 내놓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부분의 시험장이 어린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라는 점도 공시생의 마음 한쪽에 ‘찝찝함’을 안겼다. 수험생 C씨는 “초·중·고등학생도 입시 일정을 위해 학교에 가야 하지만, 공시생도 시험을 보러 학교로 가야만 하니 왠지 미안하기도 하다”며 “주말에 열리는 시험으로 외부인이 들락날락했던 교실을 제대로 방역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20일 고등학교 3학년부터 등교 수업을 시작한다.

  시험 직전까지도 공시생 사이에선 시험 강행이냐 연기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공지된 일정에 맞춰 준비했는데 더 미뤄지는 것은 오히려 불공평하다”며 일정대로 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수험생도 있었다. 이들 말처럼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채용 일정을 재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코로나 시대의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에게 철저한 방역지침만큼이나 필요한 것은 이들이 맘 놓고 시험을 준비할 수 있도록 정부가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것이다. 마스크도, 재난지원금도 정부가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우는 바람에 국민이 애꿎은 고생을 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임성빈 경제정책팀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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