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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모빌리티 전문가 없는 모빌리티 혁신위…정부 '거수기' 전락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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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국토부에 따르면 14일 출범한 모빌리티 혁신위원회의 첫 회의가 이날 열렸다. 위원들은 2주에 한번씩 약 석달간 모여 여객법 개정안 시행령을 논의하고 협의할 예정이다. [사진 국토부]

국토부에 따르면 14일 출범한 모빌리티 혁신위원회의 첫 회의가 이날 열렸다. 위원들은 2주에 한번씩 약 석달간 모여 여객법 개정안 시행령을 논의하고 협의할 예정이다. [사진 국토부]

'구색 맞추기.' 지난 14일 출범한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를 두고 일부 스타트업계와 학회에서 나온 평가다. 교통전문가·시민단체·정보기술(IT)전문가로 구성했지만, 위원 선정 방식이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연히 포함됐어야 할 모빌리티 업계 전문가도 빠졌다.

모빌리티 혁신위 출범, 3가지 논란 #모빌리티 대표 전문가에 이찬진 #플랫폼운송, 투자금 끊길 가능성 #택시 승차거부도 우려돼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는 중책이다.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의 핵심인 시행령을 논의하고 구체화할 협의체다. 실타래처럼 얽힌 플랫폼운송사업의 허가 총량과 기여금 기준도 이들 손에 달렸다.

이번에 선정된 위원회(9명)에 교통 전문가인 하헌구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ㆍ안기정 서울연구원 연구위원ㆍ김현명 명지대 교수(교통공학)ㆍ권용주 국민대 겸임교수(자동차ㆍ운송디자인)가 참여한다. 법률 분야에선 김보라미 디케법률사무소 변호사ㆍ김영길 국민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그리고 시민단체 대표로 윤영미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 공동대표가 있다. IT업계를 대표하는 전문가는 한글과컴퓨터 창업자인 이찬진 전 포티스 대표다.

스타트업계, 이찬진 전 대표 선정에 논란

이찬진 전 포티스 대표. 사진 연합뉴스

이찬진 전 포티스 대표. 사진 연합뉴스

IT업계를 대표하는 위원으로 이 전 대표 선정에 논란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스타트업체 대표는 “이 전 대표는 벤처 1세대일 뿐 모빌리티 사업과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며 “플랫폼과 택시업체 간의 이해관계를 충분히 알고, 스타트업체의 의견을 대변해줄 인물인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전문성보다 타다금지법 찬성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지난 3월 여객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20대 국회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했다. 최근 과거 경영한 포티스에서 수십억 횡령 혐의로 피소(금융감독원 공시 자료)된 부분도 선정 기준에 의문을 더한다.

여객법 개정 전까지 실무 논의에서 스타트업계를 대변한 곳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었다. 하지만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측은 “위원을 추천해달라는 달라는 (국토부의) 요청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오승천 국토부 도시교통과 택시산업팀 팀장은 “플랫폼과 택시업계, 산업부ㆍ과기부 등 관계 부처에서 추천을 받았고, 업계 입장을 공평하게 대변하면서 논의할 수 있는 분들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전 대표는 (횡령 관련) 이슈가 되는 것만으로 위원 적격성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위원 과반수가 ‘타다 금지법’ 찬성

551일 간 달리다 끝내 멈춘 타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551일 간 달리다 끝내 멈춘 타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 대표를 포함해 위원의 과반수가 타다 운영 방식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법 개정을 밀어붙였던 국토부 입장에선 우군일 수 있다.

하헌구 교수는 지난해 택시 제도 개편방안 실무논의기구 공동위원장이었다. 그는 수차례 “여객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길 교수는 타다 법정 다툼 당시 택시 측 자문을 맡았다. 안기정 연구위원은 “타다 이용객이 늘면 택시업계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택시 총량제 내에서 신규 모빌리티 사업자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용주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타다는 면허를 사지 않고도 사실상 택시 서비스를 한다”고 비판했다.

위원의 대다수가 여객법 개정안을 찬성했다는 게 문제가 아니다. 정부의 정책 방향에 쓴소리를 낼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교통전문가는 “업계 간 이견 조율은 형식에 그치고 국토부가 정한 세부방안에 따르는 거수기 역할이 되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승차 거부 피해는 소비자 몫인가

경찰이 승차거부 택시를 적발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경찰이 승차거부 택시를 적발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이들의 목소리는 스타트업체와 벤처 투자자의 관심이 큰 플랫폼운송사업의 허가 총량과 기여금 기준에도 영향을 준다. 이 기준에 사실상 자체 플랫폼과 차량을 확보해 운영하는 플랫폼운송사업의 성패가 걸렸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위원회 구성을 봤을 때 진입 장벽이 완화될 가능성이 작다”며 “기여금을 내면서 차량 대수나 면허권 사용기한까지 제재받는 신규 사업에 뛰어들 스타트업이나 투자자는 거의 없을 것”으로 봤다. 그는 “결국 타다 못지않은 서비스가 나오지 않으면 늦은 퇴근길 기사의 불필요한 대화나 승차 거부로 소비자만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얘기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명예 교수는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세계적으로 모빌리티 혁신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중장기 측면에서 국토부뿐 아니라 산자부·과기부 등 관계부처를 비롯해 정보통신(ICT)·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모인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염지현 건설부동산팀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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